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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아 할아버지 Sep 22. 2024

[스토리’n 클래식] 보텀의 꿈: ‘꿈이어도 좋아!’

<한여름 밤의 꿈> 두 번째 이야기

로아야,


이전에 할아버지와 함께 읽던 <괴물들이 사는 나라>란 동화책이 있었지? 장난꾸러기 맥스가 심하게 장난치다 엄마한테 꾸중 듣고 자기 방에서 나오는 못하는 벌을 받게 되지. 이에 화가 많이 난 맥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지? 갑자기 방안이 정글과 바다로 변하고, 맥스는 작은 배를 타고 바다를 떠돌다 괴물들이 사는 섬에 도착하지. 그 섬에서 맥스는 괴물들의 왕이 되어 괴물들을 다스리며 재미있게 지내게 되지. 그것도 잠시, 맥스는 곧 엄마와 집이 그리워져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지. 창을 통해 자기 방으로 들어온 맥스에게는 엄마가 차려준 따뜻한 음식이 기다리고 있었지.


맥스의 방이 정글과 바다로 변한다거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괴물들이 사는 섬에서 왕 노릇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실제로 일어난 일은 아니야. 엄마한테 꾸중 듣고 밥도 못 먹은 채로 자기 방에서 나가지 못해 화가 난 맥스가 상상 속에 만들어낸 일이겠지. 무서운 괴물들의 왕이 되어 괴물들을 꾸중하고 명령하는 상상을 통해 맥스는 엄마한테 꾸중 듣고 속상했던 마음을 풀었던 것 같아. 상상의 나라에서 돌아온 맥스는 그사이 엄마가 가져다주신 맛있는 음식을 보고 기뻐하지. 혼이 나서 속상하고 화가 났던 기분은 다 잊어버리고.


요즈음 로아는 자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엄마 아빠 앞에서 뒤로 벌렁 눕기도 하더구나. 집이나 밖을 가리지 않고 말이지. 로아는 커가면서 속상하고 화나는 일이 더 많이 생길 거야. 로아는 자기 생각이 분명하니, 집에서는 맥스처럼 엄마나 아빠한테 꾸중 듣는 일도 있을 것이고.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면 마음에 안 맞는 친구들 때문에 속상한 일도 생기겠지.


속상하고 화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그때 풀어 주는 것이 중요해. 화가 쌓이면 마음을 다스릴 수도 없고 병도 생기기 때문이지. 그래서 속상하거나 화가 난 마음을 풀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단다. 그 방법의 하나가 맥스처럼 마음속에 멋진 상상의 세계를 펼쳐보는 일이야.


심리학에서도 마음 다스림에 상상하기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맥스 이야기는 단순히 꾸며낸 것만은 아니겠지. 로아도 스토리북 읽기를 매우 좋아하니 상상 속에 멋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일은 어렵지 않겠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보텀처럼.



보텀에게는 꿈속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단다. 먼저 보텀이 전해주는 스토리를 들어보자.


안녕, 내 이름은 닉 보텀이야. 옷감 짜는 일이 내 직업인데, 연극 무대에 서는 것도 좋아해. 어느 저녁이었어. 나와 친구들은 연극 연습을 위해 숲 속에서 모였어. 곧 있을 공작님 결혼 축하 공연에 올릴 건데, 조용히 연습할 곳이 필요했거든. 그런데, 연습 도중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단다. 퍽이라는 장난꾸러기 숲 속 요정이 내 머리를 당나귀 모습으로 바꿔 놓았던 거야.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있었지만, 내 모습을 본 친구들은 놀라서 다 도망갔어. 더 신기한 일은 마침 잠에서 깬 숲 속 요정 여왕이 글쎄 내 모습을 보자마자 반해버린 거야.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요정 왕이 골탕 먹이려고 요정 여왕에게 마법을 걸었기 때문이었어. 요정 여왕은 나를 마치 숲 속 왕처럼 대했고, 부하 요정들을 시켜 내 시중을 들게 했단다. 나는 모든 것이 어리둥절했지만, 나쁘지는 않았어. 아니, 기분이 정말 좋았지.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면 다 들어줬으니까. 아쉽게도 요정 여왕에게 걸렸던 마법은 풀렸고, 요정 퍽도 내 모습을 원래대로 돌려놨단다. 나와 친구들은 공작님의 결혼식 축하 공연을 무사히 마쳤지. 숲 속에서 요정 여왕과 사랑에 빠진 것이나 요정들이 시중들던 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내가 잠깐 꿈을 꾼 것인지 아리송하지만, 그 일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져. 힘들게 옷감 짜는 일을 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져서 흥얼거리게 되고. ‘꿈이어도 좋아!’하고 속으로 외치곤 하지.



보텀은 사회에서 존중받는 삶을 살지는 못했어. 연극의 배경인 아테네는 신분 사회로 평민들은 하류계급이었고 상류층인 귀족에게 봉사해야만 했단다. 보텀의 옷감 짜는 일도 평민의 직업으로 힘이 들었지만 좋은 돈벌이도 못되었지. 더더구나 존중은 기대도 못 했어.


