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마케팅 직무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페르소나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또는 지금 페르소나를 검색하면서 내용을 채우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회사에서 자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서 페르소나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나름 N성향이 짙어서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생각되지만, 페르소나를 설정할 때만큼은 상상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물론 여러 사람이 모여 대화하면서 고민한다면 더 그럴듯한 페르소나를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혼자 고민하는 만큼 생각이 잘 확장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본인의 라이프스타일로 페르소나를 설정할 수 있는 사람은 참 좋겠다는 부러움을 느끼면서 끙끙거리다가 '나 자신이 가상의 서비스에 가장 적합한 페르소나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나 자신을 잘 모르니까 나도 적합한 페르소나가 될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나를 분석해 보기로 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방법은 단순하지만 꼼꼼해야 한다. 나의 하루를 돌아보면서 하루의 시작과 끝까지 사용한 서비스, 제품에 대한 Why를 작성하면서 그곳에서 느끼는 Pain point를 찾아보는 것이다.
✔︎ 7:00 <아이폰 알람>
왜 알람을 사용하는가? : 알람이 없이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왜 일어나기 힘들까? : 밤에 늦게 자기도 하고, 평일에는 피로가 많이 쌓여있다.
- Pain point : 아이폰 알림 다시 알림은 대체 몇 번이나 반복하는지 때때로 출근하는 길에도 울려서 너무 성가시다. 그렇다고 다시 알림 설정을 해제하면 못 일어날까 봐 걱정이 된다. 다시 알림이 9분 간격인 이유가 매우 궁금하다.
✔︎ 7:00~20 <유튜브>
왜 유튜브를 사용하는가? : 씻는 동안 심심해서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는다.
왜 심심한가? : 아침에 너무 조용하기도 하고 금방 정신을 회복할 수 있다.
- Pain point : 이 순간에 사용할 때는 큰 불편함은 없다. 10~20분 정도의 영상을 틀어놓는 용이다. 다만, 다음 재생 영상이 인기 동영상인 경우도 있고 연관된 동영상인 경우도 있는데 어떤 상황에 따라 다음 영상이 나오는지는 알 수 없다.
✔︎ 7:20 ~40 <날씨, 카카오맵>
왜 날씨와 카카오맵을 사용하는가? : 출근 전 옷을 어떻게 입고, 버스 도착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왜 미리 확인하는지? : 계획적인 편인 것 같고 버스를 놓칠 확률가 옷을 잘 못 입을 확률을 낮추기 위해서
- Pain point : 체감상 카카오맵이 버스시간이 정확한 것 같다. 다만, 승하차 알림 기능이 중간부터 시작할 때 가끔씩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가 있다.
✔︎ 7:40 ~ 8:10 <유튜브, 인스타그램, 유튜브 프리미엄, 토스, 뱅크샐러드, Gmail, 티머니GO, 네이버웹툰, 올웨이즈, 발로소득>
출근길에는 노래를 듣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이 보편적으로 국룰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다양한 어플을 사용하는데 어플이 많으니까 묶어서 적어보도록 하겠다.
- 유튜브, 네이버웹툰, 인스타그램 : 출근하는 동안 못 봤던 영상과 웹툰, 스토리를 보면서 출근 시간을 녹이려고 한다. 그리고 소소한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공부영상이나 시사영상을 보면 나름 알차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은 이제 거의 무의식적으로 들어가서 스토리를 보거나 스크롤을 휙휙 넘기다가 나가는 것 같다.
- 티머니GO, 토스, 뱅크샐러드 : 나의 자산을 확인하면서 어떻게 한 달 지출을 관리해야 할지 생각한다. 그리고 토스에서 나오는 콘텐츠들은 유익하며 포인트도 얻을 수 있다. 티머니GO는 내가 선불교통카드를 사용해서 출석체크 이벤트로 마일리지를 얻기 위해 들어가는 편이다.
- Gmail : 중요한 메일을 확인하기도 하고 구독해 놓은 메일 중 흥미 있는 제목이 있으면 들어가서 읽는 편이다. 하지만 거의 어떤 메일이 왔는지 확인하고 바로 나가는 편이다.
- 올웨이즈, 발로소득 : 올웨이즈와 발로소득은 최근에 사용한 어플이다. 올웨이즈는 커머스 어플로 올팜, 출석체크, 비디오 등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기능이 많다. 발로소득은 만보기 기능과 챌린지 기능을 통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요즘 짠테크 트렌드에 맞춘 기능이 많아서 현금이나 기프티콘을 얻기 위해 사용 중이다. 아직 두 서비스를 통해 얻은 것들이 없어서 더 열심히 들어가는 편이다.
- Pain point : 사실 출근길에 너무 많은 어플을 사용해서 개인적으로 한 번에 내가 사용하는 플랫폼들을 모아놓은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한다. 그 역할을 아이폰이 하는 거지만 아이폰 안의 아이폰이랄까 아무튼 내가 쓰는 어플의 기능들만 모아놓은 어플이 있었으면 좋겠다.
✔︎ 8:30 ~ 17:30 <슬랙, 노션, Jira, 팀즈, Figma, 카카오톡>
회사에서는 보통 업무용 툴, 협업 툴을 사용하는 것 같다. 업무시간 동안은 아이폰은 커스텀 집중 모드로 설정하고 근무를 하는 편이다. 업무 모드를 설정하는 이유는 알람을 울리지 않게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툴마다 본인들이 어필하는 특징과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슬랙과 팀즈는 소통하기에 편하고, 노션과 Jira는 작업내용을 기록하고 진행률을 파악하기에 좋다. Figma는 정말 협업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다. 카카오톡은 아무래도 다른 톡방이 있기 때문에 접속하면 딴짓을 하기 좋아서 잘 접속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 Pain point : 툴마다 사용하는 목적이 다르지만 너무 많은 툴을 사용하는 것은 생산성을 오히려 저하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17:30 ~ 18:20 <유튜브>
왜 유튜브를 사용하는가? : 퇴근하는 길에는 거의 유튜브만 보는 편이다. 유튜브를 통해 저녁에 어떤 요리를 해먹을지 보거나 자기 성장을 위한 동영상을 시청한다.
