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책
제목 :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저자 : 호프 자런
출판사 : 김영사
발간일 : 2020년 9월 4일
기후변화와 환경을 고민하는 사람이기는 하나 어느 때는 아내가 저보다 기후변화나 환경과 관련된 책을 먼저 알기도 합니다. 타일러 러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도 아내가 추천해 준 책이며, 지금 소개할 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도 아내가 추천해 준 책입니다.
저자는 제일 먼저 인구 이야기로 책을 시작합니다. 1798년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인류의 인구 문제를 고민했을 당시의 인구 예측치보다 현재 인구는 더 많이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원유의 생산 최고점 예측에 관한 피크오일곡선(Peak Oil Curve) 혹은 허버트 곡선(Hubbert Curve)을 연구한 허버트 킹의 인구 조절에 대한 고민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과거 인구에 대한 전망 혹은 예측치와 상관없이 현재 전 세계 인구는 70억 명을 넘어 80억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어디선가 에너지는 계속 생산되어야 하며, 식량과 가축도 계속 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과거보다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지구는 오염되었다는 게 호프 자런 교수의 일관된 의견입니다.
그녀는 과거 세대보다 현재 세대가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를 자신의 삶의 궤적에 대입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1969년 생인 그녀가 어렸을 때와 현재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전 세계 비료 사용량은 1969년 이래 세배가 되었고 관개 능력은 두 배가 되었다.
1969년 전 세계 인구는 6,000만 톤의 설탕을 소비했다. 그 후 전 세계 설탕 소비량은 거의 세 배로 뛰었다.
그녀는 식량(곡식, 가축, 물고기, 설탕)과 에너지(전기, 화석연료, 수송수단) 문제를 다룹니다. 반면 과거 세대보다 식량과 에너지를 풍부하게 소비하는 현재 세대의 생활 방식으로 인해 지구가 달라졌습니다. 과거와 달라진 지구의 모습으로는 온실가스, 날씨, 빙하, 해수면 상승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지구의 달라진 모습뿐 아니라, 우리가 지구를 바꾸기 위해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방법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만약 달라진 지구의 모습만 제시하고 끝났다면 “그러면 어쩌란 말이야?”라는 이야기가 당연히 나올 것입니다.
말미에 그녀는 시민들의 실천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구는 과거 세대에서 현재 세대뿐 아니라, 우리들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 세대로 살아야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그녀의 결론에 동의합니다.
우리가 아는 한, 지구는 여전히 우리 인류의 영원한 집이고 우리 아이들 세대도 이곳을 떠나 살 수 없다.
31p
궁극적으로 우리에게는 오직 네 가지 자원만 주어져 있다. 땅과 바다, 하늘 그리고 서로다. 이 모든 것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므로 명확하고 단순하게 여겨지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77p
굶주림은 지구의 부족한 공급 능력 때문이 아니라, 생산한 것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우리의 실패로 등장한다.
88p
1킬로그램의 연어를 얻으려면 3킬로그램의 연어 먹이가 필요하다. 1킬로그램의 연어 먹이를 얻으려면 5킬로그램에 이르는 물고기를 갈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양식장에 가둬놓고 키우는 연어 1킬로그램을 얻으려면 바다에 사는 작은 물고기 15킬로그램이 필요해진다.
97p
오늘날 미국인들이 구매하는 음식 네 가지 중 세 가지에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정제 설탕이 첨가된다.
122~123p
전기는 기적과도 같은 발명품이다. … 한 가지 슬픈 사실은 지난 50년 동안 이런 혁신이 이 세상의 다른 많은 사람에게는 혜택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이미 엄청나게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겠지만, 에너지를 너무 적게 사용하는 또 다른 세계에 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할 것이다.
127p
이 책을 쓰기 위해 조사와 연구를 시작했을 때 희미한 북소리처럼 들리던 것이 이제는 내 머릿속에서 마치 주문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 … 우리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도록 해주는 마법 같은 기술은 없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21세기의 궁극적인 실험이 될 것이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은 우리 세대에게 던져진 가장 커다란 과제이다.