몸으로 힘들게 일하는 보텀과 친구들이 연극을 좋아하는 이유도 현실 세계에서의 처지와 어려움을 잊기 위함일 수도 있어. 연극에서라면 멋진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존중받고 대접받는 신분이 될 수도 있으니까. 보텀과 친구들이 무대에 올리려고 연습하던 연극에서 보텀은 아름다운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 주인공이 되거든. 연극 내용이 비극적이기는 해도 보텀은 주인공 역할을 연기하면서 의욕이 넘쳤고 즐거워했어.


그런데, 숲 속에서 연극 연습을 하던 중 보텀에게는 연극 속 주인공보다도 더 환상적인 일이 일어나지. 자신의 머리가 당나귀 머리로 바뀐 것을 알았더라면 보텀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겠지만, 사람의 몸뚱이에 당나귀 머리를 가진 보텀의 괴상한 모습에 요정 여왕 티타니아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야. 꿈에서나 상상해 볼 수 있는 일이 보텀에게 일어난 거지.


요정 여왕은 보텀을 마치 왕처럼 존경과 사랑으로 받들었고, 보텀은 너무나 행복해했어. 요정 여왕의 명령으로 작은 요정들이 자기에게 일일이 시중들어주는 것도, 자신이 작은 요정들에게 지시하고 명령하는 일도 아주 즐거웠지.


요정 여왕에게 내려졌던 마법이 풀리면서 이 환상적인 시간도 곧 끝이 나지.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보텀의 마음속에는 요정 여왕과 요정들과 보낸 꿈같은 시간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매우 매우 행복해졌고. 이 순간만큼은 평민으로서의 신분이나 옷감 짜는 일에서 오는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거든.



<한여름 밤의 꿈>을 쓴 셰익스피어는 작품에서 보텀과 같은 평민들의 편이 되어주었단다. 셰익스피어가 살던 1500년대 후반과 1600년대 초반 영국은 왕이 통치하고 신분 계급이 뚜렷했던 사회였어. 보텀과 같이 노동을 하는 평민들은 낮은 신분으로 존중받지도 못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지. <한여름 밤의 꿈> 무대인 그리스 아테네는 당시의 영국 사회 모습으로, 그 사회는 모든 것이 정해져 있었고 평민들에게는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 닫힌 사회였던 것이지.


‘한여름’이라는 절기와 숲 속이라는 장소는 보텀과 같은 평민들이 잠시나마 힘들고 답답한 현실을 잊고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장치였지. ‘한여름’이란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인 하지의 전날 밤을 의미해. 서양에서는 이날 밤에 신비하고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믿었어. 숲 속은 인간 사회와 정반대 세상이야. 모든 것이 정해지고 닫힌 신분 사회와는 달리, 숲 속은 예상치 못한 신비하고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장소로 믿어졌지. 특히, 숲 속에서는 한여름 밤이면 요정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믿어졌지.



‘꿈이어도 좋아!’


“내 꿈은 밑도 끝도 없어.” 숲 속에서의 일어난 꿈같은 환상에서 깨어난 후 보텀이 한 말이야. 보텀이라는 이름은 영어 단어로 밑바닥이라는 신분을 나타내면서 근거가 없다는 뜻도 나타내니 흥미롭지? 자기에게 일어난 꿈같은 일이 밑도 끝도 없어도,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이때를 떠올리며 즐겁고 행복해하는 보텀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지. ‘꿈이어도 좋아!


<한여름 밤의 꿈>에 등장하는 보텀의 ‘꿈이어도 좋아!’란 마음은 로아와 같은 기술발전의 시대에서 성장하고 살아가야 할 어린이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러한 마음가짐은 상한 마음을 원래대로 되돌려주는 회복탄력성을 갖추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야.


보텀에게서 어떻게 회복탄력성이 나타나고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시대에 왜 회복탄력성이 중요할까? 무엇보다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의 대처와 적응, 긍정적인 마음가짐이야. 숲 속에서 뜻하지 않게 요정들과 마주치고, 당나귀로 변하고, 요정 여왕의 사랑을 받는 예상 밖의 당혹스러운 일이 보텀에게 일어나지만, 보텀은 당황하지 않고 상황변화에 대처하고 곧바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잖아.


보텀은 낯설고 당혹스러운 상황에서도 오히려 즐기려는 자세와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지. 이 상황을 유머로 넘기는 마음의 여유가 보텀에게는 있기 때문이야. 현실 세계로 돌아와서도 숲 속에서 일어난 환상적인 일에 당혹해하지도 않고, 그 꿈같은 일에 정신을 뺏겨 현실을 소홀히 하는 일도 없지. 오히려 이 꿈같은 일을 생각하면서 더 기운을 내서 즐겁게 옷감 짓는 일도 하고 친구들과 연극도 열심히 하지.


숲 속 요정 나라에서 벌어진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보텀이 보인 적응력과 긍정적인 마인드, 유머, 그리고 마을로 돌아와서는 더욱 활기 있고 명랑하게 생활하는 모습, 이것이 보텀의 회복탄력성이지. 보텀의 회복탄력성은 기술발달 시대를 살아갈 로아와 같은 어린이들에게도 필요할 것이야. 급격한 기술발달로 인해 사회는 예측할 수 없이 계속 변화할 것이고, 그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한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정서적인 어려움은 파도처럼 계속 밀려올 테니 말이야.


그래서


로아와 같은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주인공이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습관을 간직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보텀과 같이 되뇌면서.


‘꿈이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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