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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드 Jan 14. 2024

두렵고 짠했던 첫 일주일

한 달 살기를 적응하며

나트랑 Day9


베트남 나트랑에서의 첫 일주일을 보냈다. 이쯤 되니 많이 적응하여 한결 편한 마음으로 다니고 있지만, 역시나 처음에는 고된 과정이 있었다. 아이와 단 둘이 베트남까지 날아오는 것도 나름의 도전이었고, 공항에서 큰 캐리어를 낑낑대며 올리고 내릴 때마다 남편에게 그간 크게 의지함이 떠올랐다. 밤 비행과 연이은 버스 이동으로 녹초가 된 아이와 호텔에 들어섰을 때, 잘 도착했다는 안도와 함께 내가 참 겁도 없이 왔구나 싶기도 했다. 어쩌자고 외국으로 한 달 살기를 왔을까 덜컥하는 마음도 들었다.


도착 후 주말을 보내며 택시 타고 마트도 가보고 호텔 근처 식당도 가보았다. 그 발걸음 하나하나가 처음에는 두려움이었다. 우리가 탄 택시가 안전히 목적지까지 데려다줄까 겁이 났고, 이 식당에서 아이와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조심스러웠다. 밖을 걸어 다닐 때면 구글맵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길 찾으랴, 인도에 마구 세워진 오토바이 피해 다니랴,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쏟아져 나오는 도로를 아슬아슬 건너랴 신경이 곤두섰다. 연약한 아이의 손을 잡고 다니려니 낯선 세상이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한 번은 저녁 먹으러 식당에 가려고 길을 건너는데 크게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극도의 긴장으로 가까스로 길을 건너고 식당에 들어갔지만 내내 두통에 시달려 먹는 게 편치 않을 정도였다. 배앓이를 할까 싶어 식당에서 주는 물을 먹이지 않고 생수 주문하는 것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 또한 곤두세움의 하나였다. 


월요일이 되어 아이는 현지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첫날은 학부모도 함께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일정이 변경되어 아이만 보내게 되었다. 커다란 스쿨버스에 아이만 덜렁 태워 보내려니 참 싱숭생숭했다. 물론 케어해 주시는 선생님들도 계시고 다른 아이들도 많이 있었지만, 타국에서 낯선 버스를 타고 내가 모르는 곳으로 향하는 그 뒷모습을 보는 마음은 그저 불안하고 미안했다.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하는 성격이면서도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듯 "엄마, 학교 가는 거 좀 기대돼."라고 말하는 아이에게서 애쓰는 모습이 느껴졌었다. 내 욕심에 아이에게 너무 무리한 도전을 시키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뿌연 구름처럼 속에 가득했다.


하지만 역시 아이는 나보다 나았다. "엄마, 학교 진짜 재미있어. 놀이터에 세 번이나 나가서 놀았어." 첫 등교에 많이 긴장했을 텐데 다행히 바깥 놀이 시간이 많았던 모양이다. 걱정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그러나 어려움 또한 있었다.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변기 레버가 처음 보는 형태여서 혹시나 잘못 누를까 봐 아예 쓰지를 못하고 나왔단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그 긴 시간을 화장실 한 번 못 갔다는 고백에 마음 한구석이 다시 무너졌다. 아까 본 그게 변기 레버가 맞으니 누르면 된다고, 한번 해보고 안 되면 선생님이나 친구에게 물어보면 도와줄 거라고 찬찬히 설명해 주었다. 이렇듯 아이는 하나하나 얼마나 낯설고 조심스러웠을까.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려나 싶더니 이번에는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다. 학교 점심밥이 입에 안 맞아 잘 먹지 못하겠단다. 베트남 쌀의 식감과 향이 무척 낯설었던 것이다. 입맛 때문인지, 학교 생활에 대한 긴장 때문인지, 혹은 현지 물과 음식이 맞지 않는지 아이는 삼사일 동안 약한 물갈이 증상을 보였다. 아침부터 멀미하듯 속이 안 좋아 잘 먹던 조식 뷔페도 먹는 둥 마는 둥 했고, 학교에서 나오는 모든 간식과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평소에 식사만큼은 너무도 맛있게 훌륭히 해냈는데, 밥 앞에 시름시름한 아이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한국에서 챙겨 온 약도 먹이고, 저녁에는 한식당을 찾아 칼칼한 음식도 먹여보았다. 효과가 있었던 걸까, 점차 적응한 덕분일까? 다행히 이제는 아침 컨디션도 훨씬 나아졌고 학교 점심도 잘 먹게 되었다. 이렇게 또 시련을 거치며 적응하는 아이를 보니 기특하고 짠하고 여러 마음이 들었다.


이처럼 첫 일주일은 이래저래 마음 졸이는 순간들이 많았다. 핸드폰 카메라는 연신 멋진 풍경과 새로운 음식을 담아내느라 바빴지만, 정작 내 마음은 사뿐히 감탄하고 진하게 긴장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적응해 낸다. 아이와 나는 이 과정을 몸소 겪어내며 기뻐하고 있다. 속이 편해져서 너무 좋다고, 오늘은 학교 밥이 정말 맛있었다고 신이 나서 이야기하며 말이다. 


이번 주말은 첫 주의 긴장을 온전히 풀 수 있도록 편안히 보내려 한다. 여행자 모드보다는 동네를 천천히 걸으며 아이가 좋아하는 탐험 떠나기, 바닷가 거닐기, 마트에서 맛있는 간식거리 사 오기 등 소소한 일상으로 채우기로 했다. 낯선 곳이 익숙해지는 기분! 내가 여행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 기분을 아이와 함께 공유하길 바라며 말이다. 그리고 어디서든 즐거운 일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을 함께 키우는 마음으로. 


두렵고 짠했던 일주일, 이젠 웃으며 안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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