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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드 May 01. 2024

이 글을 시작한 그 마음을 좋아해

4월은 또다시

4월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나에게 4월은 특별한 달이라고 생각했다. 삶의 굵직한 이벤트들이 많이 일어난, 기억할만한 일들이 많은 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겨우 세 편의 글을 써낼 수 있었다. 호기로웠던 포부가 살짝 부끄러웠다. 나는 쓰지 않은 것일까, 쓰지 못한 것일까. 예상만큼 쓸만한 소재들이 많지 않았던 걸까? 더 많은 4월들을 보내면 그땐 쓸 수 있는 걸까? 아니면 4월의 넘어짐에 대해 다시 쓰는 건 진부하고, 새롭게 쓰기엔 아직 내가 충분히 새롭지 못한 탓일까. 이유가 무엇인지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 4월이라는 작은 챕터를 넘기기로 했다. 포부 담긴 계획을 슬며시 웃으며 보내주는 여유를 가져보기로 했다. 계획과 현실 사이의 여백 그곳이 내가 앉아있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4월의 캠핑, 나의 여러 생일들, 대학 중간고사 기간, 호주에서의 적응, 유채꽃밭, 그리고 공황의 발단.


나는 이런 것들을 쓰려고 계획했었다. 몇 개의 글들은 쓰다가 무미건조하여 그만두었고, 몇 개의 글들은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아 시작하지 않았다. 다른 몇 개의 글들은 잘 모르겠다. 겨우 3편만 갖춘 <내 삶의 사월들>은 다소 작심삼일 같지만 그 시작만큼은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 지난 삶의 특정 달을 떠올리며 글을 쓰겠다는 그 결심은 스스로가 피워낸 벚꽃 같은 것이었다. 기대했고, 환호했지만, 짧았다. 하지만 다음이 있다. 꽃송이를 대신해 초록이 풍성한 계절을 맞이하고 있고, 아름다움이 순서대로 오고 갈 것이다. 그러면 또다시 만나겠지, 새로운 4월을.


달이 바뀌어 5월이 왔다. 봄의 한복판을 지나왔다. 그리고 나는 지금 어딘가의 한복판에 서있다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든다. 어쩌면 그것은 꽤 평평하게 오래 지속될지도 모른다.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 중 어디가 길고 짧은지 대보기 어려우리만치. 그 한복판을 걸으며 충분히 흡수하고 풍성히 발산하고 싶다. 책과 글, 콘텐츠 이런 것들에 휘감기고 휘감으며 양껏 호와 흡을 반복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이렇게 일단락시킨 4월에 대한 글도 언젠가 나이테를 넓혀가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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