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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폐관수련인 Jun 29. 2024

가족과 함께 세계 속으로(Deutschland) 편

아들 없는 가족여행 - 베를린(Berlin) 편


서양권을 처음 마주한 사랑과 열정의 가족


드디어 가족들이 독일에 왔다. 사실 2달 된 이야기지만 이제야 써보려고 한다. 

학위발표 참가를 위해 가족들이 한국에서 왔다. 3일 정도의 여유를 두고 독일을 둘러보기로 했다.

나는 발표 연습 때문에 일정을 함께 할 수 없었다.

아들 없는 가족여행 시작.

 

가족 시점 - 인천공항 - 핀란드 헬싱키 경유 - 베를린 공항 도착


가족 여행 1일 차 이동 경로
핀란드 항공 타고 옴

일부로 화장실 바로 앞 칸에 가족 셋이 자리 예약을 했는데, 생각보다 자리가 너무 좁아서 고생하셨다고 한다.


출발전 사진 보내줌
처음에만 괜찮지 시간 지날수록 많이 힘들었다고 하신다.


아니 근데 분명 옷을 좀 따뜻하게 입고 오라고 말씀드렸는데, 곧 죽어도 멋 부리는 우리 가족들이다.

이때 4월 말이었는데, 밤에는 온도가 영하권까지 떨어졌었다.

출발 전에 동생 자리만 화면이 나오지 않아 WIFI를 무료로 제공받았다. 그래서 계속 연락을 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이게 더 좋았던 것 같다. 북유럽으로 가다 보니 혹시나 중에 오로라를 있을까 해서 동생도 잠을 자고 사진 촬영에 열을 냈다.


북유럽의 하늘

오로라는 없고, window 배경화면을 얻었다.

여전히 잠을 못자는 두 분

우리 가족들은 머리 털나고 처음으로 서양권의 국가에 가는 거였다. 긴장이 되셨는지 두 분 다 잠을 못 주무시고 오셨다. 내가 너무 멀리 떨어져 사는구나...


- 본인 시점 - 베를린 폐관수련 중


당일 날씨

가족들이 오니까 왜 이리 긴장이 되는지 내가 다 잠을 못 잤다. 내가 박사가 다는 것보다, 가족들이 이곳에 와서 함께 한다는 더 기뻤다.


기내식이 많이 부실해서 도시락을 싸들고 감.

나는 이때 자고 있어서 몰랐었는데, 가족들이 당일 새벽 5시에 핀란드 공항 도착해서 경유하는데 쌩 고생을 했다고 한다. 비행기가 연착하는 바람에 2시간 만에 경유하는데, 뛰어가고 또다시 짐 검사를 하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 안절부절못했었다고 한다.


급한 마음에 게이트에서 신분 검사를 하는데, 아버지가 영어를 잘 모르시다 보니 언제까지 있을 거냐는 질문에 한국말로 4월 28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해 보니 진짜 웃기네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꿀잠 자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더 긴장이 되어서 늦게 일어날까 봐 더 걱정이었다. 내가 자느라 전화도 못 받고 가족들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하나 싶었다.

다행히 도착은 함

학위 발표가 24일 수요일이었는데, 가족들이 일요일에 왔었다. 10년의 꿈인 박사 학위에 마음이 싱숭생숭해도 가족들이 오니까 다른 부분으로 마음 들뜬다.


바로 저기 왼쪽에서 나오는 가족들


2년 만에 만나는 가족들

처음에 선글라스 끼고 있어서 못 알아봤다고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도 잠시, 빨리 피곤한 몸을 휴식하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기념사진 1
기념사진 2
기념 사진 3, 4


무사히 도착한 기념으로 길을 가던 외국인 분께 사진 찍어달라고 요청드렸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Berlin Ostkreuz 역 도착

4년 동안 매일 이 자리에서 이 시간에 혼자 출근을 했는데, 가족들이랑 함께 있으니까 참 감회가 새롭다.


집으로 가는길 트램


동생이 신기한지 사진을 이리저리 많이 찍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가 다리가 아프셔서 잘 걷지를 못하셨다. 장시간 비행 때문인 것도 이유가 있지만, 근육을 풀어주지 않으셔서 그런지 쥐가 자꾸 난다고 하셨다.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받으시고, 갑작스럽게 울퉁불퉁한 유럽 길을 걸으려니 무리가 오는 것이다. 빨리 쉬어야지.


