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NFT와 오라클 문제
먼저, 지난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었지만 다시 한번 NFT의 정확한 개념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NFT 개념 정리>
-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내가 가진 모든 자산에 대해 NFT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 NFT는 'NFT를 발행한 자산' 그 자체가 아니라 내가 가진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일종의 '증명서'입니다.
NFT ≠ 디지털 아트
디지털 아트 ↔ 실물 아트
NFT 발행한 자산 ↔ NFT 발행하지 않은 자산
- 디지털 아트와 반대되는 개념은 실물로 존재하는 아트입니다.
- 디지털 아트와 실물 아트에 대해 모두 NFT를 발행할 수 있으므로, NFT는 디지털 아트와 동일한 개념이 아니며, 실물 아트와 반대되는 개념도 아닙니다.
- NFT를 발행한 자산과 반대되는 개념은 NFT를 발행하지 않은 자산입니다.
디지털 파일이 아닌 실물에 대해서도 NFT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NFT가 디지털(블록체인)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 세계(블록체인 밖)에 존재하는 실물과 디지털 세계(블록체인)에 존재하는 NFT 간의 연결이 잘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오라클 문제'라고 합니다.
오라클 문제(oracle problem)
블록체인 밖에 있는 데이터를 블록체인 안으로 들여올 때 발생하는 '연결성 문제'를 의미합니다.
위변조 없이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 블록체인 밖에 있는 데이터를 블록체인 안으로 들여와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고, 블록체인 안으로 들여오기 전에 데이터의 위변조가 발생했다면 그 데이터가 나중에 블록체인으로 관리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위변조가 발생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모든 문제를 통틀어서 '오라클 문제'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실물 아트에 대한 NFT를 발행해 내가 그 NFT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내가 실물 아트를 오프라인상에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다고 해서 내가 가진 NFT가 자동으로 그 사람에게 전송되지 않습니다. 실물 아트는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지만 여전히 NFT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경우 현재 실물 아트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서로 간 해석의 차이가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즉, NFT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진짜로 실물 아트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실물 아트를 온라인으로만 거래하도록 제한하고 거래가 이루어질 때마다 자동으로 NFT가 구매자에게 전송되도록 시스템적으로 제한한다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겠으나, 개인 간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모든 오프라인 거래를 막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아직 NFT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NFT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해당 NFT가 표증하는 실물의 소유권을 법적으로 보장받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NFT를 구매하고 나서 해당 NFT가 표증하는 실물은 넘겨받지 못했을 때, 그 사람에게 해당 실물을 청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법적으로 NFT의 '소유권'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마련된다면 '실물 NFT' 거래에 대한 위험 부담을 지금보다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디지털 아트는 태생부터 디지털상의 데이터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단, 데이터 용량 문제 때문에 디지털 아트의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직접 저장하지 않고 외부 저장매체에 저장하여 데이터 간 연결을 통해 블록체인에 간접적으로 저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기술을 통해 형성된 디지털 세계의 규칙을 적용시키는 것 역시 용이하여, NFT를 통해 디지털 아트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보다 명확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디지털 아트 거래 자체가 온라인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물 아트와 같이 오프라인 거래가 초래할 연결성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디지털 아트 역시 데이터를 블록체인 안으로 들여오기 전 위변조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실물 아트에 비해서는 '오라클 문제'가 훨씬 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흔히 NFT 하면 실물 아트가 아닌 디지털 아트를 떠올리게 되고, 'NFT가 곧 디지털 아트'라는 개념적 혼동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이 글의 제목에서 제시한 질문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 파일이 아닌 실물로 NFT 못 만드나요?
디지털 아트를 제작할 줄 모르더라도 실물 아트를 제작할 수 있다면 그에 대한 NFT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아트가 아니더라도 일반 디지털 파일 혹은 실물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그에 대한 NFT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그 NFT가 어느 정도의 판매 가치를 가지는가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고 말입니다.
단, 실물에 대한 NFT를 발행한 경우 '오라클 문제'에 대해 보다 주의 깊게 고려할 필요가 있고, 이 때문에 실물에 대한 NFT를 유통하는 것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릅니다. 실물이 재거래될 때마다 반드시 NFT도 함께 전달되도록, 혹은 반대로 NFT가 재거래될 때마다 반드시 실물도 함께 전달되도록, 혹은 이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최대한 블록체인 안과 밖의 연결을 해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NFT를 발행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메타갤럭시아는 현재 실물이 아닌 디지털 아트에 대한 NFT만을 발행·판매하고 있습니다. 대신 특정 NFT는 에디션별 최초 구매자에 한해 실물 굿즈 등을 제공해 드리는 식으로 실물 연계 NFT 상품을 구성하고 있습니다.(실물 아트의 경우, 실물 아트를 촬영한 디지털 사진에 대한 NFT를 발행하고 NFT 에디션별 최초 구매자에 한해 실물 아트를 제공하는 식으로 NFT 상품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실물 NFT'라 하면 대부분의 큐레이션 NFT 마켓이 이런 식으로 실물 그 자체에 대한 NFT를 발행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실물과 NFT를 연결시켜 유저들에게 혜택을 제공합니다. 실물을 제공하는 주체가 신뢰할 수 있는 기업 혹은 개인이며, 마켓과 법적 효력이 있는 명시적 계약을 하였기 때문에 NFT 구매자는 안심하고 실물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메타갤럭시아는 배송지 입력 기능을 통해 실물 연계 NFT 상품 구매자분들께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NFT 마켓이면서 동시에 일반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의 장점을 적용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능 개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저분들의 편의를 높여갈 예정이오니, 메타갤럭시아에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