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달래아빠
이번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린 것 같다. 특히나 한 번에 내리는 눈의 양이 이전보다 늘어난 것 같다. 이렇게 눈이 많아진 이유도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한다.
평균기온이 섭씨 1도 올라가면, 대기 중 수증기량이 7% 정도 증가한다고 한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육지의 담수나 바닷물의 증발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평균기온이 1도 올라 증가한 수증기량 7%의 크기를 무게는 8,900억 톤이라고 한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소양강댐의 저수량이 약 29억 톤인데,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소양강댐 307개의 수증기가 대기에 증가한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대기 중의 수증기량은 증가할 것이다.
겨울에는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 기단이 우리나라도 내려온다. 시베리아 기단이 내려오는 길목에 서해가 있는데, 서해 바닷물이 증발하여 대기 중에서 응결하면서 눈이 내린다. 이러한 현상은 매년 발생하는 일상적인 모습이다.
같은 눈이라도 기온에 따라 다른 눈이 내린다. 바로 건설(乾雪)과 습설(濕雪)이다.
건설은 지표면 온도가 영하 10도 이하인 낮은 온도에서 만들어진 눈이다. 그러다 보니 눈 결정에서 수증기가 덜 달라붙어서 가볍다. 그리고 건설은 잘 뭉쳐지지도 않는다. 눈사람들 만들고 싶어도 눈이 잘 안 뭉쳐지고, 눈싸움하고 싶어도 눈이 잘 안 뭉쳐지는 눈이 바로 건설이다.
습설은 지표면 온도가 0도에 가까운 비교적 따뜻한 날씨에 잘 만들어진 눈이다. 기온이 높을수록 눈 결정에 더 많은 수증기가 달라붙어 눈 결정이 끈적거리고 물체에 잘 달라붙는다. 그렇기에 습설은 눈사람을 만들거나, 눈싸움할 때 적합한 눈이다.
습설은 수증기를 많이 머금다 보니 건설보다 2~3배나 무겁다고 한다. 100제곱미터의 땅에 5cm의 건설이 쌓이면 무게가 2~300kg 정도 나가고, 습설이 쌓이면 600kg 정도가 된다고 한다.
2024년 11월 말에 첫눈이 내렸다. 기록적인 폭설이었다.
11월 말에 3일 동안 중부지방에 내린 눈은 역대 강설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누적 적설량이 용인시 47.5cm, 군포시 43.1cm, 수원시 43.0cm, 서울특별시 28.6cm 정도 내렸다. 수원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1964년 이래 60년 만에 역대 최다 적설을 기록했다. 서울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래 117년 만에 역대 11월 최다 적설을 기록했다.
그런데 11월 말에 내린 눈은 습설이었다. 그러다 보니 습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건물의 지붕이나 시설이 무너져 6명이 사망했고, 이재민도 56명이나 발생했다. 눈을 치우는 속도보다 내리는 눈의 속도가 빨라 비행기도 많이 지연되거나 결항되었다.
2024년 11월 28일에는 안양시 안양농수산물시장 청과동의 지붕이 붕괴했다. 오전부터 철재 천장이 옆으로 기우는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안양시와 상인회는 청과동의 영업을 중단시키고, 상인과 시민의 대피 시켰다. 결국 대피 종료 4시간 만인 오후에 청과동 지붕이 무너졌다. 상주 인원이 300명임을 감안할 때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일이었다.
특히나 나무의 피해도 컸다. 습설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휘어지거나 부러진 나뭇가지가 많았다. 그리고 아직 형형색색의 단풍잎이 떨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나뭇가지에 눈이 쌓여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기본지상적설하중’이라는 개념이 있다. 기본지상적설하중은 건축물이 눈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건축물이 위치한 지역의 적설량을 바탕으로 지붕 등의 설계에 반영하도록 하는 하중을 의미한다.
국토교통부는 《건축구조기준》을 통해 건축물의 설계하중을 정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기본지상적설하중을 개정한 시점은 2015년 10월이다. 가장 최근에 개정한 시점도 이미 10년 전이고, 그사이에 기후변화는 심해졌다.
2024년 11월 습설로 무너진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동은 1994년에 기공하여 1997년 3월에 준공되었다. 기본지상적설하중이 개정되기 한참 전이며, 이미 최소 30년 전의 적설량을 고려하여 설계된 것이 분명하다.
현재의 기본지상적설하중은 눈이 많이 오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강원도 지역이 높게 설정(0.5이상)되어 있다. 반면 강원도를 제외한 지역은 낮게 설정(0.5이하)되어 있다.
이젠 기후변화를 반영하여 건축물의 설계기준을 싹 바꿔야 할지 모른다. 과거의 하중 기준으로 설계된 노후화된 건축물에 대해서는 재점검을 해야한다. 그리고 안양농수산물시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존에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다중이용시설을 우선적으로 점검하고, 새로운 적설량을 고려하여 시설을 개보수할 필요가 있을 거라 생각된다. 신규로 짓는 건물은 현재의 기본지상적설하중만을 지키는 것이 아닌, 극한 기후를 고려하여 지붕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대기 중의 수증기량은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겨울이 겨울답지 않고 따듯하다면 건설 대신 습설의 양도 증가할 것이다.
우리의 생각보다 기후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