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봄에는 <벚꽃 축제>, 여름에는 <머드 축제>, 가을에는 <불꽃 축제>, 겨울에는 <눈꽃 축제>와 <송어 축제>가 열립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 덕분에 계절마다 다양한 축제가 열리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축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지역 특산품과 관련된 재미있는 축제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대전에서는 빵을 주제로 한 <빵 축제>, 구미에서는 맛있는 라면을 주제로 한 <라면 축제>, 김천에서는 김밥을 주제로 한 <김밥 축제>가 열립니다. 또한, 영덕의 <대게 축제>, 벌교의 <꼬막 축제>, 화천의 <산천어 축제>처럼 지역의 특별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축제들도 많습니다.
겨울이 지나면 어느덧 봄이 옵니다. 무거운 습설을 견뎌낸 나무들은 다시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 중에서 봄꽃이 가장 빨리 피는 것은 아마 목련일 겁니다. 목련은 매년 3월 10일쯤 꽃을 피우기 시작하며, 그다음으로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차례대로 피어납니다.
실제로 동백꽃은 1월, 매화는 2월 말에서 3월 초, 산수유는 3월 중순경 핍니다. 이들 꽃은 목련보다 빠르게 피기는 하지만, 동백꽃은 중부지방에서 쉽게 볼 수 없고, 하얀 매화꽃은 벚꽃처럼 인식되며, 산수유는 동네에서 잘 볼 수 없기 때문일 듯합니다.
기후변화가 꽃의 개화 시기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벚꽃은 남부지방에서 3월 말쯤 먼저 피기 시작하고, 4월 초에는 중부지방에서도 활짝 핍니다. 2023년에는 벚꽃이 부산에서 3월 27일, 대전에서 3월 31일, 서울에서는 4월 3일쯤 개화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이에 벚꽃 명소들은 3월 말부터 4월 초에 맞춰 축제 일정을 계획했습니다.
2023년 중부지방에서는 서울의 <여의도 벚꽃 축제>가 4월 4일부터 9일까지, 경기도의 <안양 충훈 벚꽃 축제>는 4월 8일과 9일에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따뜻한 날씨, 즉 이상 고온으로 인해 벚꽃이 일주일이나 빨리 3월 말에 만개했습니다.
사람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벚꽃이 빨리 핀 만큼 축제도 앞당길지,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4월 초에 열릴지 두고 말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축제 날짜를 앞당겼지만,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이미 계획해 둔 공연이나 행사 때문에 원래 일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벚꽃은 개화 후 약 일주일 동안 연분홍 꽃잎을 화려하게 뽐내다가, 눈꽃처럼 흩날리며 떨어집니다. 하필 2023년 4월 5일, 중부지방에 비가 내렸습니다. 이미 벚꽃이 일찍 만개한 상태였는데, 비까지 내려 꽃잎 대부분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축제 기간에는 벚꽃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사람들은 ‘벚꽃 없는 벚꽃 축제’를 즐겨야 했습니다.
축제 포스터를 통해 벚꽃 개화 시기를 살펴보겠습니다. 경기도 안양시와 광명시, 그리고 서울시 남서부를 흐르는 안양천에는 벚꽃나무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매년 봄이면 안양시는 <안양충훈 벚꽃축제>를 개최합니다.
<안양충훈 벚꽃축제>는 2006년 제1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약 20년 가까이 이어져 왔습니다. 인터넷에서 <안양충훈 벚꽃축제> 포스터를 찾아 축제가 열린 시기를 조사해 봤습니다.
<안양충훈 벚꽃축제>는 2011년에는 4월 9일, 2013년에는 4월 17~21일, 2017년은 4월 7~9일, 2019년에는 4월 5~7일, 2023년에는 4월 8~9일, 그리고 2024년에는 3월 30~31일에 열렸습니다.
한때 4월 초중순에 열리던 벚꽃 축제가 이제는 3월에 개최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날씨가 따뜻해지고, 봄이 빨리 시작되면서 벚꽃 개화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온난화로 겨울 축제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강원도 평창군에서는 매년 12월 말부터 2월까지 〈평창 송어 축제〉가 열립니다. 겨울철 동장군과 싸우며, 꽁꽁 언 강 위에 동그랗게 구멍을 뚫고 송어 낚시를 즐깁니다. 춥기는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직접 잡은 송어를 회로 먹거나 구워 먹는 기분은 정말 짜릿합니다.
송어 낚시를 하려면 얼음 두께가 최소 30cm 이상 되어야 안전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2024년 겨울에는 날씨가 너무 따뜻해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았습니다. 원래 〈평창 송어 축제〉는 2024년 12월 27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얼음 상태가 좋지 않아 안전을 위해 축제 시작이 일주일 연기되었습니다. 결국 축제는 해를 넘겨 2025년 1월 3일에 개막했습니다.
이전에도 이상 기후로 인해 축제 일정이 변경된 적이 있었습니다. 2023년에도 〈평창 송어 축제〉는 원래 12월 22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날씨 때문에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았습니다. 결국 축제 시작일을 일주일 늦춰 12월 29일에 열리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에서 〈평창 송어 축제〉 포스터를 찾아보았습니다.
〈평창 송어 축제〉는 축제 기간이 비교적 긴 편입니다. 시작 날짜만 살펴보면, 2010년에는 12월 23일, 2014년에는 12월 20일, 2016년에는 12월 23일, 2023년에는 12월 29일, 그리고 2024년 축제는 2025년 1월 3일에 시작했습니다. 축제 시작 시기가 점점 늦어지더니 급기야 해를 넘겨 버렸습니다. 겨울이 되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겨울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상 기후가 계속되면서 이제는 축제의 정확한 시작 날짜를 정하는 것조차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추운 겨울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날씨가 너무 따뜻해져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상 고온으로 인해 벚꽃이 너무 일찍 피어 ‘벚꽃 없는 벚꽃 축제’를 즐겨야 했고, 얼음이 얼지 않아 매년 개최일이 일주일씩 미뤄지는 송어 축제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이상(異常)’이라는 말은 정상적인 것과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상 기후가 계속된다면 어떨까요? 이상한 일이 더 이상 이상하지 않게 되고, 결국 우리의 일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상한 기후가 정상적인 기후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기후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낯설고 이상했던 것이 점점 익숙해지고, 결국엔 정상처럼 느껴지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기후 뉴 노멀 시대에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그리고 축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의 삶도 기후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