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몬 그 애증의 이름이여
띠링, 카톡이 왔다.
어머니, 한번 봐주셔야겠어요
구몬 온라인 수업 전, 선생님께서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주셨다.
오답률이 엄청나게 높은 데다, 심지어 풀지도 않고 그대로 제출해버린 페이지도 수두룩하다.
웬만하면 아이 잘못한 것을 지적하지 않는 선생님이심을 알기에, 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언제는 정말 잘하고 언제는 또 형편없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를 바라보고 이해할 때, 엄마의 경험치와 가치관에 따라 그 깊이와 넓이가 결정될 것이다.
딸 하나밖에 없어 매 순간이 처음처럼 느껴지는 데다, 간접 경험을 공유할 선배도 딱히 없다.
딸아이의 친구들과 비교하는 것, 나의 어릴 적 경험에 빗대어 보는 것, 그리고 유튜브나 책에서 얻은 지식으로 가늠하는 것이 내가 가진 도구의 전부이다.
아무리 재보고 들여다보고 이해해보려 해도 참 쉽지가 않다.
머리로 이해하려고 해도 가슴으로 이해가 안 되니 버럭 화가 먼저 나기도 한다.
자유로운 영혼인 아이에게 매일 같은 양으로 풀어내야 하는 구몬은 구속 같은 존재일 것이다.
엄마에겐 꾸준히 풀어내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미래를 위한 적금일 테고.
과목당 하루 세 장, 한 장에 2분이면 풀 수 있다.
하루 이틀이 밀리면 그 양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포기하고 싶을 정도에 이르게 된다.
매일 구몬 했냐는 말에 했다고 대답해왔던 아이는 마감 직전 많은 양을 마구 쳐냈고 그것이 이 사단의 이유가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온 아이와 마주했다.
“이번 주 무슨 일이 있었니?”
“ . . . ”
“OO이 지난주에도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서는 이번 주에도 또 약속을 어겼네. 엄마가 물어봤을 때 했다고 해서 약속 지키는 줄 알았어”
“ . . . “
“안 해서 계속 마음 불편하잖아.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고 방법을 찾아보자”
“목요일에 수업을 하는데.. 목요일은 선생님이랑 했으니까 안 하고. 금요일은 다른 학원 다녀오면 왠지 다 끝난 거 같아서 쉬고 싶어서 안 하게 되고, 토요일은 해야지 하다가 일요일에 하지 뭐 하다가 또 밀리고, 일요일에 어쩌다 못하고 월요일부터는 마음이 급해지고 다른 학원 숙제하다가 바빠져서 화요일 수요일에 몰아서 하게 되는 거 같아”
“그럼 이번 주에는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을까”
“그런데 내가 뭘 하겠다고 말을 못 하겠어. 또 못 지킬 것 같거든”
“. . . 그럼 엄마가 이번 주는 매일 했는지 확인하는 걸로 할까?”
“ . . . 알았어”
직렬과 병렬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일을 나열하고, 하나씩 지워가며 일을 하는 성격인 나는 직렬로 일하는 타입인 것 같다.
성취, 완료, 완수 이런 가치가 나한테는 너무 중요해서 그 마감하는 맛을 느끼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계획표부터 만들곤 했다.
학창 시절 내내 그리고 직장 생활 내내 다이어리는 필수품이었고, 빼곡히 적힌 스케줄과 그걸 해내고야 마는 나에게 만족하고 뿌듯해했던 것 같다.
내 방식대로 플래너를 사서 해야 할 일을 적게 하고 하나씩 지워보게도 시켜봤지만, 매번 사고 한두 페이지만 쓰고 버리는 다이어리가 여러 권.
내가 옆에서 지켜보니 우리 딸은 완벽한 병렬형 타입인 것 같다.
해야 할 일이 머릿속에 있긴 하다. 그걸 쭈욱 늘어놓고 이거 조금, 저거 조금, 그리고 다른 거 조금.
조금조금씩 해서 마감 시간 전에 마무리를 한다.
직렬이던 병렬이던 퀄리티 있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만 낸다면야 방식은 전혀 상관이 없지.
아직 시간 사용법과 자기만의 공부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인지 매번 마감 때마다 힘들어한다.
답을 알 수 없어서 맥주 한 캔 따게 되는 저녁
답을 어떻게 찾아야 나
답을 찾는 게 맞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