집 근처에 호텔에 예약을 해놨었는데, 체크인이 오후 3시였다. 식사도 할 겸, 짐만 잠깐 우리 집에 맡겨놓고 구경을 하기로 했다.

분홍빛 건물 벽지에 컬처쇼크 온 울엄마
 짐정리와 밥을 하는 가족들

방에 들어오자마자 한국에서 가져온 각종 의약품, 생활 용품, 그리고 식재료들을 꺼내셨다. 집이 너무 좁아서 아쉬웠는데, 다음번에 가족들이 오기 전에는 좀 더 큰 집으로 이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사는데 월세 100만 원 내는 것도 좀 그렇다, 방이라도 넓어야지.

잠깐 눈 좀 붙이시는 부모님

발표 연습 중에 동생이 찍어줬다. 어디 근처 카페라도 가서 연습하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해 보니 4년 동안 여기 근처 카페를 가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가족들이 걱정되어서 어디 나가 있을 수도 없었다.

진짜 이사를 하던가 해야지 소파도 없는 집이라 가족 4명이 잠도 자는 공간이 불편했다.


정말 깜짝 놀랐던 것은 주무시던 엄마가 갑자기 발가락이 쥐가 난다며 심장까지 아프다고 하셨었다. 식은땀이 절로 났다. 어머니에겐 8000km는 너무나도 먼 거리였던 것이다. 다행히 혈액순환제를 드시고 잠을 청하셨다. 다음에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미리 연습 좀 해야겠다. 건강이 위급할 때 아무것도 못하는 머저리로 남긴 싫다. 


이후에 체크인 시간이 되어서 호텔로 이동했다.

저 멀리 보이는 내가 사는 아파트

첫날 일정이 엄청 빽빽했는데, 여행이고 자시고 건강이 우선이기 때문에 다 취소했다. 가족들이 일단 잠을 좀 자고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4명이서 먹을 수는 있는 테이블이네

저 공간창출한답시고 디자인한 테이블이 맘에 걸렸는데, 그래도 가족들이 한자리에서 함께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일 여행 일정을 토론 중인 아들 없는 아들팀 

사진을 찍었던 이 순간에도 가족들이 내 방에 함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가족들이 진짜 여기와 있구나 했다.

4월 말의 패션

이 날 진짜 너무 추웠는데, 온도가 3~6도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변덕스러운 베를린 날씨 때문에 가족들이 패딩 사러 간다고 일정을 바꿨다.

달이 보름으로 꽉 찼다.


이렇게 가족들의 서양권 첫 밤이 졌다.


아들 없는 가족 여행 1일 차


나는 집에서 계속 발표 연습하고, 가족들이 독일을 둘러보고자 했다. 

가족들은 유럽의 백화점에 가서 쇼핑도 좀 해보고 싶은 것도 있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웠다.

뭔 4월 말에 우박이 내리지? 베를린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내가 함께 동행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걱정만 한 가득이었다. 혹여나 인종차별을 당한다면 정말 마음 아플 것이다. 제발 별일 없었으면 했다.

4월 말에 유박이 내리는 벨린 날씨

먼저 베를리 돔부터 가고 싶어 해서 U-bahn 까지만 같이 갔다. 가족들이 이곳에 왔다는 기쁨도 잠시, 끝까지 기분 좋게 동행하려면 발표를 잘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에, 좋은 건 좋은 거고 해야 할 건 해야 한다고 마음을 계속해서 다잡았다. 


Museumsinsel에서 내려야 됨

어디서 내려야 된다고 말해줬는데, 몇 번 다시 갈아타서 갔다고 한다. 결국 길을 못 찾아서 Alexanderplatz로 갔다. 근데 여기로만 가면 휴대폰 전파가 통해서 기껏 로밍해 온 것이 소용이 없어졌다. 그래도 그게 자유 여행의 묘미지.


가족들이 유럽 와서 가장 불편해했던 건

1. 화장실을 찾기 어렵다.

2. 화장실에 돈을 내야 한다.


이 두 가지였다. 그래서 가족들이 매번 화장실을 찾기가 어려워서 카페를 들러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Alexanderplatz에서 유명한 백화점

여기서 가족들이 패딩사고, 옷도 사고 그랬다고 한다. 특히 아버지는 이 날 나한테 요리식기를 사주 셨는데, 기존에 쓰고 있던 국자가 너무 흐믈해서 비싼 걸 사주셨다.

