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물 서평 포스팅(3)- ≪Junger Schnaps 융어 슈납스≫
≪Junger Schnaps 융어 슈납스≫는 한국인 유학생의 테마 에세이이자 그림 에세이다. 독일에서 8년간 거주하며 문화차이로 인해 겪은 부끄러웠던 에피소드를 모아 한 권의 만화책으로 엮었다.
나는 타투를 내 몸에 새기는 것에 격렬한 감정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불과 오래되지 않았고, 내가 보기에 이제 사회생활을 매끄럽게 할 수 있는 마지노선(반팔티를 입었을 때 모두 감출 수 있는 정도)까지 모두 채웠기에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생초보 때부터 인기인이 된 지금까지 꾸준히 연을 이어온 또래 타투이스트님이 계신데,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그토록 마음이 쏠려 있던 건 '예술을 동반한 중독스런 고통'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창의적인 아티스트와의 협업'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단순히 그림을 받아서 그대로 내 몸에 옮기는 것이 말고 완벽한 타인과 논의하며 디자인을 조절하는 것에 미쳐있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 내가 내 몸에 다른 사람의 그림을 집착스럽게 새기는 걸 멈출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마지노선에 다다랐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으로 해소가 된 거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님과도 일해보고,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 있는 매 작업마다 최소 2명의 디자이너와 일하고 있는 지금, 그때의 그토록 생생했던 집착의 대상이 나의 '일'로 옮겨왔다. 만화 에세이를 읽고는 서평에 왜 내 이야기를 이렇게 주절대느냐면, 감상 내내 내가 도전했던 새로운 환경을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투박하고 강렬한 검정 라인의 일러스트 하나하나가 내 인생 도전의 순간순간 기억을 되살렸다. 성취와 이룸의 순간들까지 말이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어떤 태도를 유지해야 할지, 내가 이 조직에서 어떤 콘셉트로 자리 잡아야 할지 고민과 걱정이 이는 그 당혹감, 누구라도 경험해봤으리라. 그런, 나중에 보면 귀여울 순간들을, 어쩌면 이불킥을 시행하게 하는 그 리얼한 일상을 공유한다. 친구가 들려주는 경험담을 수다 떨며 듣는 느낌이라 부담 없으면서도 괜스레 위로해주고 싶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그 감정이 공감이 되기도 한다.
강풀의 ≪무빙≫은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한국드라마로, 꼬마비의 ≪살인자o난감≫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한국드라마로 다시 태어났다. 두 명의 최애 웹툰 작가 작품들이 매력적인 배우들이 등장하는 고퀄리티 드라마로 제작되다니 나에겐 완전히 수혜. 만화책, 웹툰, 일러스트, 타투, 그리고 드라마와 같은 영상물까지 이 얽히고설킨 예술을 모두 사랑한다. 친구의 일기장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독립출판물이 ≪Junger Schnaps 융어 슈납스≫도 한번 맛보시길.
아이디어틱한 면모는 좀 부족한 편이지만, 원체 창작물과 콘텐츠를 애정하기에 만화책이나 웹툰도 종종 보는데 순식간에 완독한 현실감 있는 또 다른 만화책도 함께 소개해본다.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 중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다. 2012년도에 책으로 엮였는데, 그 시절까지는 만화책에서도 맞춤법을 중요시한 건지 아님 철저한 출판사인 건지 감상 내내 맘이 편했다.
"해당 도서는 독립출판물 온라인 서점 인디펍으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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