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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SR Dec 21. 2021

In Nha Trang #82

알람은 초반엔 무시해줘야 제맛이다. 몇 번을 울렸을까. 조금 더 자려다가 오늘이 바로 보트투어를 가는 날인걸 깨닫고 바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간호사 동생에게 들었던 나짱에서 꼭 해야 할 것은 몽키투어 보트투어였다. 이것은 마치 나짱의 메인 코스와도 같이 말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보다 더 많이 사용한 수영복을 입고 나갔다.


기다리는데 한국인인 것 같은 사람이 있었다. 해외에서, 특히 동남아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건 기분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유럽보다 훨씬 한국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반가운 먼저 말 걸었는데 반응이 '왜 내게 말을 걸지...?'라는 떨떠름한 반응이라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잠시 기다린 후 버스를 탔다. 근데 다 중국인이다. 우리를 버스로 안내해 준 가이드가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려고 국적을 물어보는데 한국,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흠.... 상당히 동양스러운 모임 구성이었다. 블로그에서는 이러지 않았는데..??


미니버스를 타고 몇십 분을 갔을까? 내리라고 해서 보니 선착장이었다. 우리처럼 보트투어를 온 사람들이 수백 명 넘게 모여있었다. 가이드가 우리 파티를 모아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때 우리 파티들이 누구일까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총 5명 있었는데 나 빼고 둘둘씩이었다. 다 남자들이었다. 두 명은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고 두 명은 어려 보였다. 어린 친구들은 아까 인사했다가 조금 떨떠름한 반응을 보여 굳이 먼저 말 걸진 않았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먼저 말 걸지 않았다. 다만 그분들이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한국인이에요? 혼자 오셨어요?” 맞다고 했다.


드디어 투어 하며 같이 놀 사람들이 생겼다. 투어를 하면 혼자서 노는 것보다 남들과 함께 노는 게 좋으니까. 32, 34살의 형들은 직장 동기라고 했다. 작년엔 태국을 갔었고 올해는 베트남으로 정해서 여행 왔다고 했다. 함께 배를 타고 출발하기까지 기다리면서 했던 건 블로그 욕이었다.

“아니 블로그에서는 여자들도 많고, 예쁜 서양사람들도 많았는데 왜 우리가 탄 배는 이러냐고! 블로그 애들이 이제 해외로까지 발을 넓힌 게 분명해”

이런 식으로 서로 욕을 하면서 있다가 다른 형이 한마디 했다.

“그래도 저기보단 낫잖아.”

옆 보트는 중장년 남성들만 탄 배였다. 그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니고 중국 사람으로 보였다. 그래, 저 배보다는 낫지... 탄 사람들도 엄청 실망했는지 썩 표정이 좋지 않았다. 모두들 의욕이 사라진 표정이었다. 형들은 꼭 군대 같다고 했다.

“근데, 투어 할 때 혼자 온 한국인이 한 명 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너더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투어에서는 코스가 있는데 우리의 첫 번째 코스는 아쿠아리움이었다. 45분을 주는데 선택 옵션이었다. 돈을 내서 입장권을 사고 들어가던가 아니면 그 근처 휴게소처럼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쉴 수 있었다. 우리는 돈 내고 생선들 볼 바에는 그냥 맥주를 마시는 게 더 좋을 거 같다는 판단에 미리 자리를 차지하고 맥주를 주문했다. 나는 수염을 자르지 않았고 선글라스를 껴고 있었는데 벗으니 훨씬 어려 보인다고 말해주었다.


형들은 여행을 좋아하고 그만큼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했다. 필리핀 그리고 호주에서 어학연수도 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나는 형들이 사준 타이거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하다가 다시 배에 올랐다.


배 안을 보니 여자끼리 본 그룹도 별로 없었다. 대부분 가족끼리 오거나 남자끼리 온 파티가 대부분이었다. 다음 섬은 물놀이하라고 내려준 섬이었지만 왠지 내키지 않아 천으로 된 의자에 앉아 맥주와 과자를 산 후 느긋함을 즐겼다. 그곳은 베트남 사람도 있었지만 절반 정도는 외국인들이었고 우리는 사람들과 해변을 구경하며 힐링타임을 즐겼다.


우리 배에 여자들만 온 파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음 행선지는 밥을 먹으러 가는 곳이었는데 우리 배만 온 것이 아닌 다양한 배들이 정박하여 그곳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가이드는 알아서 자리를 잡으라고 했다. 형들은 우리 팀에 있던 중국인 여자 둘에게 말해 같이 합석하게 되었다. 형들은 그 특유의 노련함과 능글맞음으로 여자들을 재밌게 해 주었고 여자들은 싫지 않은 듯 같이 놀기 시작했다.



즐거운 분위기와 달리 밥은 맛있지 않았다. 이런 투어에서 밥이 맛있을 거란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고 그 기대에 맞는 맛이었다. 밥은 정말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었다. 밥을 다 먹고 휴식시간에 우리 배에서 해피아워가 열렸다. 해피아워란 배에서 다이빙을 하면 물 위에 있던 가이드가 맛있는 술을 주는 그런 간단한 이벤트였다. 형들은 이런 다이빙에 능해 쉽게 다이빙을 했지만 나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고 같이 있던 여자애 중 한 명도 처음이었다. 그래도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그냥 뛰는 게 대단하다 싶었다. 배에서 바다까지는 한 3~5m 정도 되어 보여서 생각보다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실 다이빙하고 노는 게 블로그에서 천국이라고 하는 것처럼 재밌진 않았다.


마지막 섬에서는 사진 찍고 스노클링 하며 보냈다. 물은 맑았지만 물놀이는 몸을 적시는 것 이상의 놀이는 아니었다. 풍경이 좋았고 그냥 유유자적하게 있는 것이 좋았다. 중국인 여자애들은 같이 투어에서만 노는 친구들이었다. 형들과 나는 투어가 끝난 후 함께 피자를 먹고 헤어졌다. 나는 계속 나짱에 형들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갔다. 나는 숙소에 맥주와 먹을 것들을 사서 돌아갔다.



형들과 재밌는 투어를 보낸 다음날 느지막하게 일어나 밥을 먹으러 갔다. 전에 갔던 숯불구이집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그때의 맛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결론은 참담했다. 이틀 전에 온 집이라고 생각도 못할 정도로 서비스도 엉망이었고 너무 더웠다. 그때는 사람도 없을 때 가서 그런지 한산하고 좋았지만 사람이 많을 때 가니 너무 최악이었다. 앉은자리에는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조차 없었다. 화롯불은 모두 내 얼굴로 왔다. 땀이 내 티셔츠를 모두 적셨다. 배부르게 먹을 생각에 왔는데 내가 고기를 먹고 있는 건지 내 땀을 먹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대충 먹고 그냥 나왔다. 여름 베트남인데도 불구하고 밖이 더 시원했다.



더운 날 달래주는 건 역시 콩카페였다. 여행에서 만난 누나와 교환했던 종의 기원 책을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시원한 바람과 코코넛 커피로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저녁은 생각이 많이 나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야시장이 역시 열려있었다. 하지만 파는 물건은 다른 도시의 야시장과 대부분 비슷했다. 나짱의 야시장은 그보다 더 작았기에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오늘 밤도 역시 과자와 맥주가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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