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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리 Jul 06. 2022

KPI 설정의 중요성

일을 함에 있어서 어떤 이는 WHAT이 중요하다고 하고, 누구는 HOW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나는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WHY라고 생각한다.


WHY는 일을 해야하는 방향을 설정해준다.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의 시작점이자, 결정의 기준이 된다.


왜 이 일을 해야하는가?

이것은 얼핏 보면 당연해 보이는 말이지만,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조직을 경험해 본 나는 안다. 

WHY가 없이 그저 '해야해서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클라이언트에게 제안을 하고, 이를 셀링해야 하는 '을'의 입장에 있다보면

생각을 확장하고 아이디어를 펼쳐 나가는 스타트 지점이 정말 중요한데, 

그 때 이 WHY를 붙들고 생각의 방향을 설정하지 않으면 말이 안되는 결과물이거나, 혹은 어떠한 효과도 내지 못하는 의미없는 결과를 낳고 만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나는 끈질기게 WHY를 물어왔고 오늘도 묻는다.


WHY만 명확하게 잘 규정해도, 절반은 성공한 캠페인이 된다.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정해주는 것이니, 절반은 솔루션을 제시한 것이나 다름 없다.


대행사의 마지막 유작이자, 내 광고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정점을 찍은 

지그재그 '윤여정 캠페인'을 기획할 당시 내가 광고주에게 받았던 과제는 '가장 회자가 되는, 임팩트가 있는 광고를 만들어주세요' 였다.

사실 이 오더는 모든 광고주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주문이라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대행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지겹도록 많이 들었던 한 문장일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지그재그 클라이언트는 달랐다.


이 캠페인을 진행하는 WHY에 대해서 이야기 해 준 것이다. 

'우리가 이 캠페인을 급하게 요청하는 이유는 경쟁사들 역시 캠페인을 집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카테고리 1위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당시 클라이언트가 전달해 준 WHY였다. 

내가 붙들고 있어야 하는 WHY는 '압도적 존재감' 이었다.


이 명확한 WHY는 다른 그 어떤 요소는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이드와 같았다. 

매출도, 앱 다운로드도, 구매전환율도... 플랫폼들이 KPI로 잡는 그 어떠한 목표도 우리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내가 기획해야 하는 캠페인은 '압도적 존재감'만 전달하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압도적 존재감이라는 단어 하나만을 붙잡고 달려나갔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밤낮없이, 기획 / 제작 파트가 하나가 되어서 쏟아냈다.

그 중에는 WHY를 충족하는 것도, 충족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러던 중, 경쟁사의 신규 모델 기용 소식을 입수했다.

김태리, 정려원, 손담비 등 당시 여성 플랫폼들은 소비하는 모델의 이미지와 연령대가 유사했다.

30대의 선망성이 있는, 예쁘고 패셔너블한 여자 연예인.


이들 가운데 어떤 모델을 기용해야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까?

송혜교? 전지현? 한소희?

그 누구도 답이 아니었다.

비슷한 이미지의 모델로는 패션 플랫폼 리더로서의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그렇게 나는 '옷을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구매력이 떨어져 협찬조차 받지 못해 모든 것을 자비로 구매하는' 윤여정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패션에 대한 철학과 요즘 MZ세대들이 열망하는 삶에 대한 / 세상에 대한 다소 냉소적인 태도를 가진 윤여정 선생님을 모델로 파격 제안했고, 그녀를 패션 꼰대로서 브랜드 뮤즈로 기용하는 캠페인을 설계했다.


명확한 WHY의 가이드로 나는 좋은 캠페인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WHY가 명확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모든 종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바로 WH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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