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도 제대로 털어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자신마저 속여버리는 글을 쓰는 버릇이 든 탓이다. 왜냐하면 자신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 나중에 한 번이라도 펼쳐보게 될 것이라는 것을. 글을 썼다는 행위에 취해 보기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한 습관으로 점철된 한 문장 한 문장이라는 것을.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 일기는 웬만하면 손으로 쓴 뒤 곧바로 찢어버리던가 태워버리면 된다. 정말 감정만 털어놓고 시각적으로 절대 다시는 들추어 볼 수 없게끔 만들면 된다. 다이어리가 두꺼워지는 것을 보면 뿌듯해지는 나로서도 참 어려운 일이다. 기록은 쌓아두기 위해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럴 때 가끔 포스트잇에 짧은 글을 쓴다. 그리고 곧장 잘게 찢어버린다. 보관하기도 애매한 낱장의 종이이기 때문에 미련 없이 찢어버릴 수 있다. 집이 아닌 곳에 무거운 다이어리를 매번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아니면 아예 싸구려 다이어리를 산다. 초등학교 때 쓰던 받아쓰기 공책 따위에 휘갈겨 쓰고 나서 또 찢어버린다. 잘게 찢는 행위에도 감정을 싣는다.
그런데 이렇게 쓰면 조금 괜찮아지느냐?
그렇다고 말할 순 없다! 그냥 뭐라도 해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행위이지 딱히 현 상태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내 감정을 토로하는 일에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부채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공감은 얻을 수 없기에 그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다.
종합해 보자면 이 글쓰기는 일기라기보단 감정을 뱉어내는 행위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겠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