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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드 Jan 15. 2024

이방인

베트남 한 달 살이가 시가 된다면

이방인

-클로드-


낯선 곳,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 속 낯선 언어

내가 느끼는 이질감과

이곳이 나에게 느끼는 이질감은

어떻게 다를까


설렘, 긴장, 즐거움, 두려움이

라탄 매듭처럼 오가는 지금

이곳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호기심과 걱정 어린 눈동자를 들키곤 하지만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이지만

그 느낌을 담아 내는 게 여행자의 할 일


서로가 서로에게 순한 미소로 마주하길

그렇게 푸욱 녹아져 지내보길

이방인의 두 손을 모아봅니다





베트남 나트랑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있어요. 지금 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문득 낯선 것은 저 뿐만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를 마주하는 이곳 사람들 역시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 외국인 여행자가 낯설겠지 않을까요? 베트남인이 아니라는 정보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저를 보며 제가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요청하는지, 어떤 느낌을 받거나 반응하고 있는지 살피기도 할거에요. 타인을 대할 때 어느정도의 긴장감은 있지만 그것이 서로 외국인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런 긴장 속에 한 일화가 있었어요. 관광객 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로컬 식당이었는데요,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외국인 손님인 저에게 주문을 받으시는 그 순간동안 아무런 표정의 변화나 한마디 말이 없으셨죠. 저는 메뉴판의 메뉴를 말씀드렸고, 주인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몸을 돌리셨어요. 그 잠깐의 순간, 저는 요새 연습중이었던 한 마디를 내뱉었어요. 

"씬 깜언" 

베트남어로 "감사합니다"를 뜻하는 말이이에요. 그러자 주인 아주머니의 표정에 변화가 찾아왔어요. 살짝 무뚝뚝해 보이는 무표정한 얼굴은 금세 걷어지고 입꼬리가 솔직하게 올라가 양 볼에 푸근함이 느껴지는 그런 미소를 보여주셨어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죠. 나의 서투른 베트남어 한 마디가 무언가를 녹인 느낌이랄까요.

이처럼 외국에 머무른다는건 사람을 대하는 찰나의 순간에도 긴장과 안도가 오가요. 즐거움과 두려움이 시시때때로 교차하지만, 이 또한 여행에서 얻는 경험이라고 배웁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외국인이지만 되도록이면 순한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대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저 또한 노력해 봅니다. "씬 깜언" 이 불러일으킨 미소의 기적을 믿으면서요.

머무는 동안 너무 이질적인 존재로 튀는 대신에 지금 있는 이곳에 어우러지는, 그러면서도 이곳 사람들과 미소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이방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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