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지 Aug 05. 2022

10. 엄마 아빠의 숙제를 끝내며..

새 식구가 생겼습니다!

휘게의 열 번째 이야기를 알맞게 장식할 수 있는 주제는 엄마 아빠의 숙제. 

동생의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로 잡아보았다.




코로나로 정말 많은 예비 신랑 신부들이 맘고생 많이 했을 최근 2년여. 그중 한 예비부부가 바로 동생네 부부였다. 겉으로 드러내서 걱정하는 성향들은 아니었지만, 코로나의 기세가 한풀 꺾였던 시점에 결혼식을 예정하면서도 지인들을 초대하는 게 부담이 되진 않을지, 고향과 먼 곳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친지들이 반갑게 한달음에 와줄 수 있을지, 그런 걱정을 어떻게 하지 않겠나.


인생을 살아가며 몇 없는 아주 큰 행사 중 하나가 바로 결혼식인데, 말 못 할 고민이 없었다고 하면 사실 거짓말일 거라 생각했다. 나 또한 지나고 나면 많은 기억들이 미화되어 '내 결혼식 정말 간단하게 잘 끝냈던 것 같아.'라고 깔끔하게 말하며 다니지만 실제로 결혼은 준비하고, 결혼식을 하던 당일, 그리고 그 이후까지도 계속 끝없이 고민거리는 화수분처럼 생겨났던 게 사실이다.


정말 수년이 지나 잊으며 살아가는 거지!


무튼 수많은 걱정과 고민들을 뒤로한 채, 드디어 디데이가 되었다.


동생의 결혼식 당일.


코로나로 많은 가족들이 모여 상견례를 하진 못했기 때문에 동생 남편의 가족들과는 실제로 가족의 연이 맺어지는 날 처음 뵙는 거였다. 그래서 더 떨리기도 했던 기억이 찬찬히 기억을 되짚어보는 지금에서야 떠오른다.


결혼식 스냅 작가님이 도착하기 전에 메이크업하는 동생네 부부를 먼저 담아주고 싶어서 우리 남편은 일일 스냅 작가를 자청했다. 괜히 더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우리의 모습이 동생네 부부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었길 바랐던 마음이 있었다.


신랑 신부 메이크업 시간은 혼주 메이크업 시간보다 빨라서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서 대부분 메이크업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원래도 이쁜 얼굴이란 건 알았지만 꾸미고 보니 더 이뻤던 동생.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중 한 명이자 우리에게는 새로운 식구가 되는 제부도 멋지게 변신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결혼 전부터 자주 놀러 오고, 인사해주어서 이미 가족 같은 사이로 느끼고 있었지만 이제 정말 가족으로 모두의 앞에 선서하는 날이라고 하니 왠지 감회가 새로웠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 아빠도 메이크업을 받고 나왔는데 보자마자 

'맞아, 우리 아빠 엄마 참 이렇게 멋지고 이뻤지!' 했다.


그동안 우리 자매들을 열과 성을 다해 키우시느라 본인들 꾸미는 건 항상 후순위였던 우리 엄마 아빠

이렇게 곱게 꾸민 모습 보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더 열심히 살아서, 엄마 아빠 이렇게 곱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지 하고 바쁜 와중에 먹었던 마음도 떠오른다.


'식이 한참 남았는데 왜 이렇게 일찍 불러 준비하라는 걸까'라는 의구심은 특별히 하는 거 없이 시간이 너무 잘 가는 당일의 분주함에 어느샌가 쏙 들어가고 없었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드레스까지 갈아입고 변신해서 나타난 동생을 만나게 된다.


멀리서 혼자 결혼식 준비하느라고 같이 드레스 고르는데 따라가지도 못하고 결혼사진 찍는 곳도 코로나 때문에 부부 외에 입장을 못하게 막아서 또 가지도 못하고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우리한테 꼬박꼬박 전화로 의견 물어가며 이렇게 완성한 오늘의 이 하루가 동생에게 정말 만족스러운 하루가 되길 너무 바랐다.

다행히 그 시작이 드레스 입은 모습이었는데, 너무 이뻐서 모두 활짝 웃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가족 모두들 새 식구 맞이 하느라 한껏 꾸미고 목욕재계한 느낌으로 결혼식장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좋은 날 좋은 일 앞두고 다들 너그러워지면 좋을 텐데 주차문제나 이런 문제들로 사람들이 예민해진 모습들도 보여서, 모두에게 완벽한 좋은 날이 되려다 보니, 누군가는 또 불편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결혼식 당일 신랑 신부는 정말 최고의 기분과 컨디션으로 있어주었으면 해서 남편과 나는 종종거리면서 도울 게 없는지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바쁜 마음만큼 크게 우리가 도울 일이 많이 있진 않아서 괜히 애가 타는 순간들도 있었던 것 같다.


