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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나영 Jan 08. 2024

문지기

당신의 허여멀건한 마음만 그리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새벽 5시 첫 차의 소리까지 듣고야 말았다.


덥지도 않을까 당신은.

그렇게 꿋꿋히 닫힌 창 사이로 바람 한 점 들지 않으면,

새어들어오는 소리에 잠을 깰 바에

곤히 자다 질식하는 것이 호상은 호상이니까

애도를 안도와 함께 섞어낼 수 있을까.

감히 나의 짤막한 더듬이로 너의 깊이를 가늠할 수야 없겠지만

저 바닥 깊은 곳에서는 바스라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자그마한 먼지 한 톨 앉거나

미약한 쇳소리의 흔적이라도 닿는 날엔 무너져버릴 것만 같아서.


나는 그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전방주시에 열중한 나머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잊어버린 문지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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