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인기가 날로 떨어져간다. 인터넷에서 공무원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절대 공무원 하지마라, 공무원을 하면 안되는 이유' 라는 글 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들어가서 읽어보면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그치 그치, 진짜 이런거는 진짜 안좋지. 어 이것도 별로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실제요 몇년간 물가상승률에 훨씬 못미치는 임금 인상이 계속되면서 원래도 박봉이던 공무원 월급은 사실상 더 줄었고, 그에 반해 업무는 오히려 더 많아지면서 공무원 인기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근데 그건 다들 아는 뻔한이야기 아니던가? 갑자기 오늘 청개구리 본능이 꿈틀한다. 모두가 다 NO라고 할때 YES라고 외치고 싶은 욕구가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래도 공무원이 좋은이유를 하나 얘기해보려 한다. 뻔하지않고 현실적인 이유로.
애사심이라고 한다면 조금 거창하지만, 회사에 일말이라도 애정이 생겼을때가 언제인지 생각해보니 역시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이라는생각이 든다.
맞벌이부부에게 육아란 아픈손가락이다. 아이의 스케쥴은 9 to 6에 맞춰져있지 않다. 등하원을 생각하면 기껏해야 10 to 4 정도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이라하겠다.
한번 저녁쯤 어린이집에 들른적이 있었다. 6시가 다된 시간에도 하원을 못하고 부모님을 기다리던 아이들이 있었다. 어두침침한곳에 외롭게 방치된 아이들을 보니 안쓰러웠다. 부모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아이들의표정이 꽤 우울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직 면역력이 완전하지 않은 아이라 갑자기 아플때가 부지기수임에도 부모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회사를 빼거나 조퇴를 하기가 참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영유아기 아이들에게는 시간과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이것이맞벌이로 시작한 대다수 사람들이 반강제적으로 외벌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부부공무원으로 맞벌이육아를 하면서, 처음으로 우리 회사의 장점을찾아냈다. 육아휴직과 육아시간, 연차 같은 것들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아침과 저녁에 1~2시간씩의 유급 휴가를 매일 사용하고 있다. 육아시간이라는 제도덕분이다.
육아시간을 활용해 아이를 오전 9시반, 오후4시에 등하원을 시키니 기본적으로 외벌이정도의 케어가 가능해졌다.
거기에 독립적인 업무로 연차사용도 비교적 눈치 없이 가능하니, 아이가 아플 때 수시로 조퇴나 연가를 낼 수가 있었다.
육아휴직도 마찬가지다. 일전에 쓴 글 처럼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결국 우리 부부는 육아휴직을 1년이상씩 사용했다.
함께 좀 더 많은시간을 보내며 케어가 가능한 것은 대한민국 월급쟁이 중에서는 그래도 아직은 공무원만한게 없다고 본다.
물론 박봉이라 아이를 풍족하게 키울수는 없겠지만 아이와의 시간, 정서적인 케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래도 공무원은 아직 좋은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행복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꽤나 갖춘 것이 바로공무원이다.
글을 시작할때는 수십개의 장점을 나열해보고 싶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