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인간이다.
개인적으로 엽문(견자단 주연)이라는 영화를 몹시 좋아한다. 영춘권이라는 색다른 무술을 소재로 만든 엽문은 남자들의 판타지를 충분히 자극하고도 남는다. 이소룡의 스승, 일당백의 사나이, 중국의 최고수, 부드러움과 강함을 갖춘 엽문, 아니 갓문.
엽문 1~2에서 엽문은 일본, 미국에게 고통받았던 중국인들의 자존심이자 긍지로 표현되었다. 엽문 3 또한 이전의 시리즈를 답습하듯, 초반 서구와의 대결 구도로 가는 듯 보인다. 허나 이는 지극히 작은 일부분이다.
엽문 3를 아우르는 주된 맥락은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의 엽문'이다. 맨날 엽문의 뒷바라지만 했던 어여쁘고 착한 아내. 물론 인성갑 엽문은 아내를 지극히도 사랑하고 아낀다. 하지만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 마셜아츠덕후녀석들 때문에, 매번 그는 아내에게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조금 살만하나 싶었는데 아내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이와중에 눈치없는 타이슨은 열심히 자객을 보내서 엽문을 조지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영춘권 동문이라는 놈은 자꾸 누가 정파인지 승부를 가리자고 조른다. 모두에게 존경받는 스승 엽문은 어떻게 해야할까?
이전 시리즈에서의 엽문이라면 가족들의 무한한 배려를 받으며 중국을 대표해 결투이 나선다. 이번에도 가족들 내팽겨치고 싸우러갈줄 알았으나, 엽문은 아내를 택한다. 얼마 남지 않은 아내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춤도 배우고, 식사도 같이 하고, 책도 같이 읽는다. 죽음을 앞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 곁에 사람들이 있다는 거요.
영춘권의 정파를 가르기 위해 도장으로 간 엽문. 그는 아내를 데리고 왔다. 결투를 이기고 난 뒤 엽문은 상대방에게 말한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 곁에 사람들이 있다는 거요.". 그리고 얼마 후, 죽은 아내의 사진을 보며 홀로 의자에 앉아있는 엽문의 모습.
이전 시리즈에서 엽문이라는 인간을 통해 중국이라는 나라를 대변했다면, 엽문3는 오롯이 인간 엽문에 대해 다룬 영화이다. 난 통쾌한 액션이 아닌,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의 엽문의 모습에서 그의 강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