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치마 - <Team Baby>
"이 앨범에서는 사랑, 그리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어지는 그리움을 노래했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당신과, 그런 당신의 편에 서있는 사람을 위한 앨범이다." -조휴일-
2017년 5월 30일에 발매된 연작시리즈 3집의 pt. 1이다. 조휴일 본인의 말에 따르면 '어떠한 희생도 치를 수 있을 정도로 끈끈한 의리가 있고 외부로부터 보호받는 사랑'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앨범에는 선별된 순수한 사랑 노래만이 들어가 있다. 모던록을 기본으로 레게와, 드림팝과 같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였다.
원래 앨범 제목을 Baby로 하려고 했다고 한다. 외국에서 사랑하는 이를 부를 때 가장 흔히 사용하는 애칭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앨범 커버로도 사용된 조휴일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하며 그들 사이의 사랑이 하나의 'Team'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리하여 앨범 제목을 <Team Baby>로, 커버 아트를 부모님 결혼식 사진으로 정하게 되었다. 이 앨범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괜히 Team이라는 단어에 꽂히게 되었다. 팀이라는 단어는 보통 스포츠나 비즈니스에서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데, 사랑으로 이루어진 Team이 주는 느낌이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하나의 팀으로서 무엇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조휴일 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 Team Baby는 어떤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모인 팀인가?
1번 트랙 '난 아니에요'는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아내에 대한 사랑이 아닌 자신을 향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조휴일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결국 사랑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 곡을 넣었다고 한다. 반복하여 드럼 비트를 따라 2번 트랙 Big Love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Big Love는 이 앨범에서 선보여야 할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내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해
한 번도 틀리지 않아
실처럼 가늘 때에도
절대로 엉키지 않아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남을 향한 사랑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나를 먼저 사랑해야 한다. 1번 트랙에서 나에 대한 사랑을 제시하며 자연스럽게 타인을 향한 사랑을 노래하는 것이 마치 진정한 사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려낸 것처럼 느껴진다.
이 노래에서는 자신의 행동과 말이 엇나갈 때도 있지만 결국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다이아몬드와 너를 향한 사랑 밖에 없다고 말한다.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랑을 약속하고 있다.
더뎌진 내 발걸음이 가끔씩 다른 곳으로 새고
내가 잘못 고른 단어가 너무 크게 들릴 때
너는 아마 내가 변했다고만 생각하겠지
그럴 때마다 난 어쩔 줄을 모르겠어
Babe 알고 있겠지만 사랑이 필요할 땐
Ask 그럼 보여줄게 말이 앞서기 전에
변하지 않는 건 다이아몬드하고
널 사랑하는 나밖에는 없다고
사랑에서 가장 어려운 건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 항상 우선이 될 수 없고 가끔 말과 행동이 의도한 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변하지 않는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4번 트랙에서도 계속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랑이 전부라고 얘기한다.
내가 모자라는 만큼 너는 조금 모나 있거든
새로운 사실이 아니어도 난 매번 새로워
아무렴 어때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데
love is all all is love love is all
love is all all is love love is all
love is all all is love love is all
사랑이 전부인 거야
사랑이 나의 전부일까. 그러다가 사랑에 매몰되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어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사랑이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곳, 모든 것을 포함한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쫓아, 그리고 사랑 때문에 움직이는 존재들이 아닐까?
"내 여자가 부산에 내려가 있는 동안 내 고향 서울엔 눈이 내렸다. 괜히 애틋한 마음에 내 고향도 기차로 한참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리워할 장소가 없어도 그리워할 사람이 있으니 괜찮다. 고향을 위한 변변한 노래 하나 가져본 적 없는 서울 사람들을 위해 서울 사람이 불러보았다." -검정치마 내 고향 서울엔 앨범 소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그리움도 역시 사랑이 일부이니까. 그리움이 있기에 사랑이 더욱 커지고, 그리움이 있기에 더욱 애틋해지는 것이 아닐까?
부산 집 화단엔 동백나무 꽃이 피었고
내 고향 서울엔 아직 눈이 와요
안부를 물어볼 때면 틀리지 않고 말할 수 있죠
거긴 벌써 봄이 왔군요 하지만
내 고향 서울엔 아직 눈이 와요
눈 비비며 겨울잠을 이겼더니
내 고향 서울엔 아직 눈이 와요
쌓여도 난 그대로 둘 거예요.
순간의 아름다움을 위한 폭죽과 풍선을 사랑과 대비하여 자신의 사랑은 오래오래 영원히 남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폭죽과 풍선처럼 모든 것들이 떠나가고 결국 남는 건 우리 둘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손을 잠깐 놓기만 해도 멀리 날아가는 풍선과 달리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조휴일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대로 넌 그대로 내 옆에 남을 걸 난 알아
마지막 폭죽이 터지는 그날에도
별로 슬퍼할 것 같진 않아
Oh baby 내 노래가 멈춘 뒤엔 모두 떠나가고
또 너와 나 둘만 남겠지
Oh look at 'em go baby
Oh look at 'em go
Oh look at 'em go baby go
검정치마가 선보이는 레게풍의 곡이다. 1시 5분일 때 시침과 분침이 겹치듯, 조휴일은 1시 5분처럼 그녀만 바라본다고 얘기한다. 서투르지만 감정 자체는 누구보다 뜨겁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고 싶어 하는 듯이 노래를 부른다.
