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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ant Jan 27. 2023

EP.6 내분비내과 전문의 송월화

의사의 시선

TITLE [View: 의사의 시선]


각자의 다양한 환경에서 쌓은 경험, 현재의 노력과 미래를 위한 도전과 관점까지, 의료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의료계의 다양한 이야기를 폭넓게 다루고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대담 형태의 인터뷰 콘텐츠.


‘의사의 시선’ 여섯 번째 주인공은 작가이자 의사이신 내분비내과 송월화 선생님입니다. 환자에 대해 가장 깊게, 역동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 내분비내과를 선택하셨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내과학 박사과정을 밟고 계시고, 갑상선, 당뇨 등 호르몬 관련 질환을 다루고 계십니다.

작가로서는 환자의 시선에서 느끼는 속마음과 의사의 관점에서 생각되는 속사정을 함께 대변해 주셔서 큰 이목을 끌기도 하셨죠. 환자도, 의료진도 신뢰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송월화 선생님.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의료에 대한 시선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내분비내과 전문의 송월화 



에이던트 구독자분들께 선생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내분비내과 의사 송월화입니다. 내분비내과는 주로 갑상선, 부갑상선, 뇌하수체, 부신 등 호르몬에 관련된 질환을 다루고, 당뇨, 고지혈증, 비만, 골다공증을 치료하는 과입니다. 틈틈이 글을 써서 작년엔 책 ‘오늘도 아픈 그대에게’, 브런치 북 ‘그래도 사랑해 갑상선’을 썼습니다. 올해는 ‘당근케이크’가 출판 예정이고, 현재 브런치 북 ‘삶이라는 사치’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내과학 박사과정 학생이고,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의사로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굉장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시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시간을 내서 글을 쓰시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각자가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다를 텐데저는 글이 스스로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말을 할 때는 듣는 사람이 불쾌하지 않도록 가려서 하고옷이나 머리도 눈에 띄지 않게 무난하게 하고 다닙니다하지만 글은 달라서나와 내면이 비슷한 사람들이 내 글을 찾아 읽습니다그래서 더 솔직할 수 있고용기를 낼 수 있어요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데에는 의업이 가지는 존귀함전문직이 가지는 안정성 등이 기여를 했지만의료의 주인은 환자입니다온전히 환자를 위해 생각하고 처방하며의사 개인의 편의나 사견은 고려하지 않습니다그렇게 숨겨놓은 자아가 글쓰기를 통해 나타나기 때문에바빠도 꾸준히 글을 쓰려고 하는데.. 최근 업로드가 뜸해 사실 민망하네요.


"외과 의사에게 칼이 무기라면내과 의사에게는 약이 무기다.”라는 언급을 원고 <당근케이크프롤로그에서 봤어요이에 관련된 에피소드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해 주세요!


내과 전공의 때 담당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예요사실 꾸중이었죠전공의 때는 정말 처방을 많이 해요개인적인 처방도 있지만환자의 요구사항교수님 지시사항간호사의 전달 사항 등등을 반영해 매일 수많은 처방을 내는데얼마나 처방을 많이 내면 이런 전공의의 모습을 자조하며 ‘오다리(order 내는 사람)’라는 은어가 있기도 합니다그러다 보니 처방 내는 것에 무뎌질 때가 있는데사실 무뎌지면 안 되거든요처방이 잘못 나가면 투약과 처치가 잘못되고 작든 크든 환자에게 해를 줍니다‘무기 함부로 쓰지 말라’는 의미에서 스승님이 가르침을 주셨던 것이고아직까지 염두에 두고 처방을 합니다.





‘내과의 칼은 약이다’라는 부분이 얼마나 세밀하고 체계적이게 처방해야만 하는지 생각하게 되는 대목 같네요. 선생님께서는 내과 전공 중에서도 왜 내분비내과를 선택하셨는지 궁금해요.


