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회사 게시판에서 나를 두근거리게 한 게시물을 만나게 되었다. 사내 북클럽 리더 모집 공고. 회사 북클럽에 참여해 본 적이 있고, 회사 밖에서도 온라인으로 혹은 일회성 오프라인 북클럽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북클럽 리더를 해보거나 준비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공고문은 예고 없이 내 마음을 움켜쥐었다.
그동안 북클럽에 참여하며 즐겁고 유익했지만 나름의 갈증이 있었다. 모임의 대주제와 그에 따른 커리큘럼, 각각의 도서들을 내 손으로 꾸려보고 싶었다. 매달 다른 책으로 연결해 가는 흐름을 만들고 싶었고, 그 밑그림에서 서로 다른 생각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나서는 걸 주저하는 게 더 익숙하지만 이번엔 하고 싶은 마음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요즘 모토로 삼은 생각이 힘을 보탰다. "할까 말까 고민이 된다는 건 하고 싶다는 뜻이다" 해보고 싶다는 이 생각의 편을 들어주기로 하고 사내 북클럽 리더 모집에 지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클럽의 이름을 정하고 어떤 카테고리의 책으로 어떤 토론을 지향하는지 소개하는 글을 작성했다. 그리고 4개월 간 읽어나갈 책 리스트를 채워갔다. 인문학을 중심 키워드로 잡고 뇌과학, 심리학, 철학 순으로 도서를 배치했다. 과학적 원리로 스스로를 알아가고, 나와 맞닿은 세상을 이해하며, 다른 사람과의 토론을 통해 결국에는 내 세상이 확장되는 경험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첫 북클럽을 기획해 보았다.
설레며 만들고, 호기롭게 제안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일을 꾸민 듯 침묵한 두 볼은 뜨겁게 상기되었다. '막상 선정되면 어쩌지?', '사람들이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별로 관심이 없으면 어쩌지?' 등의 생각들이 마음속에 울렁댔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는 "나 미쳤나 봐"하고 말하며 내가 무슨 일을 벌인 건지 긍정도 부정도 아닌 난감한 수줍음만 내둘렀다. 혼란은 있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런 걸로 봐서 정말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마음이 시킨 그 도전을 물에 띄워놓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과연 개설될지, 어떤 분들이 와주실지, 내가 어떻게 해낼지 하는 이 모든 것들을 말이다.
또다시 어느 날, 회사 게시판에 두둥! 하고 기다리던 게시물이 올라왔다. 여러 북클럽이 개설되었고, 그중에 내가 리더로 제안한 북클럽도 포함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나의 걱정과는 달리 8명의 꽉 찬 멤버 리스트를 받게 되었다. 신기하고 감사했다. 한 가지 놀랐던 건 나와 큰 인연이나 친분의 기회가 없었던 분들이 많이 신청해 주셨다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 다시금 얼떨떨했지만 어찌 보면 더 감사할 일이었다. 그리고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깊이 알지 못하기에 더 솔직하고 자유로운 토론이 될 수 있고, 또한 이번 북클럽으로 즐거운 인연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첫 북클럽 <나를 확장하는 인문학>이 개설되고 나의 첫 멤버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후의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