아직 더 서투르고
솔직해야 하지만
반복에 기계처럼
계산하고 준비된 사람들
하지만
자기야 나는 너를 매일 다른
이유로 더 사랑했었고
이젠 한시 오분 멈춰있는
시계처럼 너 하나만 봐
네가 없는 날은 어떻게든
흘러가기만 기다려
투명해진 날 누가 볼 수 있을까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엄청나게 뜨거운 사랑을 또다시 보여주고 있다. 나랑 아니면 누구랑 사랑할 수 있겠냐며 사랑을 나타내고 있다.
나랑 아니면 누구랑 사랑할 수 있겠니
나랑 아니면 어디에 자랑할 수 있겠니
나랑 아니면
아무렇지 않게 넌 내게 말했지
날 위해 죽을 수도 죽일 수도 있다고
알아 나도 언제나 같은 마음이야 baby
아마도 우린 오래 아주 오래 함께할 거야
이 곡은 자신의 아내에 대한 곡으로 조휴일 아내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아마 애칭이지 않을까 싶다. 조휴일은 곡에서 아내를 고향인 부산으로 보내고 느끼는 외로움을 노래하고 있다. 아주 잠깐 떨어져 있지만 계속 보고 싶다고 얘기한다.
난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
난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
보고 플 땐 금방 건너던
강이 바다가 돼 넘쳐도
괜찮았었는데 이젠 아닌가 봐
새벽에 밟으면 4시간 반
근데 어느 때보다 더 멀게 느껴져
명실상부 검정치마의 가장 유명한 노래이자 이 앨범의 최고 히트곡이다. 조휴일 본인은 이 앨범에서 'EVERYTHING'이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라고 한다. 검정치마가 단 한 곡으로만 기억되어야 한다면 그게 이 노래였으면 좋겠다고까지 했었지만, 'Good Luck To You, Girl Scout!' 앨범 인터뷰에서 밝히길 현재는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딜레이와 리버브가 진하게 걸린 기타 사운드를 통해 전하는 사랑의 속삭임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목 그대로, 너는 내 모든 거야라고 말하면서 궁극적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You are my everything
My everything
넌 내 모든 거야
내 여름이고
내 꿈이야
넌 내 모든 거야
나 있는 그대로 받아줄게요
1. 앨범을 들으면서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심정과 진정한 사랑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가사가 없는 전주 시간에 드럼과 기타를 사용한 부분이 그냥 악기 소리로 지나칠 수도 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악기로도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2. 내 사랑은 자로 잰 듯 반듯하고,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다이아몬드만큼 변함없이 사랑하고, 사랑이 전부이고, 모두 떠나도 너만은 떠나지 않을 것을 장담하는 이런 말들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건 어떤 걸까요...
이런 사랑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조휴일이 부럽고 이 가사들이 언젠가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3. "Thirsty"와 대비되는 부분의 가사가 재밌습니다. Love is all은 피와 갈증과 정반대의 가사 내용을 보여주는데, 가사를 자세히 곱씹으며 보니 유익했습니다.
4. 평소에 즐겨 듣는 앨범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온전히 음악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음악에만 집중해 들어보니 특히 폭죽과 풍선들이 새롭게 느껴졌어요. 예전엔 폭죽과 풍선이 떠나가는 관객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들어보니 정말 관객이 떠난 후 텅 빈 공연장을 떠오르게 되더라고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5. 전애인이 인디 음악으로 자장가 플리를 만들어줬는데 그중에서도 나랑 아니면이 자다가도 어렴풋이 들렸었다. 또 밴드부실에서 그 친구가 연주해 주는 EVERYTHING이 이제는 슬프게 들려서 마음이 아팠다. 오랜만에 노래 감상 제대로 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6. 난 아니에요 좋습니다 사랑 얘기보다 가수 본인이 하고픈 말을 해주는 느낌이라 앨범을 여는 첫 곡으로서 손색없고 해랑사 을신당는 나 라이밍 지려요 전체적으로 얼터너티브 락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가 녹아있어서 좋아요 특히 레게 풍을 앨범에 검정치마식으로 풀어내는 게 신기했습니다.
7. 내 고향 서울엔
연인을 기간제 베프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헤어지고 나면 모든 걸 지워야 한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 곡에서는 쌓인 눈을 그냥 둘 거라는 게
전 연인에 대한 남은 사랑, 그리움, 미련 등 다양한 감정을 치워야 할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 게 좋았어요.
8. 전체적으로 상당한 수작이었던 앨범이었던 거 같다. 사운드에서 어떤 파트가 특히 돌출되거나 특히 저열한 점 없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그 균형 그대로 볼륨감은 좋아 빈틈없는 사운드를 들려줬던 것 같다. 다만 짜임새는 약간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같은 사운드에 같은 내용의 가사를 반복하니 중반부가 약간 늘어지는 감이 있었다. 중간에 아예 시원한 하드 록 트랙이 하나 정도 있는 것이 좋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난 아니에요'의 '국화 향이 물씬 나는 날 해랑사 을신당는 나'가 마음에 남는다. 사랑하는 대상이 세상을 뜨는 날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시 오분을 ‘너 하나만 바라본다’로 해석한 것에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매우 천재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6. ㅁㄴㅇㄹ해 ㅇ한 번도 틀리지 않아 실처럼 가늘 때에도 절대로 엉키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