신랑 신부와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모습에서 여전한 코로나 시국임을 느꼈다. 다들 조심스러워해서 그런지 붐비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계속 유지했던 동생네 부부의 결혼식.


식장 입장 전에 잠시 짬을 내어서 신부대기실에 가서 사진을 찍는데 유난히 더 긴장한 것 같던 엄마 아빠 모습도 보였다. 내 결혼식 때는 처음이라 어어어 하다가 지나가서 그런지 모두들 덜 긴장한 것 같았는데 둘째까지 보내면 이제 정말 숙제 끝이라 생각하셔서 그런지 동생 말로는 나중에 아빠랑 신부 입장하는데 아빠 손이 그렇게 떨렸다고 한다.


한편, 동생 결혼식 덕분에 나도 내 결혼식 때 한 번 입고 끝일 줄 알았던 한복을 새삼스레 꺼낼 수 있었다.

엄마손 잡고 처음 결혼을 위해 맞췄던 한복. 그날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했다. 어쩜 이렇게 나아갈 길이 정해진 것 마냥 딱딱 시기 맞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해야 할 일들을 해내고 있는지.





우리 남편을 새 식구로 맞이하던 날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정신없고 바빴겠구나를, 내가 또 동생의 결혼식을 지켜보며 느꼈다. 일이 바빠 정신없는 게 아니라, 모든 게 정말 잘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보다 보니 순간순간이 같이 긴장이 되어서 바쁜 느낌이었다.


이날의 축가는 우리 남편이 준비했었는데 코로나를 피해 가지 못한 남편이 후유증으로 축가 연습하면서 노래만 부르면 계속 기침이 나는 바람에 당일에도 혹시 그럴까 모두가 심장을 졸이며 지켜보았지만, 남편도 우리 동생의 결혼식을 이쁘게 잘 마무리해주고 싶었던 간절한 바람을 노래에 가득 담았는데, 다행히 너무 멋지게 축가를 잘 해내어주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계속 노래를 따라 되뇌면서 속으로 남편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힘을 내!! 이렇게 열심히 외치고 있었다. 남편과 제부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한 소절 한 소절 두 손 꼭 잡고 기를 모으고, 눈빛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다.


남편이 마지막 소절을 다 부르고 나서야 모두들 큰 숨 내쉬고 박수!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긴장했다가, 박수!라고 끄적이면서 긴장이 놓인다.


결혼식을 무사히 끝내고 헤어지는 길에 사돈어른께서 이렇게 가족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하고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대단한 인연이 된 건지 마지막으로 헤어지면서 말씀해주시는데 정말 공감했다.

살아가며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나는 특별한 인연으로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남편의 가족이 또 둘도 없는 나의 가족이 되어 나를 둘러싼 울타리는 한 층 더 커졌다. 그리고 이날 나의 동생의 남편과, 그의 가족과도 또 연을 맺고 새 식구를 맞이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결혼식 고작 30분을 위해 1년에 가까운 시간을 고생하고 힘들인다고 할 수 있겠지만(나 또한 그런 사람이었지만) 짧은 시간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깊은 가족의 인연이 시작되는 순간이라는 큰 의미를 생각했을 때 그 소중한 순간을 위해 오랜 시간을 경건하게 준비하는 건 어쩌면 마땅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동생은 얼마 전 어깨를 짓누르던 많은 고민들을 내려놓고 남편과 오롯이 부부 됨을 즐기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났다 돌아왔다. 


나도 오빠랑 신혼여행 기간 동안 정말 행복한 순간들을 많이 보냈고, 그 기억들이 지금까지도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동생에게도 몇 주의 새로운 공간에서의 여행이 평생을 부부로 살아가는 데 있어 너무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그런 여행길이 되었길 바라며 오늘의 휘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한다.




글을 끝내려다 보니 얼마 전 결혼한 동기 언니의 말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아빠랑 밥을 먹다가, 아빠가 '시간이 참 빠르다' 하시길래 

언니는 '그러게 벌써 결혼식이 코앞에 왔네'하고 대답했는데

아빠가 '아니, 너를 키운 33년이 이렇게 빠르다니..' 하시면서 눈시울이 붉어지셨다는 그 얘기.

우리는 마치 우리 스스로 훌쩍 커버린 것 같지만

매 순간, 매 상황에 부모님의 관심과 보살핌이 없었다면 이렇게나 단단한 사람으로

장성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크고 보니 내가 주인공일 것만 같은 특별한 날에, 사실은 나만 주인공이 아니라는 걸 안다.

내가 이 날까지 잘 살 수 있도록 물심양면 힘써준 우리 부모님도 바로 그날의 주인공이 된다.


엄마 아빠의 긴 숙제와도 같은 일을 끝내고

한결 어깨는 가볍고, 배 아프지 않고 나은 아들 2명을 얻어 마음은 든든하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9. 음식을 대하는 우리 부부의 자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