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의 아르바이트를 통해 경험한 작은 세계.
예전에 1년 동안 해왔던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적이 있다. 때려 친 게 아니라 때가 돼서 나왔다. 일의 특성상 근무 중에 이상한 일도 많이 겪고, 정말 도중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일 했다. 왜냐하면 아르바이트 수입 덕분에 부모님께 경제적 부담을 안 드려도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그만두어야 할 때가 왔고, 긴 시간동안 사장님과 원만한 관계로 잘 지내왔기에 별 탈 없이 퇴직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는데, 바로 '퇴직금' 문제였다.
※근로 기준법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일용직 근로자 들도
주 소정근로시간 15시간, 월 60시간 이상을
1년 이상 근속하게 되면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다.
(5인 미만 사업장도 2013년부터 100% 가능하다.)
난 이러한 근로기준법을 숙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사장님이 잘 모르실까 걱정되어 마지막 날 최대한 정중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분위기가 심각해질 줄 누가 알았던가. "아르바이트에게 무슨 퇴직금을 챙겨줘!?"라고 반론하는 언짢은 표정의 60대 남성이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약간의 설전이 오갔고, 때문에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었던 1년은 처참하게도 불쾌한 기억으로 남게 돼버렸다.
웃기게도 이런 일을 예측 못 한 것도 아니었다. 왜냐면 나는 1년 동안 이 남성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지독한 천민자본주의와 시대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보수적인 어른의 모습을 말이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퇴직금을 요구한 이유로는
첫 째, 이 어르신이 나름 합리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생각했다.
(이해타산 적이고 손실에 대한 파악이 빨랐던 분이었다.)
둘 째, 난 1년 동안 성실하게 일했다.
(야간 근무라 근무자가 4번 바뀌었다. 나만 유일하게 1년을 채운 셈)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셋 째,
내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소정의 보상이자,
노동자의 권리였기 때문이다.
결국 며칠 뒤에 퇴직금을 주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그럼에도 후련함보다는 찝찝함이 남는 것은 그저 찌는 듯한 더위의 폭염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이런 일을 겪어본 나는 권리와 의무에 대해 궁금해졌고,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다.
권리와 의무, 쉽게 설명하자면 권리는 누리는 것. 의무는 지켜야 하는 것이란다. 더 자세하게 해석하면 의미가 조금은 변하겠지만 거진 맞는 말이다.
근로자는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고, 고용주는 퇴직금을 줄 의무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근로자는 노동에 대한 대가를 누릴 수 있는 것이고, 고용주는 이를 누리게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물론 노동자의 의무도 있고, 고용주의 권리도 있다. 누구는 받는 만큼 열심히 일해야 하고, 누구는 주는 만큼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사회인은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지게 된다. 허나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뉴스라는 매체를 통해
살짝 엿보아도 이러한 원리가 지켜지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가 주어진 의무는 지키지 않고, 손에 쥔 권리만 누리려는 세상이다. 문득 영화의 대사가 생각난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것이 권리인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