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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SR Dec 30. 2021

In Mui-Ne #84

게스트하우스에서 예약한 버스를 타고 무이네로 출발했다. 조식으로 주는 반미도 물론 먹었다. 달랏과 무이네는 극과 극인 도시였다. 달랏이 고지대에 있어서 다른 베트남과 달리 쌀쌀한 곳이었다면 무이네는 엄청 덥고 사막이 있는 도시였다. 무이네는 큰 도시가 아니어서 오래 머무는 도시는 아니었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이 온다면 할 것이 정해져 있었다.


무이네에 도착해 버스에 내렸더니 상상외로 더워서 시간이 별로 지나지도 않았는데도 땀으로 옷이 다 젖었다. 객기 부려서 택시 같은 교통수단도 타지 않고 숙소로 가려고 했는데 그게 잘못된 선택이었다. 내가 선택한 숙소는 나름 높은 언덕에 있어서 올라가는 게 엄청 힘들다는 걸 빨리 알아챘어야 했다. 계획대로라면 짐만 놓고 바로 나오려고 했는데 이미 녹초가 되어서 숙소에서 좀 쉬다가 나왔다. 정신 차리고 밖으로 나와서 걸었다. 해변으로 가고 싶어도 바로 갈 수 없었다. 해변으로 가는 길은 모두 리조트가 막고 있었다.


그렇게 어떻게 리조트의 숲을 지나 해변가를 갈까 하면서 이곳저곳 찔러서 들어가 보다가 해변은 가지도 못하고 식당에 들어가고 말았다. 날은 더웠고 시계는 3시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아직 내 뱃속에 들어간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늘 마시는 코카콜라 하나와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맛보는 찹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가게 안은 아무도 없었고 나 혼자 점심을 먹었다. 무척 맛있는 점심이었다.



그 식당이 있는 곳을 어떻게 지나 해변에 도착했다. 그 해변은 해변 근처 리조트들의 전유물 같았다. 리조트에 숙박하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고 리조트들은 사이사이 틈이 없이 만들어놓았다. 해변을 벗어나려고 해도 나갈 수 없어서 나는 결국 삥 돌아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숙박을 하는지 안 하는지 검색을 안 하는 리조트를 지나서. 그리고 숙소에서는 바로 샤워를 했다. 조금이라도 나간다면 무조건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나가는 순간부터 땀에 쩔기 시작하는 무이네의 날씨였다.


저녁은 숙소 근처에 있는 독일 식당에 들어갔다. 무슨 치킨을 주문한 후 라들러와 함께 먹었다. 독일에서 먹었던 상쾌한 레몬맛 맥주가 생각났다. 하지만 라들러는 그리 맛있진 않았다. 치킨은 조금 퍽퍽했지만 다행히도 나는 닭가슴살을 좋아하니까. 그리고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자야 했다.



어제 투어를 예약했었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번에 예약한 투어는 일출부터 보는 투어였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약속 장소까지 도착해야 했다. 비몽사몽 하는 정신 붙들면서 꾸역꾸역 준비해 나갔다. 이미 그곳에는 사람들이 몇몇 서 있었고 나는 그 사람들과 함께 미니버스를 타고 움직였다.



일출은 단지 해가 뜨는 걸 바라보는 것이어서 한국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지만 여기는 베트남, 그리고 얼마 없는 사막에서의 일출이었다. 까맣던 밤이 점차 짙은 남색으로 빛과 함께 변하는 과정을 사구 위에서 보는 건 쉽지 않은 기억일 듯싶었다. 때때로 그곳에는 사막에서 타고 다닐 수 있는 미니 자동차 같은걸 대여해서 신나게 뽈뽈거리며 돌아다녔다.



다음 코스도 사막이었다. 이미 날은 밝아져 있었다. 밝은 날 사막을 갔더니 태양이 너무 셌다. 모두들 모자를 쓰고 있었다. 여기는 사막을 구경하는 곳이 아니었다. 사막에서 액티비티를 하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고무 판자를 대여해주는 곳에서 다들 빌려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 타고 내려가며 놀고 있었다. 사실 졸린 게 다 가시지 않는 나로서는 굳이? 갈 필요가 없었고, 신발에 모래 들어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노는 걸 지켜보았다.



그다음에 들어간 건 가장 충격적인 곳이었다. 피싱 빌리지였다. 버스기사는 조금 떨어진 곳에다가 주차를 해 놓고 피싱 빌리지라며 다녀오라고 했다.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먹는 소스 중 하나가 바로 피싱 소스이다. 그건 생선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여기 피싱 빌리지는 그런 생선들을 거래하는 곳 중 하나로 보였다. 그리고 그곳은 정말 역한 생선 썩은 냄새가 났다. 같이 갔던 사람들은 이미 헛구역질을 하거나 이미 버티지 못해서 돌아갔거나 아니면 나오지 않았다. 그 냄새는 충격적이어서 한동안 기억하지 않아도 머리를 강타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요정의 샘이었다. 발목까지 오는 물, 그리고 붉은 토양과 돌로 이루어진 그곳은 사람들이 요정의 샘으로 불렀다. 이미 기온이 높은 도시라 졸졸거리는 계곡이 되었을 수 있었다. 적당히 신비한 곳 같았다. 엘프가 사는 게 아닌 혼혈 엘프가 사는 곳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내려서 점점 상류로 향해 올라갔다. 신발은 벗어서 양손에 들고 점점 올라갔다. 어차피 여긴 나 혼자여서 아무렇게나 가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다. 나빼고는 다 무리 지어 다녔다. 2시간 동안 여길 거닐며 조금 마음을 정화시켰다.



투어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와 짐을 맡기고 다시 나왔다. 가장 먼저 할 것은 호치민시티로 가는 버스부터 예약해야 했다.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한 버스 회사인 신투어리스트에서 예약하려고 했다. 베트남을 돌아다니며 항상 애용했던 버스회사라 조금은 애착이 가기도 했다. 어디쯤이다 대략 생각만 하고 걸어가니 한 시간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기온은 41도쯤이었다. 나중에는 헛구역질도 나왔지만 조금만 더 하면서 버텼다.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호치민시티로 갈 준비를 해야 했다. 나의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는 무이네였다. 호치민시티는 그저 가기 전 잠시 머무는 도시였다. 예약이 끝난 후 가는 길은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 너무 힘들었다.

다시 밥을 먹고, 해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역시 돌아 돌아 나가야 했다. 신발이 푹푹 빠져서 가기 무척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잠시 쉴 카페를 찾았다. 이대로 가다가 죽을 거 같아서 그랬다. 손님은 나밖에 없었고 주인아줌마는 내게 선풍기를 향하게 해 주었다. 파인애플 주스를 주문한 후 단숨에 다 마셨다. 그리고 엎드려서 잠들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를 깨우는 큰 자극이 없었는데도 살며시 잠을 깼다. 아줌마도 카페 입구에 있었던 여행사 아저씨도 모두 잠들어있었다. 무이네는 한적한 도시라 오토바이나 사람도 잘 지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뭔가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묘한 풍경이었다.


3시간 기다려서 호치민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12시에 출발해서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했다. 호치민에서 공항으로 가는 첫 차는 5시 반에 있었다. 자전거에 달려있는 스피커에서 들리는 반미 사라는 목소리가 심하게 거슬렸다. 새벽 공기는 찼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비행기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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