내분비내과는 내과 중에 가장 생리학에 능통해야 하는 분과입니다단순히 호르몬 수치가 낮다고 해서 높이는 약을 쓰지 않고당이 올라갔다고 낮추는 약을 쓰지 않습니다왜 수치가 이렇게 나왔는지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고때로는 지켜볼 줄도 알아야 합니다다른 과 선생님들심지어 내과 선생님 중에서도 이런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치를 더 단기간에 정상에 맞춰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요그럴 때 왜 지금은 약을 먼저 쓰지 않는지 설명하는 것 또한 내분비내과 의사의 역할이기 때문에흔히 내분비내과를 ‘내과 중의 내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저는 환자에 대해 가장 깊고 역동적으로 생각하는 과가 내분비내과라고 생각해서 분과로 선택했습니다.


“저는 갑상선암에 걸린 내분비내과 의사입니다.” 선생님의 브런치 북 <그래도 사랑해 갑상선>을 보고 깜짝 놀랐었어요. 당시 투병하셨던 심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더라고요. 이런 어려움 속에서 의사로서 환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셨다고….


환자가 되어보면 병원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병실도 불편하고, 수액 줄도 거추장스럽고, 잠시나마 평화가 찾아오나 싶을 때면 누군가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서 필요한 일을 다급하게 하고 나가버립니다. 어떻게 보면 되게 웃긴 상황이죠.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는데, 서로 엄청 불쾌해하고 있잖아요. 수술받기 전 수술대에 누워있는 공포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모두가 그가 가진 ‘질병’에 초점을 맞춰서 환자를 대해요. 질병을 타도하기 위해서는,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왜 이렇게 이 병을 치료하려고 하는지 가능한 환자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바로 ‘수치가 왜 이렇게 나빠요. 약 올립시다.’ 하기보다, ‘지난번에 훨씬 좋았는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이 상태가 오래가면 혈관 건강에도 좋지 않고, 혹시 합병증으로 어디서 쓰러지시거나 하실 수 있어서요. 걱정이 돼서 그렇습니다.’하고 이야기하려는 편입니다.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꿋꿋하게 투병하시는 과정이 인상 깊었어요. 저도 모르게 읽는 내내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선생님께서도 반대로 그런 환자를 보셨을 때 어떠셨나요?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요?


항상 변하는데, 아무래도 지난주에 퇴원한 할아버지 환자가 기억나네요. 삶에 굉장히 비관적이셔서 약도 잘 드시지 않고 항상 죽을 날만 기다렸던 환자입니다. 당뇨로 인해 혈관이 다 망가져서 심정지 되어 응급실로 왔고, 심폐 소생 후 중환자실로 입원했습니다. 의식이 회복되시자마자 약 좀 잘 드시라고 매일 같이 잔소리를 했어요. 사레 안 들리고 혼자 약 잘 삼키시는지 옆에서 감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잘 드시면서 왜 집에선 안 드시냐고 혼내기도 하고요. 나중에는 제가 들어가니까 잔소리 듣기 싫어서 눈 꼭 감고 돌아누우시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회복되어 건강하게 퇴원하셨고, 퇴원하면서 제가 ‘할아버지. 제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라고 했죠?’라고 물으니 단번에 ‘약 잘 먹는 거.’라고 대답하시더라고요.

사실 치료는 의사 혼자 잘해서 되지 않습니다. 환자도 병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준 것이죠. 하지만 모두 제 덕으로 공을 돌리는 환자분들께 늘 감사합니다. 그런 환자들은 이름, 성별, 나이, 얼굴까지 모두 기억하는 편입니다. 부디 할아버지께서 약 잘 드시고 오래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선생님께서 의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계시는 가치관을 통해 어떤 의사가 되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세요.


