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빴다.
글쓰기를 놓고 지내던 사람의 핑계를 대본다. 글을 쓸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팩트이고, 글과 거리 두기를 하고 지냈던 것은 솔직한 마음이다. 핑계를 좀 더 길게 늘어뜨려 놓아 본다면, 이사준비를 하느라 바빴고, 이사 후 정착과 적응의 시기로 정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요즘은 아이의 전학과 새 동네, 학원 적응 때문에 회사 일도 얼기설기 늘어진 니트처럼 구멍 숭숭이다. 글에 등을 돌리고 외면했던 것도 있다. 연이은 공모전 도전에 낙방하고 낙심했다. 글을 써서 뭐 하나 싶었고, 내가 쓸 거리가 있는지, 능력은 있는지, 다 떠나서 쓰고자 하는 진심이나 열의는 있는 것인지… 묻지도 대답하지도 못했다.
그랬던 내가 다시 패드를 열고 키보드를 펼쳤다.
한동안 잠수 타듯 잠잠했던 sns계정에 다시 발자국을 남기기 시작했다. 사진을 올리고, 짧은 글을 쓰고, 1일 1 스레드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 학원 시간에 카페에 앉아 각 잡고 글을 쓰고 있다. 그야말로 지난 시간 뽀얗게 쌓인 먼지를 후후 털어내고 있다. 책상 정리 후의 개운함처럼 짐인 줄도 몰랐던 마음 한구석이 시원해졌다. 아, 나는 정말 쓰고 싶었던가보다. 그 마음도 모르고 지냈나 보다.
하지만 막연했다.
무얼 쓸까,,, 대주제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 집중해서 쓰면 그럴듯한 묶음이 될 것 같은데, 나는 무엇을 정해놓고 쓸까. 여행기를 다시 펼쳐놓아 볼까, 성장 이야기에 집중해 볼까, 진행 중인 워킹맘의 애환을 나눠볼까. 그 무엇도 아닌 감각으로 가득 찬 시 공부를 해볼까. 생각만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결론은커녕, 발전시키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쓰는 사람이 되어보기로 했다.
내가 뭐라고 주제씩이나 정해놓고 목차 채울 욕심부터 챙기나. 일단은 열심히 써보자. 글쓰기 근력을 키워 쓰는 사람이 되어보자. 그렇게 쓰다 만나게 될 생각과 넓어질 세상을 기대해 보자. 그 외의 것은 다음 물결에 만나보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것이 나의 구원이라는 것이다.
글을 놓고 지내던 몇 달, 그러다 책 마저 놓고 지내던 날들… 잘 지내다가도 문득 시름시름해졌다. 바쁘고 알차게 보냈지만 나는 어디에도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상실감이었을까. 그러다 작게나마 스레드를 다시 시작하니 한줄기 숨통이 트였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오랜만에 카페에 앉아 미타임을 가지니 살 것 같은 느낌!! 내가 꾸려가는 이 시간은 어떤 원대한 목적 이전에 나의 구원이었던 것이다.
다시 시작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니 쓸수록 용기가 생겨났다. 용기는 실천에서 돋아나는 것임을 몸소 겪는 시간이다.
시작하며 용기를 얻고, 멈추다 다시 만나니 구원임을 알게 한 글쓰기. 그렇게 다시 쓰는 사람으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