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100일 차, 20200625
코로나 바이러스 일기를 100회째 쓰고 있다. 오래도 썼다. 100일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이 글의 이름을 코로나 바이러스 일기로 붙이고 있다니 아쉬운 상황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삶의 양식이 많은 부분 바뀐 것은 굳이 언급을 안 해도 될 것이다. 그로 인해 좌절도 많았고 틀어진 계획도 많았고 그리움도 더불어 많아졌었다. 반면에 그로 말미암아 이러한 글을 쓰게 되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덕분에 100회가 되기까지 이 글을 쓰고 있다. 매일 무엇이든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은 때로는 도전이었고 어떤 날은 한 없이 많은 내용을 쓰고 싶음에도 스스로가 정한 양식에 갇혀서 다 풀어내지 못해 아쉬움도 있었다. 그래도 하루하루 거르지 않고 글을 써나가는 일은 내가 글을 쓰는 것에 얼마나 흥미가 있고 주변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며 내가 앞으로도 글을 써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자그마한 청사진을 보여주었다. 이 내용과 연결된 사진을 소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내가 찍는 사진과 글을 통해 감정을 전달할 수 있었고, 부족하게 그린 그림으로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하는 계기도 가질 수 있었다. 몇몇 분들이 보여준 소중한 감상은 글을 쓰고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는데 큰 동기부여가 되었고 그러한 소통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글을 써서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보잘것없는 하루하루가 쌓여서 삶을 형성한다. 우리 매일이 하루를 쌓아간다고 생각했을 때, 전 세계 인구수를 약 80억으로 잡았을 때 오늘 하루에 80억 일 분의 날들이 쌓였다. 그 쌓인 날들이 내일은 두 배가 되고 모레는 세 배가 되고. 그렇게 우리의 삶들이 쌓아져 가지만, 아무도 이것에 관심이 없다. 흩어져 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만도 못한 나의 가냘픈 글들은 그 누구의 마음에 안식을 주지 못하고, 앞으로도 안식을 주지 못할 것을 명확히 알면서도 계속 글을 쓰고 싶은 것은, 나의 삶은 그 80억의 하루와는 조금은 다르고 싶다는 발악인 것일까.
높아져가는 자의식과 삶에 대한 기준 그리고 마주하는 현실의 괴리는 계속 넓어져만 가기에, 내일이 찾아오면 넓어질 그 간격을, 눈을 붙이지 않으면 아직 날이 지나지 않았다고 위로하면서 뒤로 눈 흘리며 바라본다. 이런, 소금기둥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