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인민박 매니저이자 스냅작가이자 작가가 되어있었다.
지금은 런던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글 중간에 런던을 빼먹으면 안 될 것 같아 짧게나마 런던에서의 내 생활을 적어보려 한다.
두 번째로 오는 영국 런던.
21살 때 유럽 배낭여행 왔을 때만 해도
랜드마크를 봐도 크게 감흥이 없고, 물갈이까지 해서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
더구나 런던 여행 8일 중 런던의 맑은 하늘을 본 날은 겨우 반나절.
그래서 영국을 떠나 파리로 넘어가는 유로스타 안에서, 나는
영국은 다시 안 와도 되겠다. 하며 기차에 올랐다.
그런데 지금.
나는 히드로 공항에 착륙을 했고,
다시는 안 와도 되겠다던, 딱히 좋은 기억이 없는 런던에 다시 발을 디뎠다.
5월 25일
세인트 판크라스역에서 앞으로 내가 일 할 민박집의 사장님을 처음으로 만났다.
판크라스 역에서 나와 2분이면 도착하는 "팡팡민박"
앞으로 내가 일 할 곳이다.
전에 살던 사람들이 나가고 가구도, 벽지도 거의 없는 상태에
이제 사장님과 함께 페인트 칠을 하고 가구를 조립하고 꾸며나가야 하는 생 날 것의 민박집이었다.
처음에 봤을 땐
엥...? 이게... 민박집이 될 수 있나..?
싶었지만
1~2주에 걸쳐 페인트칠 작업을 하고,
이케아에서 사 온 2층 침대도 같이 조립하고, 의자며 여러 가구들이며 전부 들여놓으니
꽤나 볼만한 민박집이 되었다.
나는 손님들이 좀 더 편하게 민박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사항 같은 걸 적어서 붙여놓았고, 밋밋한 한쪽 벽을 내 여행엽서로 채울 수 있게 허락받았다.
그때 당시에는
'그냥 내가 일을 하는구나.
살면서 페인트 칠도 처음 해보고, 2층 침대 조립도 처음해보고 나름 재밌네.'
정도의 생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여행자들이 추억들 들고 올, 또 추억을 만들고 남기고 갈 공간을 처음부터 내가 함께 만들어 갔었네.'
싶은 생각이 들면서 과거의 추억을 좀 더 소중하게 감싸는 중이다.
6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 즉위 70주년 기념
플레티넘 쥬빌리 행사가 열려 런던은 관광객들과 현지인들로 시끌벅적하다.
그냥 왔는데 이런 큰 행사가 겹치다니, 운이 좋은걸.
런던은 온통 보라색으로 물 들었고, 여러 매장에서는 플레티넘 쥬빌리 기념행사를 했다.
7월
민박집에 머무르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스냅사진을 찍어주기로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는 줌 카메라라, 랜드마크가 전체적으로 다 담기게 찍을 수 없어
스냅사진에 적합하지 않았는데
사장님이 갖고 계신 카메라를 빌려주셨다.
그리고 스냅촬영 나가서 늦어지거나, 손님 시간 맞춰주거나 해야 하면
그거에 맞춰 휴무도 내주셨고, 오전에 오셔서 조식 정리도 다 해주셨다.
스냅 일을 해볼 생각은 그 당시에는 1도 없었고,
나중에 좋은 카메라 사고, 유럽에서 살고 싶어지면 생계를 유지할 직업 중에 하나로 눈여겨보고 있는
정도였는데 어쩌다 보니 하게 되었다.
정식으로 할 생각은 아니었다.
다른 나라 비자를 이미 받아 둔 상태라 영국에서 오래 살 계획이 아니었기 때문에.
손님들이랑 인스타로 문의하시는 분들만 예약을 받아서
다른 스냅작가분들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촬영을 해드렸다.
잘 나가는 작가님들이 받으시는 금액의 30~40프로 정도의 금액만 받았다.
거기에 내가 찍은 여행엽서에, 스타벅스 음료까지 사드렸다.
사실상 돈을 벌려고 한 것보다는,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막 시작할 때 몇몇 분들은 무료로 찍어드리고 샘플 사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이 서거하셨다.
"London bridge is down."
즉위 70주년이라 온 영국이 떠들썩하고 밝게 웃던 게 어제 같은데 3개월 만에 돌아가시다니.
런던은 슬픔과 충격에 잠겼고, 뉴스는 여왕님 서거 관련으로 가득했다.
10월
영국에 좀 더 머무르기로 결정을 하고
비자연장을 위해 비쉥겐 국가인 영국을 잠시 떠나 쉥겐국가인 포르투갈로 5박 6일 여행을 하고 왔다.
그 이후 11, 12, 1월까지 영국에서 한인민박 매니저이자, 스냅작가이자, 글 쓰는 작가로 지내왔고
다시는 안 와도 될 것 같다던 영국은, 의도치 않게 두 번이나 가게 되면서
나중에 꼭 다시 와야지 하는 나라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거기서 만난 수많은 여행자들과 인연들로
나의 여행 스토리와, 사람 스토리에 더 없는 추억들을 남겨주었고
미국에서 만난 사장 때문에 고생한 내 마음을 보상이라도 해주듯이
런던에서 만난 사장님은 내가 여태껏 일해왔던 직장 사장, 상사들 중에 제일 좋으신 분이었고
런던에 더 길게 머물기로 결정하면서 가게 된 포르투갈에서 찍은 사진들로
잠실 애비뉴엘에 전시되는 등
더없이 행복한 경험들을 했다.
별 감흥 없다던 랜드마크, 런던아이와 빅벤, 타워브릿지는
스냅촬영하러 가면서 지겹도록 보았지만
다시 봐도 또 좋을 것 같은 랜드마크로 기억되고 있다.
2월 6일
영국 런던에서 캐나다 밴쿠버행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