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 테라퓨틱스(Nektar Therapeutics)의 실패
2018년 2월, BMS는 20개의 적응증(9개의 암종)을 대상으로 PD-1 항체 옵디보(Opdivo, nivolumab)와 CTLA4 항체 여보이(Yervoy, ipilimumab)를 넥타 테라퓨틱스의 벰펙(BEMPEG, NKTR-214)과 병용투여 치료제로 개발하는 조건으로 $3.6B을 투자한 바 있다. 계약금 규모만 $1B, 넥타 주식을 36% 프리미엄을 추가한 $850M 규모를 매수했고, 마일스톤 규모는 $1.8B 수준으로, 당시 역대 최대규모여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넥타 테라퓨틱스(Nektar Therapeutics)에서 진행 중이던 IL-2 임상을 모두 종료하고 BMS와의 $3.6B(한화 약 4조원) 규모로 맺었던 파트너십을 종료한다고 밝히면서 IL-2 작용제에 대해서 큰 이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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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루킨(Interleukin; IL) 파이프라인은 면역관문억제제가 바이오 시장을 리드하면서 부상하였다. 인터루킨은 체내에서 면역세포를 활성화(염증반응을 유발)하거나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터루킨과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투여할 시 면역관문억제제의 효능이 증대될 수 있다. 이 중 IL-2는 T세포를 증식 및 분화하는 역할을 한다. (병용투여 이외에도 ex vivo 상태에서 IL-2를 처리해서 면역세포를 분화시키기도 하는데, 주로 TIL을 개발할 때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IL-2는 베타(CD122) 및 감마(CD132), 또는 알파(CD25) 사슬을 가지는데 (이량체 또는 삼량체로 존재), 특이한 점은 알파 사슬에 결합하여 CD25 신호전달을 활성화하면 Treg가 활성화되고, 베타 사슬에 결합하여 CD122 신호전달을 활성화하면 Effector T Cell을 활성화시킨다는 점이다. 즉, 어느 사슬에 결합하느냐에 따라 작용기전이 완전히 반대되는 것인데, CD25에 대한 결합력이 더 높아(해리상수 10 pmol/L vs. 1 nmol/L, 1 nmol = 1,000 pmol) 부작용 이슈가 있었다. 기존 FDA로부터 승인받은 재조합 IL-2인 프로류킨(Proleukin, Aldesleukin) 또한 혈관누출증후군(VLS)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있어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기존에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암의 치료 효능이 높아 제한적으로 사용했다.)
이외에도 IL-2 계열은 생체 내 반감기가 짧아 약효능이 감소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반감기가 짧은 약물은 농도를 높임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데, IL-2는 부작용 이슈로 고농도 투여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L-2의 반감기를 늘리고, 부작용을 감소시키기 위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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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 테라퓨틱스의 벰펙(BEMPEG, NKTR-214)
넥타 테라퓨틱스는 IL-2의 부작용 이슈와 낮은 반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L-2에 PEG를 붙여 페길화(pegylate) 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IL-2 아미노산 사슬에 PEG를 6개 붙여 Prodrug 상태로 만든 후 PEG의 결합이 떨어져나가면서 약물이 활성화가 되는 것인데, PEG가 2개 붙어 있을 경우 이량체에 결합하고, PEG가 1개 붙은 경우 삼량체에 결합한다. 여전히 CD25에 결합할 위험성은 남아있으나, CD122에 결합할 가능성을 높여 T세포 활성화 정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약물의 사이즈를 키움으로써 반감기를 늘리고, CD122에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약물을 디자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상1/2상(PIVOT-02, NCT02983045)에서 옵디보(Opdivo, Nivolumab)와 병용투여 했을 때 ORR 53%를 달성하였으며, CR 34% (추적관찰 중간값 12.7개월)의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특히 하단의 자료를 보면 빨간색으로 표시된 PD-L1이 1% 미만인 Negative 환자에 대해서도 높은 반응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병용투여 측면에서 볼 때 매우 긍정적인 결과였다. (물론 당시 최초 발표했던 ORR 64%(흑색종 기준)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여서 주가는 하락세였다.)
