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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맘소영 Jul 15. 2022

친정엄마와의 육아 갈등

엄마, 나도 엄마예요.

엄마들의 성지인 맘카페. 동네 이야기나 친목도모를 위해 지역별로 나눠진 곳도 있고 전국구 엄마들이 가입하는 규모가 큰 곳도 있다. 그중 맘카페의 시초라고 불리는 '맘스홀릭'은 무려 300만 명의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데 (5천만 국민 중 6%가 맘카페에 가입해 있다고 해도 무방) 이러한 엄마들의 성지는 때론 정보의 장이 되기도 하고 대나무 숲이 되기도 한다.


나 또한 엄마로서 각종 맘카페 활동을 즐겨하는 편이다. 다른 아이와 엄마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엄마들 사이에서 뭐가 유명한지 동향을 살펴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느낀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맘카페가 육아 정보 공유 보단 고민 글이 많이 올라온 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카페에 들어가 조금만 살펴봐도 육아와 관련된 고민거리를 나누는 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게 친정엄마와의 육아 갈등이다.


누구보다 편한 모녀지간.

  
거기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엄마'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니 함께 하면 육아가 더 수월할 텐데 왜 그럴까.  




이제 내 이야기를 꺼낼 때가 온 것 같다.


나는 육아 초창기에 산후우울증이 겹쳐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아침에 출근해 저녁 늦게 들어오는 남편, 아는 이 하나 없는 동네에서 육아를 하다 보니 그랬을 지도. 무튼 이런 내 마음을 헤아린 남편은 나를 데리고 자주 친정에 내려가거나 친정 식구들과 여행을 가는 등 친청엄마를 자주 보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처음에는 좋았다. 친정에 가서 아이를 돌보면 가끔 새벽에 못 일어나도 엄마가 알아서 아이에게 우유를 먹여주기도 하고, 뒤처리가 번거로운 대변 기저귀도 자처해서 갈아주니 말이다. 거기다 뭣도 모르는 초보 엄마에게 선배 엄마라는 든든한 빽이 생긴 게 아닌가. 이것저것 세세한 부분도 알려주는 점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모르게 이러한 친정엄마의 모습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편한 모녀지간 사이에 육아라는 갈등의 씨앗이 피어나게 된 순간이다.




두부 촉감놀이 중인 아이


그중 가장 많은 갈등을 빚은 건 양육태도였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실은 난 친정살이를 하는 게 아니라 종종 친정을 놀러 갔던 것이다. 주 양육자가 '나'라는 주체인 건 변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식재료를 이용한 촉감놀이라던가, 수면교육 등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요즘 육아'를 하고 있더라도 어느 정도 눈 감고 넘어가 주는 아량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친정엄마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조언 아닌 조언을 꺼냈다. 먹을 걸로 장난치는  아니라고. 아이가 울면 성질 버리니 안아주라고. 그러면서 본인의 경험치에 의한 결괏값에 나와 아이가 맞춰질 때까지 자신의 의견을 끊임없이 강요했다.


친정에 있을 당시 아토피가 심했던 아이


"아이고~춥다 추워!"

태열이 잔뜩 올라온 아이를 꽁꽁 싸매신다.


"애가 울잖니! 우유 좀 줘라!"

밥 먹은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보채면 이유를 파악하기보단 우유부터 들이미신다.


"학대가 따로 없구나!"

터미 타임이나 기어가기 연습을 할 때마다 낑낑 거리는 아이를 보곤 이렇게 얘기하신다.


"스테로이드는 좋지 않아!"

아토피가 심해 소아과로부터 처방받은 연고를 보곤 바르지 말라 하신다.


이럴 거면 엄마가 키우던가-.


육아를 하는 나에게 조언이랍시고 헐뜯는 친정엄마를 볼 때마다 목구멍에서 맴도는 말을 꾹 삼켰다.


육아와 관련된 이견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엄마의 간섭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결국 난 스스로 친정과 약간의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거리를 두기 시작하니 놀라울 만큼 육아삶의 질이 늘어났다. 일단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지니 편안한 마음이 앞섰다.  엄마를 두고 이런 생각을 하게  줄이야.


한 바탕 친정엄마와의 육아 갈등을 겪고 난 후 맘카페를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엄마들이 여럿 보였다. 이 쯤되면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랑 싸우는 일은 필수 코스인 것 같다.


엄마, 나도 엄마예요.

그러니까 걱정은 그만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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