146p
지난 50년간은 더 많은 차, 더 잦은 운전, 더 많은 전기, 더 많은 생산으로 대표되는 풍요로의 시대였다. 그렇기에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한 시기라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50년 동안, 전 세계의 화석연료 사용은 세 배나 증가했다.
148~149p
자원을 갖고 있는 쪽과 자원을 꼭 필요로 하는 쪽의 명확한 불일치로 인해, 한 세기 동안 양측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지도자들 간에 복잡한 사연이 이어졌다.
152p
지구상에서 바이오 연료의 상당 부분은 세 곳에서 생산하고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옥수수에 기반한 에탄올을, 브라질에서는 사탕수수에 기반한 에탄올을, 유럽연합은 대두와 카놀라 원료의 바이오디젤을.
156p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의 모든 외장재, 우리가 덮는 모든 섬유제품, 우리가 다루는 모든 물건은 대부분 내가 태어난 해인 1969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반세기가 채 안되는 짧은 시간 내에 유리와 금속, 종이와 면화로 만들던 것들이 훨씬 가볍고 내구성 좋으며 제작과 이동에 비용이 덜 드는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다.
170p
나는 재생에너지가 덜 사용하고 더 많이 나누는 해결책의 한 부분이라고 믿고 물과 바람, 태양으로부터 더 많은 전기를 만들어내면서 전기를 덜 사용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177p
생명의 역사는 본질적으로 지구의 대기를 주 무대로 삼는 성대한 축제라 볼 수 있다. 이 때 에너지와 이산화탄소는 투입되고 또 배출되며 투스텝 춤을 춘다.
190p
이런 두려움에 대해 우리는 더욱 두려워하는 것으로 응답하고 있지만, 정작 실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충분히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당황스러운 점이다.
191p
나는 그저 과학을 하는 여성이지만, 대중이 두려움을 느끼도록 만들려면 대중에게 두려움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만든다. … 두려움이 좋은 결정을 내리게 해주지는 않으며 적어도 가끔은,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197p
1926년 이래 스물세 곳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렸는데 그중 절반 가까운 도시에서는 이제 더 이상 스키와 스케이트, 스노보드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
204p
조수를 예측하는 고대의 기술로부터 발전해 이런 측정을 해온 지 100년이 넘은 1880년대 이후, 해수면은 17센티미터 이상 높아졌다. 이런 상승의 절반 이상은 내가 태어난 1969년 이후 진행된 것으로 해수면이 상승했을 뿐 아니라 상승속도도 빨라진 것이다.
205p
지난 50년 동안 일어난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의 절반 정도는 빙하가 녹아 그만큼의 바다에 더해졌기 때문이다. 나머지 절반의 해수면 상승은 대양 표면의 온도가 높아져서 일어난다.
208p
이미 녹아서 대양으로 흘러 들어가 해수면을 높여 수천 명의 보금자리를 빼앗은 얼음의 양은, 미래에 온난화로 인해 녹아내릴 얼음의 5퍼센트가 채 못 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219p
아직은 우리가 스스로의 소멸과 관련해 어느정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그 소멸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지, 우리 다음 세대와 그다음 세대가 얼마나 고통을 겪을지와 관련해 무언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행동을 취하길 원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의미를 가질 동안 빨리 시작해야 한다.
229p
‘행복’이라는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을 가장 포괄적으로 측정하고 싶다면, 지난 수십 년간 음식과 연료 소비가 늘어났다고 해서 우리가 더 행복해지지 않았음을 이해해야 한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231p
우리 각자는 언제 어디서 더 많이 소비할까 대신 어떻게 덜 소비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231p
줄어들지 않는 소비가 초래할 기아와 결핍과 고통의 어두운 불안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주는 마법 같은 해결책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언제나 더 나은 것처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지금까지 등장한 모든 기술뿐 아니라 자원 보호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234p
지구는 너무 적은 자원을 놓고 살아남으려 애쓰는 많은 사람의 집이기도 하다.
235p
우리가 아는 한, 지구는 여전히 우리 인류의 영원한 집이고 우리 아이들 세대도 이곳을 떠나 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