왜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가? : 웹검색은 터치가 많아서 흔들리고 사람이 많은 버스에서 한 손으로 사용하기 불편하다. 별다른 액션 없이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편하고 사용 목적이 요리 레시피와 자기 계발이기 때문에 영상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 Pain point : 최근 짧은 영상들에 많이 노출이 돼서 그런지 긴 영상을 시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버스 같이 집중을 하기 힘든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런 것 같다.
✔︎ 18:20 ~ 20:00 <넷플릭스>
왜 넷플릭스를 사용하는가? : 요리를 마치고 저녁을 먹을 땐 여유롭게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싶다.
왜 넷플릭스인가? : 유튜브는 묘하게 몰입도가 높지 않고 영상을 탐색하는 시간이 더 많아서 차라리 보고 있던 영상을 이어서 시청하거나 새로운 드라마를 보는 것이 몰입도를 높인다.
- Pain point : 넷플릭스에 막상 들어가면 볼거리가 없다고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볼거리가 많아서 좋다. 다큐시리즈나 오리지널 시리즈를 잘 찾아보면 꿀 콘텐츠들이 많다. 다만, 결제변경이나 계정에 관련된 액션을 할 때 웹으로 접속해야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 20:00 ~ 21:00 <따릉이, 카카오맵, 유튜브 프리미엄>
왜 따릉이와 카카오맵을 사용하는가? : 요즘 저녁에는 날씨가 선선해서 식사 후 소화겸 간단한 운동을 위해 따릉이를 타는 편이다 네이버 지도보다 카카오맵이 자전거 안내가 보기 더 편하다고 생각해서 카카오맵을 이용한다. 에어팟을 끼고 유튜브 프리미엄을 통해 음악 들으며 따릉이를 타는 편이다.
왜 따릉이인가? : 헬스장, 홈트, 러닝 등 다양한 운동 종류가 있지만 운동보다는 가벼우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기 좋은 자전거가 나한테는 맞는 것 같다. 또 기록어플이나 일기를 쓰는 어플도 있지만 자연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더 힐링되는 것 같다.
- Pain point : 유튜브 프리미엄을 내가 잘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너무 같은 노래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점이 아쉽다. 따릉이는 예전에 버벅거림이 심했는데 요즘엔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 깜빡하고 반납을 하지 못했던 적이 있는데 이를 위한 고객센터 챗봇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 21:00 ~ 22:30 <무신사, 29cm, 마켓컬리, 쿠팡>
왜 다음 서비스들을 사용하는가? : 하루의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워서 쇼핑할 목록을 둘러보는 편인데 마켓컬리는 식품을 위주로 쿠팡은 생활용품 위주로 본다. 29cm에서 먼저 아이템을 찾고 무신사로 가격을 비교해서 더 싼 곳에서 구매하는 편이다.
왜 비교하는 행위를 하는가? :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은 푸시 알림으로 이벤트나 할인을 하는 경우에 자주 들어가는 것 같다. 그리고 서비스마다 취급하는 제품의 스타일이 다르고 가격도 더 싼 곳에서 사면 좋지 않은가 아무래도 사회적 상황에 따라 소비 패턴도 달라지는 편인 것 같다.
- Pain point : 무신사와 쿠팡은 상품이 너무 많아서 이용하는 시간 대비 구매하는 비율이 너무 적다. 어떤 물건을 사겠다는 목적이 있지 않은 이상 아이쇼핑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아이쇼핑도 피로감이 크다. 그래서 나를 위한 페이지나 탭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
✔︎ 22:30 ~ 23:30 <스픽, 인스타그램, 헤이 버니>
왜 다음 서비스들을 사용하는가? : 잠들기 전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스픽에 접속한다. 1일 1출석을 지키려고 밤에 들어가는 편이다. 헤이버니는 내가 구독한 뉴스레터를 모아놓은 어플인데 흥미 있는 것들만 추려서 읽는 편이다. 인스타그램 역시 무의식적으로 자기 전 훑어본다.
왜 자기 전에 공부를 하는가? : 사실 유튜브를 보다가 잠드는 날도 많다. 하지만 숏츠나 릴스를 보다 보면 잠이 오지 않을 때가 많아서 잠을 더 잘 자기 위해서 그리고 마음 한편에 위치한 양심 때문에 하루를 유의미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 Pain point : 스픽은 음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 답답하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는 너무 광고가 많아져서 피드에 팔로워만 노출되도록 하는 편이다. 하지만 팔로워만 볼 수 있도록 해놓으면 공식계정의 게시물이 너무 많아서 불편하기도 하다.
이렇게 적어보니 나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를 자주 사용한다(쿠팡, 유튜브 프리미엄, 넷플릭스, 스픽), 두 번째, 짠테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사용한다. (올웨이즈, 발로소득, 토스) 세 번째,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웹툰 서비스 내 콘텐츠 등) 네 번째로는 나의 하루를 시간별로 정리하고 보니 로봇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섯 번째로는 신규 어플보다는 이미 기성화 된 어플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나 자신을 면밀히 분석해서 페르소나를 만들어보는 것은 실무에서 페르소나를 활용해야 할 때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의 하루가 누군가와 비슷할 수 있지만, 각자의 Why와 Pain point가 다르니 충분히 스스로에게서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