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이 좋았다.
예쁜 모자를 쓰고 노래교실에 가서 가장 어린? 막내가 돼서 박수를 치며 웃는 일은 어지간한 즐거움과 견줄 수가 없다.
이 나이에도 난 막내가 된다.
적게는 대여섯 살부터 많게는 서른 살 가까이 인생선배들이다 보니 자연 막내가 되고 그저 단순하게 이런 거 저런 거 따지지 않고 엄마라 부르는 분도 있다.
밝게 웃을 수 있고, 눈치 안 보고, 애교를 부리고.
생떼도 부려보고, 미운짓도 하지만 늘 넘어간다. 막내니까~^^봐준다면서.
그렇게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단편 속에 머물다 돌아온다.
다시 누구의 아내로
다시 누구의 엄마로
다시... 쉰을 넘어간 어른인 여자로.
이제 막 애교를 부리면, 눈치를 보지 않으면,
생떼도 부리면.
여러 개의 눈들이 안 하던 짓을 한다는 핀잔을
줄 것이다. 더 이상 막내는 없다.
갈 때는 가벼웠던 걸음이 돌아올 때는 비를 차고 걷는 것처럼 처벅 댄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야 하는데 자꾸 과거 속의 회귀를 꿈꾸고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어린아이가 되는 걸까.
어쩌면 나는 예전에 잃었던 내 추억의 단편을 펼쳐놓고 들여다보는지도 모르겠다.
짧은 사진첩에
예쁜 모자 쓰고 즐겁게 걸었던 그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