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했다.
딱히 바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힘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식이 파랗게 폭삭 주저앉은 것도, 다이어트한답시고 먹고픈 거 못 먹은 것도 원인은 아니었다.
고요하게 앉아 오늘을 곱씹어보니, 바로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불편한 것이었던 것 같다.
글로, 말로, 문자로, 모든 말들이 하나하나 거대하게 커져서 나를 삼켜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코로나로 잠잠하던 아이 학부모 모임이 2학기 들어 시작되었다.
지난주 모임에 나갔을 때 열댓 명 나왔던 것 같다.
저학년이 아닌 고학년 모임, 1학기가 아닌 2학기의 모임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미 형성된 엄마들끼리의 친분관계와 아이들 간의 학교에서의 친밀도가 각각의 변수로 작용해 말 한마디에 웃음소리 하나에 눈빛 하나에 의미가 담긴다.
꾸역꾸역 앉아 적당히 맞장구치며 혹여 중요한 정보나 얘기라도 건질까 긴장하며 있었다.
내 사회생활이라면 그냥 박차고 나왔을 그런 자리. 애가 걸리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굴을 들이밀어 본다.
모임 이후 단톡방에 카톡 알람이 끊이질 않는다. 아이반 단톡방은 알람을 꺼두기도 그래서 그냥 놔뒀는데, 하나 울릴 때마다 마음이 시끄럽다.
톡방 이름으로 내 이름이 아닌 아이 이름을 걸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알만한 사람들인 것 같은데, 예의 없는 사람, 성의 없는 사람, 듣지 않고 할 말만 하는 사람, 거들먹거리는 사람 등등 다양한 군상이 모여있다,
인터넷을 펼쳐본다.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 세계로 들어가 본다.
요즘은 자기 브랜딩의 시대여서 그런 걸까. 곳곳에 자기를 알아달라고, 자기를 인정해달라고 소리치는 글들이 가득하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 유튜브를 켠다.
보다가 중단했던 영상들이 이어서 나오는데.. 대부분은 아이 이렇게 교육해라, 대치동에서는 이렇게 키워라 등등의 얘기들이다.
애들 교육 안 보려고 또 다른 채널을 찾아보면 이제는 돈 버는 얘기가 또 줄줄줄 나온다.
생각을 하지 않고 멍 때리려고 들어간 인터넷 세상에서 또 속 시끄러운 얘기들을 얹고 생각에 잠긴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이 불편함의 뿌리가 무엇인지에 이르렀다.
바로 ‘불안감’
엄마의 불안감을 동력으로 오늘도 힘차게 나아가는 대치동의 밤거리를 보며, 내일은 그 망령에 쌓이지 말자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