가자마자 화장실이 급해 화장실 겸 커피
베를린 세계 시간 시계와 텔레비전 타워

너무 걱정되어서 영상통화 했었는데, 신호도 잘 안 잡히고 메시지도 전달이 잘 안 되었다. 동생은 길잡이 역할로 길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임에도 인터넷이 안되어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아주 답답했다고 한다.

밖에서 추워 뒤지는데 오갈 곳은 없고, 배고픈데 근처 한식당 검색도 안되고, 이때 나랑 전화를 몇 통 했었다.

그러다가 겨우 Curry wurst 61 점 발견해 들어가 밥을 먹었는데도 영 시원찮다.

그래도 받은 사진들 보니 잘 돌아다닌듯하다.

머리털 나고 처음 먹는 커리부어스트, 맛은 생각했던 그대로

표정들을 보니 실망이 많다. 독일권의 음식은 생각보다 우리 입맛에 맞지 않다.

Alexanderplatz 는 베를린 인싸들의 거리지

밤에 가면 위험하긴 한 곳. 밤에는 술병도 던지고 참 위험하다.

가족들이 정거장을 잘못 내려 들르게 된 곳이라서 기왕 온 거 Alexa 백화점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차마 가족들한테 여기서 텔레비전 타워를 올라가라고는 못하겠다. 볼 게 그다지 있진 않다.

무슨 드라마 촬영이라고 했는데 운도 좋다
아들 없는 아들여행 만끽 중 1
아들 없는 아들여행 만끽 중 2
아버지나 나 따라는 행동임

내가 하도 동물들이 따라댕긴다니까 아버지도 한번 해 보려고 하셨다고 한다. 아니 근데 손바닥에 먹이가 없는데?

아들 없는 아들여행 만끽 중 3
크루저 관광 사진

보통 베를린 관광 오신 분들은 저거 탄다고 한다. 예매라도 해드릴 걸 그랬다.

아들 없는 아들 여행 만끽 중 4
베를린 구 박물관

4년 전에는 혼자 여길 왔었는데, 가족들이 4년 만에 나 대신 들러준다.

베를린 돔 티켓 인증

동생이 알뜰하게 국제 학생증을 가져와서 할인받았다고 한다. 받아 본 사진을 보니 참 오랜만에 느껴지는 감정이 든다. 

베를린 돔 내부 1


베를린 돔 내부 2


베를린 돔 내부 3
베를린 돔 내부 4

여기서 혼자 와서 앉아 울었던 기억이 난다. 저기 오른쪽의 교회의자(Cathedra)에 앉아서 뭔지 모를 벅차 오른 감정 때문에 꺼이꺼이 울어 댔었다.

베를린 옥상 층 가는데 다리가 아픈 두 분

시차 적응도 적응이지만, 유럽의 길들이 부모님께 너무 피곤스럽다고 보였다. 울퉁불퉁한 길들이랑 이런 좁은 환경들이 피로가 빨리 누적되게 만드는 것 같다. 다음에는 내가 자동차 면허를 따던가 해야겠다.

베를린 돔 옥상 뷰 1
이와중에도 우박이 내림
베를린 돔 옥상 뷰 2
외국인 할아버지께서 찍어주신 사진

동생이 말하길. 웬 어르신이 사진 찍어주시겠다고 휴대폰을 달라고 하셨단다. 다짜고짜 휴대폰 달라고 하셔서 소매치기를 순간 생각했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인자해 보이셔서 믿고 맡겼다고 한다.

아주 잘 찍어주셨다. 유럽에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 어딜 가도 많다. 눈에 잘 안 보일 뿐이다.


베를린 돔 모형
화장실 가려고 카페 감


첫날은 Berlin dom + Alexanderplatz 만 관광하고 마무리하셨다. 아무래도 엄마 다리가 아파서 돌아온 것이다. 거기서 여기 오는데도 시간이 좀 걸리는데, 그래도 잘 찾아왔다.


집에 와서 REWE를 들려 장을 봤는데, 미리 장 봐 놓은 고기로 오늘의 무사고 여행을 축하했다.

저녁 먹고 아버지랑 동생이 뭔가 아쉬움이 남았었는지, 또 나가보겠다고 하셨다. 이미 해가 지고 어두워지려고 했기 때문에 엄마는 내 방에서 잠시 쉬시고, 이번에는 내가 같이 동행했다. 2시간 만에 Brandenburger Tor - East side gallery까지 찍고 오는 것이었다.

Brandenburger Tor
사진 진짜 잘나왔네
브란덴부르크 문 인증숏

이 시기에 보통 조명을 비춰주거나 그랬는데, 오늘은 원본 그대로 할로겐 등과 함께 볼 수 있었다.

