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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환 Nov 14. 2024

하코네 원숭이들의 천국, 지코쿠다니(地獄谷)

하코네 국립공원 (Hakone National Park, 箱根国立公園)

하코네 원숭이의 천국 지코쿠다니(地獄谷)


하코네 국립공원 (Hakone National Park, 箱根国立公園)
 
오와쿠다니(O-waku-dani, 大涌谷) 유황계곡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유황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하코네’하면 떠오르는 기억은 학창 시절에 읽었던 '하코네에서 온 편지'이다. 지금은 무슨 내용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신통방통하게 서명만 기억이 남아있다.
 

유황이 뿜어져 나와 산을 덮고 마을로 내려온 유황냄새를 맡으며 산으로 오른다. 3천 년 전 마지막 분화한 하코네야마(箱根山) 화산의 최고봉인 가미야마(神山)가 폭발했을 때 생겨난 분화구를 품은 오와쿠다니는 아직도 활동 중인 모습이다. 마치 살아 숨 쉬는 지구의 한 단면처럼 기이하고 황량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지면 곳곳에서 지하의 열기가 부글거리며 솟아오르고, 화산활동을 감지하는 장치가 여기저기 어지러이 설치되어 있다. 지표로 기포를 내뱉으며 부글부글 끓어올라오는 수증기, 온천의 진원지이기도 한 석회석을 물에 풀어놓은 듯한 희뿌연 산성천이 흐르는 계곡에서 분출되는 연둣빛 가스, 산 아래와는 확연히 다른, 풀 한 포기 제대로 자라기 어려운 황폐한 강 산성의 토양, 지옥의 골짜기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이곳 사람들은 오와쿠다니를 ‘지옥의 골짜기’란 의미의 '지코쿠다니(地獄谷)'라 칭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온천욕을 마음껏 즐기는 하코네 원숭이들에겐 이곳이 천국인 셈이다. 일본상인들도 이들에겐 돈을 받지 않으니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주인공들이다.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계곡에서 온천을 즐기는 원숭이들은 마치 천국에 있는 듯 평온하다.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있는 원숭이들을 보노라면, 무엇이 천국이고 지옥인지, 무언가를 정의하고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주관적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세상 모든 것들이 어떤 시선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신비를 깨닫는 오와쿠다니 계곡이다.



유황냄새와 고온의 휩싸인 산은 언제 화산이 분출하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광경, 우리에겐 참으로 낯설고 처음 접하는 광경이다.


우리는 유황냄새가 다소 익숙해지면서 1개를 먹으면 7년, 2개를 먹으면 14년의 수명이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유황물에 삶아서 껍질이 검게 변한 달걀인 구로타마고(黒玉子)를 먹으며 하코네 오와쿠다니의 짙은 인상을 함께 맛본다.


 아무튼 이방인이고 여행자인 우리 일행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지구를 목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하코네 사람들을 마주한다.
화산을 머리에 이고 사는 사람들, 하코네 사람들이다.
 @thebc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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