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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Dec 28. 2024

"그래서 네 의견이 뭔데?"

생각하고, 주장하고, 설득하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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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이란 "내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달하고, 설득하고, 보고하는 과정의 연속."


2년간 회사를 다니며 깨달은 직장생활 1원칙이다.


회사는 결코 남이 시키는대로만 일하는 곳이 아니었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라 하더라도 예전에 했던 방식, 작년에 했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게 아닌, 지금의 상황에 맞게 지금의 담당자가 modify해가면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가령 기획부서에 있다고 하면, 각 부서에서 받은 데이터를 단순히 취합, 복사+붙여넣기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상사(의사결정자)에게 어떤 밸류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본인이 나름의 가설을 세워서 그 취합된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뜯어보고 분석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나의 생각", "나의 주관"을 명확히 가지고 있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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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사생활 2년동안 내 주관을 갖는 게 너무나 어려웠다.

왜 어려웠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정답은.. 그동안 15년 넘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내 생각을 분명하게 주장하는 연습을 거의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 아닐까? 돌이켜보면 특히 초,중,고등학생 시절은 말 그대로 시키는 것만 하기에도 바빴다. 나라는 사람이 워낙 발표하고 질문하는 것을 꺼려했던 탓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나에게 있어 학창시절이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시키는 거 묵묵히 열심히 하던 시절'이었다. 대학교에 올라가서는 그나마 논문도 읽고 레포트도 쓰느라 정해진 분량 내에서 일목요연하게 나의 논리를 풀어내는 연습을 하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건 남의 연구/주장/의견을 교수님 입맛에 맞게 내가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었지, "내 생각은 이거야!" 라고 주장하는 연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결코 핑계를 댄다거나 남탓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의 내가 만들어지기까지는 가정환경 뿐 아니라 학교생활이 대부분의 포션을 차지했던 만큼, 이런 영향도 충분히 있었겠거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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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관을 갖는 게 어려웠던 또 다른 이유는 내 의견이 과연 맞는건지에 대한 불확실함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학교는 내 또래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고 협업하는 곳이다. 아무리 난다 긴다 하더라도 우리는 대부분 서로 비슷한 사고방식과 배경지식을 가진 상태였으니 그들에게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크게 걱정되거나 무섭지는 않았다. 


회사는 학교와 정반대이다. (나의 경우) 회사 내에서 내 또래를 거의 찾아볼 수도 없거니와, 설령 있다 하더라도 또래와 협업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유관부서 카운터파트는 모두 선임, 책임급 선배들이었고, 나의 직무 특성상 일반 사원들보다는 조직책임자와 소통하는 일이 더욱 많았기에.. 2년차 사원이 홀로 이들과 소통하며 내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꽤나 어려웠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곳저곳 물어가며 어떻게든 해결했다.)


제일 어려운 건 바로 '상사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사실 아는 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내가 회사생활 20년 넘게 한 고참급 책임님과 팀장님에게 내 의견을 말하고 보고드린다는 게 나는 여전히 불편하고 두렵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스친다. 


그 일의 담당자로서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그 일을 수행할건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선배들 입장에서는 부족해 보이거나 타당하지 않아 보일 것이라는 생각에, 보고하기 전에는 늘 걱정과 불안만 가득하다. 정답을 찾아내서 이렇게 진행하겠다고 확실하게 내 생각을 말하고 싶지만, 가장 큰 고민은 바로 '무엇이 정답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스스로 정답을 찾아내지 못해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다. 주니어들은 어떻게 정답을 찾아야 하는 걸까? 아니, 애초에 일에는 정답이란 게 없는 걸까? 턱없이 부족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내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찾아 상사를 설득시키는 것... 원래 다들 이런 상황에서 일하는 건지, 연차가 조금 더 쌓이면 어느순간 해결되는 문제인 건지, 마음 한 구석이 늘 답답하고 불안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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