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한 달 살이가 시가 된다면
베트남 나트랑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있어요. 지금 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문득 낯선 것은 저 뿐만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를 마주하는 이곳 사람들 역시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 외국인 여행자가 낯설겠지 않을까요? 베트남인이 아니라는 정보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저를 보며 제가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요청하는지, 어떤 느낌을 받거나 반응하고 있는지 살피기도 할거에요. 타인을 대할 때 어느정도의 긴장감은 있지만 그것이 서로 외국인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런 긴장 속에 한 일화가 있었어요. 관광객 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로컬 식당이었는데요,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외국인 손님인 저에게 주문을 받으시는 그 순간동안 아무런 표정의 변화나 한마디 말이 없으셨죠. 저는 메뉴판의 메뉴를 말씀드렸고, 주인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몸을 돌리셨어요. 그 잠깐의 순간, 저는 요새 연습중이었던 한 마디를 내뱉었어요.
"씬 깜언"
베트남어로 "감사합니다"를 뜻하는 말이이에요. 그러자 주인 아주머니의 표정에 변화가 찾아왔어요. 살짝 무뚝뚝해 보이는 무표정한 얼굴은 금세 걷어지고 입꼬리가 솔직하게 올라가 양 볼에 푸근함이 느껴지는 그런 미소를 보여주셨어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죠. 나의 서투른 베트남어 한 마디가 무언가를 녹인 느낌이랄까요.
이처럼 외국에 머무른다는건 사람을 대하는 찰나의 순간에도 긴장과 안도가 오가요. 즐거움과 두려움이 시시때때로 교차하지만, 이 또한 여행에서 얻는 경험이라고 배웁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외국인이지만 되도록이면 순한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대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저 또한 노력해 봅니다. "씬 깜언" 이 불러일으킨 미소의 기적을 믿으면서요.
머무는 동안 너무 이질적인 존재로 튀는 대신에 지금 있는 이곳에 어우러지는, 그러면서도 이곳 사람들과 미소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이방인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