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현직 변호사분들 중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저 또한 변호사시험 합격 직후가 교과서적 지식 측면에서는 훨씬 더 똑똑했던 것 같습니다.
대체로 형사사건을 하다 보니 얼레벌레 날림으로 수험용으로만 공부했던 형사소송법에 대한 이해는 아주 조금, 매우 미약하게 깊어진 반면에
형사법 외의 모든 법들을 굉장히 많이 까먹었습니다.
특히 원래도 못하던 상법이나 민사소송법 쪽 남아있는 지식은 정말 처참한 수준....
로스쿨에 들어갈 당시 사법시험 1차를 준비했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비슷하겠지만
저는 기본 3 법(헌법, 민법, 형법) 지식은 어느 정도 있었는데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상법, 행정법에 대해서는 무지렁이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계획이라곤 세우지도, 실천하지도 않는 미친 벼락치기의 귀재인 ISFP 답게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은 미룰 수 있는 순간까지 미루고 미루다가
거진 로스쿨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공부 및 암기를 시작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행정법 기본강의를 로 2 겨울방학 때 듣기 시작했으니 말 다 했죠.
인생을 건 벼락치기로 어떻게 변호사시험 성적에서는 나름 좋은 결과를 거두었으나
(몇 달 전에 심심해서 변호사시험 등수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니 합격자 수 대비 상위 10%더라고요. 어디 써먹을 곳은 없겠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ㅋㅋ),
벼락치기는 원래 장기기억으로 남지 않죠. 정말 싹 다 까먹었습니다. ㅜㅜ
그래서 이대로 가다가는 나중에 이직을 하더라도 형사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 싶었고,
민사 쪽 판례를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 와중에 생각난 것이 서울고등법원에서 판사님들과 재판연구원분들이 진행한다는 판례공보 스터디 자료였죠.
자료는 서울고등법원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홈페이지 - 소식 - 보도자료 게시판 최상단 글 참고).
2019. 7. 1. 자부터 2021. 6. 15. 자 판례공보에 대한 자료입니다.
판례 원문은 검색해서 찾아보셔야 합니다.
저는 주로 케이스 노트에서 1심부터의 판결문을 찾아서 보고 있습니다만 로앤비 등 다른 곳 어디든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제껏 수험을 위한 공부를 주로 해왔고 늘 공부량과 시간에 쫓기던 저는 대법원 판례를 이해하기에 급급하여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1, 2심 판결문은 대법원 판례가 이해가 안 갈 때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위 자료를 읽기 시작하며 1심부터의 판결문부터 2심, 대법원 판결문을 순서대로 읽어나가다 보니
이해가 훨씬 더 잘 되는 것 같더군요. 기억에도 잘 남구요. 리마인드 되는 민사법 지식들도 꽤 있습니다.
대신 시간이 좀 오래 걸려서 하루에 2~3개 정도 읽고 있습니다.
습관화가 되면 그 뒤부터는 읽는 양을 늘릴 생각입니다.
위 판례공보 스터디 자료는 프린트하여 제본을 했습니다.
저는 종이에 줄을 그으며 공부를 해야 머리에 내용이 들어오는 구닥다리 세대라서요. ㅎㅎ
다른 분들은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등에 넣고 읽어나가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아직 판례 5개 정도 읽은 너무 초창기 단계라서 또 이러다가 흐지부지 안 읽게 되어버릴까봐 제 자신에게 겁이 나긴 하지만
(가끔 궁금합니다. 이렇게 뭐 하나 제대로 끝맺는 일 없이 벌려놓는 일만 많은 ISFP들은 대체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
되도록 꾸준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