‘Do no harm(환자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중심 가치입니다. 의사는 조금만 방심을 해도 환자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일차원적으로 진단을 잘 못했다, 약을 잘 못 줬다 하는 문제라기보다, 살짝 방심하거나 서두르기만 해도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더 해줄 수 있는 것을 놓치게 되죠. 많은 의사분들이 이 사실을 체감하고 있기에 항상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기분으로 진료를 하고, 퇴근하면 운동경기를 뛰고 온 것도 아닌데 쓰러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도, 의료진도 신뢰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의사들도 내심 ‘내가 이 병에 걸리면 이 선생님을 찾아가야겠다’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거든요. 동료 의사가 ‘송 선생이라면 대충 하지 않겠지, 열심히 분석하고 생각해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겠지’ 하고 믿고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있는 의사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현재 내과학 박사 과정도 밟고 계시죠. 최근에 흥미롭게 본 논문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최신 의학은 치료보다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생활 습관이나 조기 검사가 질병 발생률을 감소시킨다거나, 특정 약물요법이 합병증 발생률을 감소시킨다는 연구는 화제성도 높고 흥미롭습니다. 최근에 본 관련 논문은 Combination therapy with pioglitazone/exenatide improves beta-cell function and produces superior glycaemic control compared with basal/bolus insulin in poorly controlled type 2 diabetes: A 3-year follow-up of the Qatar study로, 간 섬유화와 지방간 유병률 감소시키는 당뇨병 약제 조합에 대한 연구입니다.


만약, 일하시는 의료현장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떤 도움을 받고 싶으신가요?


환자의 식습관, 운동 습관, 수면 습관 등을 분석해서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식이 교육, 운동 교육, 수면 교육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내분비 질환을 치료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진료실에서 의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환자의 증언에 의존하고, 교육 또한 제한된 시간에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러 제한점이 있거든요.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바라고 계시는 미래의 의료는 어떤 모습인가요?


미래의 의료는 의학적 지식과 경험이 그 가치를 존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검사나 처방에 의존하며 치료만이 목표인 일차원적 의료를 벗어날 수 있고, 질병의 예방과 조기 발견에 초점을 맞춘 선진 의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질병의 예방과 조기 발견에 초점을 맞춘 선진 의료’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 또한 내분비과만의 갖고 있는 고충과 관련 있을까요?


저희 과는 질병의 예방과 조기 발견에 대한 관심이 높고, 약을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환자의 상태나 다른 투약이 현재 상황을 유발할 만한 근거가 된다면, 상태가 좋아지고 투약이 줄어들면 검사를 다시 해보자고 해요. 예를 들면 다른 과에 입원해서 포도당이며 영양 수액을 잔뜩 맞고 있는 환자의 혈당이 높게 측정될 때 이 정도면 당뇨 아니냐고, 당을 빨리 낮춰달라고 협진 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내분비내과 의사는 당 수액 끊고 식사 잘하실 때도 당이 높은지 재검해 보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치의가 납득하면 괜찮은데, ‘아무래도 당 때문에 환자가 안 낫는 것 같다, 그래도 불안하니 약을 써서 더 낮게 조절해 달라’ 조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어떤 분들은 찾아와서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어디까지 설명해 주고 어디까지 맞춰줘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이건 내분비내과 의사가 아니면 아무도 모를 것 같아요.


약을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 내분비내과만의 고충도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을까요?


매일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사실 여태까지 스스로에 대한 고찰을 깊게 안 하고 살았어요단기적으로 장기적으로 정해진 목표에 자신을 맞추며 열심히만 살았어요그러다 보니 내가 뭘 좋아하는지뭘 싫어하는지도 잘 모르고 우울증도 걸리고 암도 걸립니다사실 수십 년간 고수해 온 삶의 방식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아요하지만그래도 전보다 건강하게 생각하고 생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멈춰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어요결국 좋은 의사란본인도 건강한 의사일 테니까요.




인터뷰를 마치며…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송월화 선생님은 갑상선암 투병 생활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밝고 건강한 삶의 자세가 느껴지신 분이었어요. 어려움 속에서 더욱 환자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전문성을 갖추는 내분비내과 의사로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 계셨습니다. 어둠을 밝히 비추는 촛불처럼 환자에게 따듯함을 줄 수 있는 의사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의사가 꿈이라는 선생님을 에이던트가 늘 응원하겠습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다 보면 지치거나 힘들 수 있습니다. 혼자가 아님에도 혼자인 기분이 드는 날, 그런 날엔 Stevie Wonder의 Don't You Worry 'Bout A Thing을 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즐겨 듣는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고 힘이 됐다는 송월화 선생님의 추천곡을 소개해 드리며, 의사의 시선을 마치겠습니다. 진솔한 시선을 공유해 주신 송월화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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