운이 좋은 건지, 좋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버지는 매우 흡족해하셨다.

호텔 아들론 앞


언제 여기 또 와 보겠냐며 피곤이 몰려와도 보고 싶으신 아버지다. 그래서 옆에 있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까지 빠르게 다녀왔다.

홀로 코스트 메모리얼 인증샷

시간이 없어서 급하게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했었다. 베를린의 상징 중에 하나인 형제의 키스를 보러 Warschauer 역으로 향했다.

이스트 사이드 몰

이때 시기가 대마가 합법화되어서 그런가 어디 길만 나가도 대마 냄새가 심했었다. 괜히 가족들이 이런 걸로 걱정 안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멀다 멀어 그래도 다행히 시간 맞춰서 도착했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형제의 키스 인증샷


베를린 장벽으로 만든 벽화들을 볼 수 있었는데, 내 기억에는 작품들을 주기적으로 바꾸는 것 같다. 이건 유명해서 내버려두는 건가.

베를린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벽화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밤거리 1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밤거리 2


다행히 예상한 시간에 맞게 일정이 진행되어서 가족들 모두 10시가 되기 전에 호텔로 돌아갔다.

시차도 시차인데, 아픈 다리가 말썽이었다. 장시간 비행은 무조건 스트레칭과 혈액순환이 필수인 것 같다.


이렇게 가족들의 베를린 두 번째 밤이 졌다.


아들 없는 가족 여행 2일 차


이 날 일정은 체크포인트 찰리 - 샤를로텐 부르크 성이었다.


가족들은 베를린 굿모닝 호텔이라는 곳에서 묵었는데, 리뷰에서 봤던 것보다 음식이 잘 나와서 나름 괜찮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식에 치중된 우리 가족들에게 빵식은 이틀 이상 먹기 힘든 것 같다

이날은 내가 디펜스 전날이기 때문에 나랑은 간단한 인사만 하고 바로 출발하셨다.

체크 포인트 찰리 가는 길
체크 포인트 찰리 인증숏
체크 포인트 찰리 뷰 1

길거리에 차가 다녀서 위험했다고 한다. 그래도 관광할 건 다 보셨다.

체크 포인트 찰리 뷰 2

내가 같이 갔으면 설명을 좀 해드리는 건데, 너무 도로 한가운데 저것만 있어서 왜 있는지 궁금해하셨다고 한다. 

한국에서 해 온 로밍이 거의 먹통이기 때문에, 여기서 독일 유심으로 갈아줬다. 역시 알디톡 만한 게 없다.


가족들은 빠르게 샤를로텐 부르크 성으로 이동했다.

샤를로텐 부르크 성 정원
생각보다 밥 먹을 곳이 없어서 근처 길바닥에 앉아 드셨다고 한다

나도 여기는 가본 적이 없는데, 가족들이 대신 여행해 준 셈이다.


샤를로텐 부르크 성 내부 1
샤를로텐 부르크 성 내부 2
샤를로텐 부르크 성 내부 3
샤를로텐 부르크 성 내부 4


가족들 솔직 후기는 사실 볼 게 그렇게 많지 않다고 했다. 가족들이 다들 모르고 간다고 모르고 가는 재미를 느끼는 성향이 아니라서 가이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샤를로텐 부르크 성
성 인증샷
성 외각 인증샷

이 날은 두 개의 일정만 거치고 숙소로 복귀하고 싶어 하셨다. 점점 시차가 버겁고 많이 지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목적 없이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집에서 편히 쉬고 싶으신 것이었다.

가족들 모두 Power J라서 그런가 아무튼 트램을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봤던 풍경이 더 볼거리가 많았다고 하셨다.

숙소로 복귀하는 가족들

내가 맨날 가던 백화점이 어디냐고 물어보시길래 알려드렸는데, 한 번 가보고 난 뒤로는 다신 거기서 옷 사지 말라고 그러셨다 ㅋㅋㅋ 일단 숙소 복귀해서 저녁먹으러 다시 오시겠다고 한다.

엄마표 요리 영상
오늘도 고기반찬
숙소로 복귀하는 가족들

내 인생 운명의 전날 밤, 베를린 3일 차가 저물었다.

이상하게도 가족들이 같이 있는 이 기간 동안 불면증이 고쳐졌다. 아무래도 나도 모르게 나는 이미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다.


