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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우치게 되는 순간

인터뷰어 림 / 포토그래퍼 또트

by 휴스꾸


* 정연 과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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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인공지능 융합 학부에서 공부하고 있어. 이 분야가 부상한 지 얼마 안 됐다 보니 학문의 역사도 아직 오래되지 않았거든. 그러다 보니 같이 공부를 해서 이 학문을 차곡차곡 쌓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거 같아. 모르는 걸 혼자 해결하기보다는 같이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아. 어떨 때는 그렇게 서로 대화하는 게 공부의 원동력이 될 때도 있어. 이 학문을 좋아해서 모인 친구들끼리 이해할 수 있는 대화를 향유할 때의 어느 쾌락이 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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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누군가 내 성적표를 보면 ‘이 친구는 이 과목을 잘하네’ 하는 기대가 생길 텐데 내가 과연 그 기대를 충족할 만큼 공부가 되어있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거든. 컴퓨터에서는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속도를 재는 기호가 있어. 빅오 표기법이라고 하는데, 알고리즘이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실행 시간으로 평가하는 기호야. 여러 변수 때문에 실행시간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을 수는 있지만, 시간이 아무리 느려져도 최대한의 어느 기준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지. 마찬가지로 내 성적을 볼 때 내가 학기 중에 보인 성과의 가장 안 좋은 모습이 적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해. 내가 과목에 대해 이해한 바를 성적이 완전히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거야.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성적에 대한 정의가 조금 달라졌어. 그런 면에서 부담이 조금은 덜어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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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를 짜는 건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한 점이 많아. 하나의 답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풀이 과정이 다를 수 있거든. 엄청 자세히 쭉쭉 풀어쓰는 친구도 있고, 정말 필요한 부분만 간결하게 써서 내는 친구도 있고. 아예 접근이 다른 경우도 있지.


넌 어떤 타입이야?


난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게 자세히 쓰려고 해. 그래서 실행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는 거 같아. 간단하게 풀거나 새로운 접근을 해보는 친구들을 보면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고 많이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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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프로그램으로 친구 4명과 싱가포르에 다녀왔어. 인공지능 관련 업계에 계신 분들을 인터뷰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분이 기억에 남아. 학부생 때 많은 걸 해내려고 하기보다는 자기 전공의 중요한 개념을 말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개념 공부를 탄탄히 하라고 해주셨거든. 어느 수업에서 인공지능이 코딩과 무엇이 다르냐를 생각했을 때 인간이 규칙을 만들어서 제공하는지 아닌지에 따라서 구분된다는 부분을 배웠는데, 그 쉬운 말을 작년 내내 이해하지 못했어. 근데 1년 정도 이 공부만 파고들다 보니까 그 개념을 깨우치게 되는 순간이 오더라고. 무엇보다 기본부터 깊이 있게, 또 탄탄히 해야 한다는 조언에 엄청 공감하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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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이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야. 같은 공간과 분위기 속에서 오래 함께 향유하는 게 중요해. 인공지능에 데이터를 학습시킬 때도 마찬가지거든. 강아지와 고양이를 학습시켜 놓고 강아지 이미지를 주면 잘 분류하지만, 참새 이미지를 줘도 강아지와 고양이 중 하나를 골라. 데이터가 부족하니까 자기가 아는지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거지. 이 현실 세계에 있는 모든 것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많은 데이터가 있어야 자기가 학습한 것 중에 답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돼. 마찬가지로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건 그 사람이 내가 겪어온 다른 시간과 사건들을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인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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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분야이다 보니까 때때로 연식이 쌓인 학문에 대한 부러움을 느낄 때도 있어. 어느 문제에 대한 답을 알고 싶은데, 아직 그 누구도 답을 구하지 못한 문제들도 있거든.


그럴 때의 답답함을 어떻게 견뎌?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많이 푸는 거 같아. 난 이 부분이 너무 궁금한데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렇게 대화하면서 발굴해 낼 수 있는 지식도 있는 것 같아.


고등학생 때는 내가 기술만 조금 더 익히면 지금 갖고 있는 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해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학에 와서 기술적인 측면에 치중해서 공부하다 보니까 내가 갖고 있던 그 창의적인 생각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낄 때도 있었어. 무언가를 구현할 준비는 되어가는 것 같은데,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모르게 되니까 뭘 해결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는 거야.


결국 내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것도 중요한데, 다른 분야에 대한 넓고 얕은 지식도 어느 정도 필요한 거 같아. 피아노를 엄청나게 잘 칠 필요는 없어도 도레미파솔라시도 정도는 알아야 얘기가 통하는 것처럼 말이야. 다른 분야의 큼직한 개념 정도는 많이 알아가고 싶어. 내 지식을 전달하고 활용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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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지잖아. 목표도 많아지고. 근데 시간이 지나다 보면 이런저런 핑계들이 덧붙여져서 점점 흐지부지해지는 거 같아. 그런 새해 목표를 오래 지녀보려고 매년 하는 게 있어. 다가오는 3일이 내 생일인데, 매해 2월 3일마다 그해 하고 싶은 것 딱 3개를 골라서 친구들과 나눠보는 편이야. 그 세 가지만큼은 연말까지 꾸준히 해내자고 다짐하고, 그에 맞춰 계획도 세우는 거지. 또 세 개보다 많아지면 안 하게 되더라고. 요즘도 많이 고민해 보고 있어. 그 세 가지로 무엇이 좋을지.






인터뷰어 림 / 포토그래퍼 또트

2024.01.20 정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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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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