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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최양 Dec 06. 2023

문학동네 독파 미션, ≪작은 것들의 신≫

다시 생생하게, 끄적임도 한데 엮기


미션 1. 당신은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나요? 당신이 태어난 그날로 돌아갔다고 상상하고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실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처녀가 연지곤지 찍고 서방을 본다. 왁자지껄한 혼인잔치. 

그리고 사랑을 열 달 품는다.

핏덩이의 분출. 

서른 해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어미에겐 핏덩이로 보이는 아이.


미션 2. 작품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 있나요? 장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설을 더 생생하고 또렷하게 기억하게 해줄 음악을 소개해주세요.

독서 중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의 OST, ’Remember me‘가 떠올라 들었다. 죽음을 통해 꽃피운 애정과 이해, 척박한 환경과 개인의 아픔으로 인한 영혼들의 파멸이 상당히 상반되지만 말이다.


미션 3.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가 느꼈던 최고의 사랑의 순간을 적어봅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자비에 돌란 감독의 『로렌스 애니웨이』에 등장하는, 여자로 살기로 한 남편을 여전히 그 자체로 사랑하기에 고뇌할 수밖에 없는 프레드와 그녀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로렌스의 젠더를 뛰어넘는 사랑이야 말로 진정하다 여겼다. 하지만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인정만이 진정한 사랑일까 의문이 생긴 거다.

올봄 어느 저녁, 박상영 작가님의 『대도시의 사랑법』을 하루 만에 완독했다. 읽는 도중 애인의 전활 받았는데 뭔가 새삼스레 눈물이 다 나서 꾹 참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함께 좋아해주고 싫어하는 건 멀리하는, 그 사람이 하는 것이 최고의 사랑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인정이 아닌, 평생을 달리 살아온 타인에 대한 '이유 없는', '완전한' 공감 말이다.


미션 4. 글맛이 쫄깃한 작품입니다. 마음에 드는 표현을 골라 '모방하는 글'을 써봅시다. 소재는 바꾸고, 표현은 살려보아요.

라헬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자, 등에 털이 유난히 빽빽한 암갈색 나방 한 마리가 약탈을 위해 그녀의 가슴에서 날개를 펼쳤다. (p. 278)

→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자 그을린 마시멜로가, 살을 벗겨내는 그 뜨거움과 달콤함이, 그녀 스스로 품고 있던 미련이 그녀를 태우기 위해 온몸에 들러붙었다.




작품의 엮임을 좋아한다. 짧게 남겼던 끄적임도 한데 엮어본다. 

작품에서 계속 언급되는 암흑의 핵심(어둠의 심연)(조셉 콘레드, 1899)은 내가 드물게 2회독 한 고전이다. 암흑의 핵심을 통해 의외로 인연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 일생에서 어떤 특정한 시기의 삶에 대한 지각은 옮길 수 없다고 말이다. 작은 것들의 신에서의 암무와 벨루타 또한 마찬가지였으리라. 지금이 아니고서는 안 되는, 관계 속에서 발견하는 만물과 세계. 

그 삶의 진실, 그 의미 그리고 그 오묘하고 꿰뚫은 본질을 구성하는 것. 때를 놓치고서는 그것을 전달하기 불가능하다. 꿈을 꾸듯 혼자 누릴 뿐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의 대부분은 바보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히 고상한 존재도 아니기에 이런 사소한 주변인으로 인해 큰 차이를 이룰 것이다.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 1813)과 작은 아씨들(루이자 메이 올컷, 1868)의 감각을 떠올려주는 운명의 꼭두각시(윌리엄 트레버, 1983)도 생각났다. 잠잠하고 담담하지만, 그 속에 격정의 사랑이 있다는 점이 닮았다. 특별한 포옹과 가혹한 운명 때문인지 두 작품이 마치 이란성 쌍둥이 같다.


직전에 힘겹도록 완독한 악마의 시(살만 루슈디, 19883)는 인도 소설인 점뿐만 아니라 작품의 구성도 비슷하다. 묘사가 세밀하고 독특한 언어를 구사하며 시간은 비선형적으로 흐른다. 그리고 가족을 말한다. 하지만 악마의 시에서는 생을 사는 모두에게 뿌리(가족)와 개인의 안정 사이의 경계가 존재한다는 점과 

인도 출신 이민자로서의 자기자신과 사상에 대해 갖는 평가의 근본적 태도에 집중한다면 작은 것들의 신에서는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으로 개인 간의 국적과 카스트, 종교로의 경계 그리고 형형색색 알로록한 아야메넴의 모서리 구석구석과 달로록한 갈등을 제치는 마음을 보여준다. 전자는 천둥과 번개가 치고 시끌벅적하며, 후자는 쨍하지만 습하고 끈적끈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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