자 이제 학위 따러 가야지


아들 없는 가족 여행 3일 차


이 날은 박사 학위 디펜스를 하는 날이었다.

연구실까지 같이 동행하는데 나는 가서 최종 준비를 할 동안 가족들은 잠시 학교 근처를 둘러보기로 했다.

Frankfurter Allee 역 내부에서

4년간 매일같이 이 자리에서 출퇴근을 했었는데, 가족들이 같이 있다니 뭔가 마음이 이상했다.

연구실 근처에서

혹여나 길을 못 찾거나 시간 맞춰 못 올까 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연구실의 한국인 학생들이 가족들과 동행해줬다. 인복이 없는 건 아닌 모양이구나 난.


동생이 찍어준 당일 사진들


일단 여기에 모셔두고 난 연습하러 갔다.

학교 정문 앞에서
TU Berlin Lichthof



Mensa에서


Mensa 앞에 있는 Berliner bear 동상인데, 본인 아들과 닮아서 찍었다고 하셨다.

동행한 한국인 친구들이 도와줘서 고맙다.

카이저 빌헬름 교회 앞

나는 베를린에 4년 넘게 살면서도 여기 내부를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거의 집에 박혀 폐관수련만 하면서 지냈기 때문에, 생각보다 베를린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다. 가족들이 대신 여행해 준 곳들이 많은 것 같다.

카이저 빌헬름 내부 1
카이저 빌헬름 내부 2

이런 곳이었구나, 가족들 덕분에 알게 되었다.


나는 이때 매우 초조했다. 디펜스 시작 5분 전인데 가족들이 오질 않아서, 전화도 받고 참 놀랐었는데 다행히도 제시간에 맞게 도착하셨다.

한식당 점심시간에 음식이 너무 늦게 나와서 지체되었다고 한다.

티격태격하며 오시는 부모님

아버지와 내가 닮았는지 지도 교수님께서 바로 인사를 해주셨다. 정말 많이 놀랐다.

박사 학위 발표 사진
박사 학위 발표 사진 2
디펜스 이후 사진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다행히도 학위 발표를 잘 마쳤고 합격했다. 많이 아쉬웠던 점들은 앞으로 새로 시작할 인생을 잘 준비해 보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 발표를 위해 도와준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나를 도와줬던 이 외국인들을 보고 한국에 다녀오면 식사나 선물을 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독일에서 마지막 날 밤 저녁식사

가족들이 라면 끓여 먹자고 하셨다. 이제 내일이면 프라하로 떠나야 되어서 빠르게 짐 정리를 해야 했다.

나는 1달 뒤에 돌아오기 때문에 집 내부 정리도 시급했었네


동생이 REWE에서 살 것이 있다고 해서 함께 동행했다.

부모님은 먼저 숙소로 돌아가셨는데, 우리가 늦게까지 오지 않아서 걱정되셨는지 아버지가 마중 나와 계셨다.

마중 나온 아버지

가족들이 많이 놀랐던 점은 내가 영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썼다는 것이었다.

맨날 내가 상 받았다고 자랑해도 뭔 연구를 하는지도 자세히 몰랐었는데, 그나마 알게 되었다고 하셨다.


생각보다 너무 놀라하시는 것 같았는데, 다른 한편으로 나를 자랑스러워하시는 다른 표현이라고 받아들여야겠다. 


독일에서는 박사 학위 발표를 하면 박사 학위 모자를 준다.

나에 대한 상징적인 것이나, 좋아하는 것들을 장식해준다. 헬창 품목들이랑 크록스를 보고 아주 재밌어했다.

손흥민 선수랑 닮았다는데 0.0003초 닮거나 두 번 삶은 손흥민이 맞는 표현이겠다.

참 나에게 분이 넘치게 고마운 사람들

이렇게 준비해 줘서 너무 감사한 사람들이다. 받은 것만 많고 것은 없는 나의 또 다른 고향이다.

축화가 아주 맘에 든다


이렇게 4일 차 베를린의 밤이 저물었다. 드디어 가족들과 바라고 바랐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앞으로의 내 인생도 그럴 거지만, 박사 학위를 땄다고 해서 인생이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급하게 변하면 나는 결국 약속했던 자신을 버리게 되는 거다. 언제나 나는 꽉 막히고 고리타분한 생각을 갖고 있지만, 잘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더 샌님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드디어 17년의 꿈이 이루어졌다. 당신의 아들은 당신의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모질이를 지켜봐 줘서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태산이다.

나와 당신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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