그러나 2022년 3월, 임상3상(PIVOT IO-001, NCT03635983)에서 Primary Endpoints인 PFS, ORR, OS 1차분석결과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2022년 4월, 두 회사는 파트너십 종료를 발표하였고, 병용투여 글로벌 임상 프로그램은 모두 중단되었다. 임상디자인을 보면 환자군(Patients Criteria)은 치료경험이 없는 전이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고, Control 군으로 옵디보 단독투여를 설정하였는데, 흑색종은 상대적으로 면역관문억제제의 효능이 높은 암종으로 키트루다와 옵디보의 ORR은 33~34% 수준이다. 즉 임상 디자인에서 저항성/불응성 환자가 아닌 naive 환자를 선택했다는 점, ICI 단독투여로도 효능이 높은 암종을 선택했다는 점 때문에 임상 실패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생각된다. (초기 임상에서 PD-L1 negative 환자에서도 반응이 있었는데, 나름의 개발전략이 있었겠지만 naive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 점이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2018년 10월에도 플레인뷰(Plainviw LLC)에서 NKTR-214의 임상이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리포트가 나온적이 있었는데 (NKTR-214: Pegging the Value at Zero) 당시 7가지 문제를 꼽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넥타 테라퓨틱스는 ASCO 2018에서 전체 283명 환자 중 87명의 반응률 데이터만 공개한 바 있는데, 선택적인 데이터 공개는 회사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어 해석에 유의해야 한다. (국내 바이오텍이 이런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 대부분 데이터를 가공해서 일부분만 표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언급한 리포트에서 사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단톡투여에서 효능이 없었기 때문에 병용투여에서도 효능이 없을 것이다 라는 점인데, Cold Tumor를 Hot Tumor로 변환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파이프라인의 경우 단독투여에서는 효능이 없는 경우가 다수 있다. (임상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 중에는 이런 케이스를 많이 아는데, 허가받은 약물, 또는 후기 단계 약물 중에서는 케이스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AbbVie가 인수한 Mavupharma의 ENPP1 Inhibitor (SINTG 경로 활성화) 파이프라인도 단독으로는 효능이 없다.)
현재 넥타 테라퓨틱스의 시가총액은 $889.939M, 한화 약 1.1조원 수준이다. 2018년 상반기 주당 $100 선에서 현재는 $5 수준까지 하락하였다. BMS와의 파트너십이 종료된 현재, 고형암 파이프라인 개발은 쉽지 않아보이고 자가면역질환 파이프라인인 NKTR-358이 현재 임상2상 중에 있는데, NKTR-358은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공동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 2017년 7월, 선급금 $150M, 마일스톤 $250M, 임상2상에 소요되는 비용의 75% 부담을 조건으로 공동연구개발 딜을 체결한 바 있다. (넥타는 임상3상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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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아있는 마지막 후기 IL-2 파이프라인, 사노피(Sanofi)가 인수한 신소릭스(Synthorx)의 THOR-707/SAR444245
2019년 12월, 사노피는 신소릭스를 시가의 172% 프리미엄을 붙여 $2.5B 규모에 인수하였다. (당시 넥타 테라퓨틱스의 시총이 4조원 규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수준인 듯하다.) 신소릭스의 리드 파이프라인은 THOR-707로, 넥타 테라퓨틱스와 마찬가지로 위치 특이적으로 PEG를 결합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다만 신소릭스의 파이프라인은 삼량체에는 결합하지 않고, 이량체에만 결합한다.
사노피는 PD-1 항체인 리브타요(Libtayo, Cemiplimab)를 리제네론(Regeneron)과 공동개발하여 2018년 9월, 진행성피부편평세포암종(CSCC)을 적응증으로 FDA 승인을 획득했다. 리브타요는 PD-1 항체 후발주자로 키트루다(Keytruda, Pembrolizumab), 옵디보에 비해 매출액이 미미하다. 리브타요의 2021년 매출액은 키트루다 매출의 3%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노피는 리브타요의 효능을 높일 수 있는 병용투여 약물, 또는 신규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IL-2 에셋을 보유하고 있는 신소릭스를 인수했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에 더불어 PEG를 결합한 IL-2 파이프라인의 선두주자 넥타 테라퓨틱스의 효능이 미미한 이유 중 하나로 삼량체에 결합하여 Treg가 증가한다는 점을 꼽는만큼, 삼량체에 결합하지 않는 신소릭스의 파이프라인은 효능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기대감이 있지 않나 싶다.
신소릭스는 AACR 2021에서 단독투여 또는 면역관문억제제(ICI) 병용투여 임상1/2상(NCT04009681) 중간결과를 발표하였으며, 환자들의 치료 중간값은 3회였다. 고형암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3명의 환자에게서 PR을 확인하였다. 이 중 1명은 키트루다로 치료받았으나 암이 진행된 환자였으며, 1명은 키트루다 불응성(Refractory) 환자였다. IL-2의 가장 큰 부작용인 혈관누수증후군은 관찰되지 않았다. 현재 임상1/2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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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L-2 딜은 항암 분야보다는 자가면역질환 분야로 집중되고 있는 것 같다. IL-2 파이프라인이 효능을 보이지 못하면서 기존에 한계점으로 지적됐던 반감기나 안전성 이슈보다는 효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신소릭스가 현재 임상1/2상을 진행 중이며 초기 데이터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에 향후 발표할 데이터를 확인해보아야 하겠지만, THOR-707과 NKTR-214는 (IL-2에 PEG를 결합하는) 크게 다르지 않은 아이디어인지라 넥타 테라퓨틱스에 비해 얼마나 차별성을 가질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임상1/2상 최종 데이터와, 데이터가 긍정적으로 나올 시 임상3상 임상 디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