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 아들이 4시에 급행 버스를 탄다고 문자가 왔다.
'엄마 이제 서초역 다 왔어. 저녁 먹으러 지금 집에 갈게'
5시에 온 문자다. 그런데 8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아들은 집에 오지 않고 있다.
아들은 올해 대학생 신입생이다. 현재 1학년을 송도 기숙사에서 보내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면 집에 온다. 그래서 나는 늘 퇴근을 서둘러 집밥을 해주기 위해 종종걸음을 걷는다. 일주일 동안 바깥 음식에 질려하는 아들을 위해 제대로 된 밥을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안고.
한 달 정도 전에 아들은 농구를 하다 무릎 뒤 인대가 늘어나는 사고를 당했다. 그래서 빠르게 걷지 못하고 인대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몸이 온전하지 않다 보니 오다가 무슨 사고라도 난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문자를 하고 전화를 해도 묵묵부답이다. 밥상을 차려 놓고 온갖 상상을 하고 있던 찰나. 8시가 넘어서 동네에 살고 있는 같은 과 친구 엄마로부터 문자가 왔다.
'재원이 집에 왔어요? 주형이가 연락이 안돼서요. 저녁 먹으러 집에 온다고 했는데 재원이랑 같이 온다고 했거든요...'
아이고 두 아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렇게 두 엄마가 걱정을 하던 찰나 8시가 넘어 동시에 두 아들이 집에 귀가를 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 도대체 어디 갔다 온 거냐고 했더니 전철 타고 동네에 와서는 둘이 갑자기 스승의 날이니 학교에 가자고 의기투합해서 다니던 고등학교엘 갔다고 한다. 거기서 학교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나서 집에 오면서 수다를 떠느라 늦었다고 한다.
'아니 전화나 문자도 못 받을 만큼 심각했니???'
어이가 없어도 너무 없다. 둘이 세트로 얼마나 심각하게 진지한 이야기를 한 건지...
그렇게 나는 목요일 저녁을 보냈다.
그리고 토요일 오전 11시, 아들은 동아리 엠티를 간다고 집을 나섰다.
'아들, 너 무릎 아직 다 안 나았으니 가서 격하게 움직이지 말아야 해. 알았지?'
'걱정 마 엄마!'
저녁 11시 40분.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 엄마, 나 족구 잠깐 했어. 많이 안 했어. 잘했지?'
'뭐???'
' 근데 엄마 나 지금 리포트 내야 하거든.. 자정까지... 팀 프로젝트인데 다른 친구들이 이제야 마무리를 해서 어쩔 수 없었어.. 지금 집에서 엄마가 접속해서 내줄 수 있어? 여기 컴이 안돼.ㅠㅠㅠ '
화가 나는 것도 꾹 참고 아들이 시키는 데로 시각을 다투며 자료를 다운로드하여 리포트를 제출했다. 아들이 족구를 해서 다리가 온전한지 야단을 칠 겨를도 없이 리포트를 내고 나니 허무함과 허탈함이 밀려왔다.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
도대체 너는 생각이 있는 거냐고 야단을 치다 잠이 들었는데 일요일 아침 7시에 아들로부터 전화가 와 화들짝 놀라 잠이 깼다.
'엄마 이제 엠티 끝나서 기숙사로 돌아가. 다리는 괜찮은 거 같은데.'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전화를 끊고 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도대체 이 녀석은 엄마가 하는 말을 듣기는 하는 걸까? 귓등으로도 제대로 듣지 않는 것 같다.
아직 여전히 10대의 뇌를 가지고 있는 이제 막 성인의 문턱을 넘어선 아들과의 일상은 늘 이해 못 할 일들의 연속이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엄마이고 그는 아들이다. 우리는 각자 서툰 자신의 역할을 오늘도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나는 내 역할을 수행을 하며 어느덧 수행자의 마음으로 수행자가 되어 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기도한다. 우리가 각자 앞으로도 잘해 나갈 수 있기를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