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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우깡PD Dec 21. 2022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여행기 #1

호주여행 프롤로그

2018년 괌을 다녀온 후, 다시는 혼자서 해외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사람은 역시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나는 다시 혼행을 결심했다.

 

나와 동행할 누군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한 달 후 복직을 앞둔 내게 더 이상의 선택지는 없었다. 12월 크리스마스와 1월 새해는 대부분 연인,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싱글인 친구라면 또 모를까. 무튼 여러 가지 정황 상 나는 또다시 혼자 떠나야만 했다.      


사실 호주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나는 지금 브리즈번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공원에서 누워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나니 막상 혼자서 50일을 여행한다는 게 무섭고 두려웠다. 혼자서 외로움에 사무쳐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내 선택을 후회할 것만 같았다. 하필 그 시기가 내가 휴직하는 동안 가장 불안하고 힘들었기에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고심 끝에 여행 기간을 과감히 줄였다.


2주는 아쉽고, 1달은 좀 길고, 

딱 3주!


3주가 좋았다. 그 정도면 혼자 적당한 외로움과 여행의 즐거움을 골고루 느낄 수 있다고 판단했다.      


19일 저녁 8시, 드디어 시드니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두렵고 걱정됐던 마음이 막상 출국일이 다가오니 설레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설렘 반, 두려움 반, 짜릿한 긴장감을 안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서 만난 친구는 내가 걱정됐는지 공항철도 타는 곳까지 직접 배웅을 해줬다. 얼마나 따뜻하고 고마운 마음인가. 


게다가 공항철도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간 것뿐인데 마침 도심공항터미널에서 내가 이용하는 항공사 수속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 시드니까지 짐도 부쳤다.




뭔가 여행의 출발이 좋은 느낌이었다. 신나게 인천공항까지 달려갔다. 


하지만 역시 혼행은 달랐다.     


친구들이랑 여행 갈 때는 공항 면세점 인도장 위치도 재빠르게 찾고, 공항 라운지에서 한가로이 식사를 즐기기도 했는데 나는 인천공항에서 길을 잃었다. 눈 감고도 찾을 수 있던 면세점 인도장을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안내판을 보고 한참을 반대편으로 가다 느낌이 싸해서 직원에게 물었더니 아주 멀리 떨어진 반대편으로 가라고 했다. 탑승 시간은 가까워 오고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빠른 걸음으로 면세점 완주를 하고 나서야 탑승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행기 이륙 1시간 전, 

회사 인사 발표가 났다. 


오 마이갓,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다행히 복직을 앞둔 내게 나쁘지 않은 방향이었다. 나는 원래 회사의 인사나 정치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다. 


그저 내가 맡은 일만 잘하면 인정도 받고, 회사생활이 잘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회의 축소판인 직장에서 그것이 나만의 순진한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조직의 인사는 1년 간 내 회사생활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키였다. 공항에 도착해 길을 잠깐 잃었지만 내게 다가올 2023년에서는 더 이상 길을 잃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의 시작이 좋다. 


일단은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시드니에 도착하기를! 


여행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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