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그것은 어렵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치한 상상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ㅈ.. 지금도?)
'만약 딱 한 번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참 웃기게도 돈 생각이 먼저 납디다. 경제적으로 힘들게 자라서인지 가세가 기울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저 상상인데도 불구하고 설렜습니다. 과거로 돌아가 부모님께 모든 진실을 이야기하는 상상!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입니다. 로또 번호, 주식, 부동산 등등...... 아마 저희 집은 부자로 살고 있었겠죠?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과연 부모님이 어린 꼬마였던 제 말을 들어주셨을까요? 오히려 엉덩이에 빨간 줄만 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설명을 자세히 한다 해도 부모님을 확실히 설득했을 것이란 보장은 없겠지요.
이런 허무맹랑한 상상이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선 실현됩니다. 미래에 외계인의 침공으로 지구는 말 그대로 우주 전쟁터가 됩니다. 공보장교로 복무 중인 케이지(톰 크루즈)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야전으로 발령이 나게 됩니다. 그리고 첫 전투에서 바로 사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특이한 능력이 생겨버렸습니다. 바로 기억을 유지한 채 과거의 시점으로 부활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죽음 -> 기억 SAVE -> 부활
마치 게임처럼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1 stage를 클리어하고 2 stage에서 바로 죽는다 해도 다시 부활해 다음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고통스러운 죽음을 계속 반복해야 합니다.) 이 불가사의한 능력은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죽은 시점까지 적의 동태를 파악해 작전을 계속해서 다시 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고위급을 설득하자니 생채실험을 당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쌈박한 능력을 활용해서 동료를 모으기로 합니다.
문제는 '설득'
하지만 동료를 어떻게 설득할 것이며, 또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 케이지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진실"입니다. 자신이 과거와 현재를 반복한다는 사실을 동료들에게 사실대로 말합니다. 하지만 동료들은 반신반의하죠. 그래도 케이지는 끊임없이 설득합니다. 그리고 이성과 감성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설득에 성공하고 작전을 실행합니다. 이후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치닫게 됩니다.
광고회사 -> 전쟁기피 -> 공보장교 지원
저는 광고홍보학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입니다. 그렇다 보니 극 중 케이지의 특이한 이력이 눈에 띄더군요. 그는 전쟁 발생 전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광고인이었습니다. 광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주된 업무는 끊임없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바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관철시키기 위해 말이죠. 그래서 상사, 광고주, 그리고 소비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이렇듯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삼는 케이지에게 단 한 사람을 설득하는 것도 정말 어려운 과정으로 비추어집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광고인 케이지는 설득에 성공합니다.
만약에 그가 논리만으로 동료들을 설득하려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는 특정한 시점으로 계속해서 부활을 하고 그 능력을 토대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 이러한 근거는 너희들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야."라고 말이죠. 물론 이성은 설득했을 겁니다. 믿기야 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을 믿고 죽음의 전쟁터로 자신을 내몰 수 있었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그 사람의 주장을 믿는 것과 사람 자체를 믿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Code = 진정한 설득
저는 이 영화의 코드를 '설득'이라고 정의해볼까 합니다. '진정한 설득'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찾는 과정을 그려낸 영화라고 보여지거든요. 결국 진정한 설득은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납득시킬 수 있는 진심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정치인이 화려한 언변과 그럴싸한 정책들을 가지고 선거에 나서도 선뜻 눈길이 주기 힘듭니다. 아마도 그들의 진심이 의심되기 때문이겠지요. 진실된 마음을 보여주면 설득은 뒤따라 오게 돼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누군가를 거짓된 마음으로 상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무척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