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어떻게 시작하지?

간호사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by 노은지

처음 창업을 마음먹고, 1년 정도는 간호사 일을 하면서 준비했다. 나는 천안에 있는 대학병원에 다니고 있었고, 공동대표는 서울에 있었다. 그리고 둘 다 3교대 근무였기 때문에 한 달에 4~6번 있는 오프 때마다 만나서 사업 준비를 했다. 사무실이 없으니 눈치 보면서 매번 카페를 옮겨 다녔고, 비교적 눈치가 덜 보이고 노트북 작업하기 좋은 강남역 10번 출구 카페가 우리의 단골 장소였다. 안 그래도 교대 근무로 체력 소모가 많아서 피곤할 법도 했지만, 카페 오픈부터 마감까지 일하면서 힘든 줄을 모를 만큼 몽글몽글한 희망이 감싸는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둘이 소꿉놀이하듯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 회사 규칙을 쓸 때만 해도 진짜 우리에게 팀원이 생기고, 20억 매출하는 회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희망만큼 막막함도 묵직했다. 나도 공동대표도 사업은커녕 일반 회사에서도 일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맨땅에 헤딩하면서 배워야 했다. 20대 중반 간호사 둘이 모은 자본금은 2,000만 원이 되지 않았고 일단 ‘시작’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원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예비창업패키지라는 정부 지원사업을 준비했고 사업설명회도 쫓아다니고, 난생처음 사업계획서도 써봤다. 서류 작업이라고는 병원에서 간호기록이나 사건보고서만 써봤지 아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간절히 도움이 필요했다. 우연히 알게 된 멘토님이 사업계획서를 보더니 이대로는 안 된다고, 제출 3일 전에 ‘지금 내려올 수 있는지, 싹 다 갈아엎고 다시 쓸 수 있겠냐?’고 하셔서 바로 전남 광주에 내려가서 조언받고 밤새 수정하고 했다.


그렇게 무사히 1차 서류를 통과하고, 2차 발표평가를 준비했다. 이게 선정되어야 사업을 시작해 볼 수 있다는 간절함에 압박감이 코 끝까지 차올랐고, 지금 생각해도 그보다 열심히 준비한 발표는 없는 것 같다. 발표장에 들어가기 전 카페에서 마지막 연습을 하면서 공동대표와 결의를 차던 눈빛을 주고받던 순간, 최종 합격발표를 보고 눈물이 나버린 순간까지. 치열하고 벅찬 기억들을 내딛고, 우리는 그렇게 ‘시작’을 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창업을 준비할 때 가장 하면 안 되는 일은 무작정 주변에 조언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지만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에 주변에 조언을 많이 받으러 다녔다.

한 번은 사업계획서를 들고 서울에 있는 대표님을 만나러 갔다. “이게 될까요?”라고 희망차고 불안한 눈빛을 내미는 내게 그는 선배 창업자로서 사업계획서의 허술함과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무지, 우려를 성실히 설명해 주셨다. 앞에서는 씩씩한 척 끄덕이며 메모도 열심히 했지만, 나의 불가능을 하나하나 체크하는 자리에서 마음이 욱씬 쓰라리고, 아팠다. 그래도 나의 감상은 삼키고 씩씩하게 자리를 마무리하며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어두워진 저녁, 터벅터벅 사무실을 나와 지하철에 타서야 힘이 쭉 빠졌다. 참았던 눈물이 왈칵 흘러 눈치 보며 눈물을 닦고서도 좌절감에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그날을, 아프게 기억한다.


“창업해도 될까요? 이 아이템 어때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우리는 불안한 마음에 혹은 확신을 얻고 싶어 주변에 물어보곤 한다. 물론 지금도 나는 많이 물어보고 배우러 다니고 있다. 그 과정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내 생각, 나만의 확신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입장을 바꿔서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나 역시 좋은 피드백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남에게 묻는 것이 사업 초반에는 위험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딛고 서는 사람도 있겠지만 거기서 좌절하거나 스스로와 타협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특히나 사업은 어차피 답도 없고, 길도 없다. 이미 정답처럼 펼쳐진 것들은 사후적 해석일 확률이 높고,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방법에 있어서는 나만의 방식으로밖에 할 수 없다. 만약 상대가 그 아이디어가 좋다고 하면 그걸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그 길을 갈 것인가? 또 아니라고 한다면 포기할 것인가? 불안한 마음은 십분이해하지만, 그럴수록 주변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더 묻고, 희망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내게 사업 준비를 하며 조언을 구하면 주변 말을 듣기보다는 스스로를 믿어보라고 권한다. 당신이 가진 희망과 확신을 어차피 남들은 보지 못하니까. 사업모델도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가끔은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