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거 집안 내력이라구.
It runs in the family.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붕어빵인 부자 혹은 모녀 등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다시 한번 유전자의 힘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지.
꼭 외모가 아니더라도 분위기나 말투, 행동 등이 아주 쏙 닮은 경우도 많다.
얼마 전, 이런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아주 어린아이(세 살 정도 되었으려냐?)와 아빠가 함께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는데,
아빠가 짜장면을 젓가락으로 야무지게 집어 들고 입에 와앙- 하고 넣자,
아이가 아빠의 등을 토닥이며 "아이고 잘 먹네."하고 아빠를 기특하게 바라봤다.
분명 이 아이의 엄마 아빠는 아이가 잘 먹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말을 자주 했으리라.
함께 살다 보면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학습되는, 한 가정만의 분위기와 특징이 생기는 것이겠지.
다정한 엄마아빠로부터 다정한 아이가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비 오는 날에는 "혹시 파마했어?", "머리 스타일이 바뀌었네?" 라는 말을 난 자주 듣는다.
나의 머리통 위에는 얇디얇은 허약한 머리카락들이 모여 반곱슬 군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마치 일반적인 머리인 척하고 있지만,
봄이 되고 봄비가 내리면 살짝 웨이브가 지고,
여름 장마에는 누가 봐도 파마머리로 바뀐다.
너무 싫지만 어쩔 수 없는 유전자 매직. 매직을 하고 싶지만 매직도 소용없는 매직.
이런 반곱슬은 우리집 내력이다.
하지만 너무 슬프게도 아빠 쪽에서 내려오는 반곱슬을 언니는 튕겨내고 내가 이어받았다.
반곱슬 유전자는 우리집 가계도 어디쯤에서 시작된 것일까?
누구에게서 시작되어 나에게까지 내려온 것인가 하고 궁금해진다.
"머리 파마 한 거야?"
"아니, 나 반곱슬이라 그래. It runs in my family."
"우유를 안 좋아해?"
"응, 나 흰 우유를 못 먹어. 우리집은 모두 흰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파."
"Oh....It must run in your family."
run 이라는 단어를 보면 '달리다, 뛰다' 라는 뜻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run은 이 외에도 아주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떠한 단어들과 어떠한 상황에서 사용되는지에 따라 의미가 자연스럽게 각색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수도꼭지를 열고 물을 틀어 흐르게 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자.
수돗물이 위에서 아래로 계속해서 흐른다.
어떤 단어를 써야 할까?
우리가 달리기를 할 때 다리를 계속해서 움직이며 나아가는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누군가가 "Run!" 이라고 말하면,
잠깐 그 자리에서 뛰다 말라는 뜻이 아니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며 달리는 동작을 이어나가라는 것이다.
그럼, 다시 수돗물을 틀어 물이 흐르게 하는 모습으로 돌아와 보자.
화장실에 들어섰더니 수돗물이 계속 흐르고 있다.
누가 수돗물을 틀어 놓은 거야?
Who left the tap running?
한강은 서울을 관통하는 강이다.
The Han River runs through the city, Seoul.
잔잔하게 시작했던 만화영화가 눈물이 나게 할 때가 있다. OST까지 들어버리니, 눈물이 흐르네.
(참고로 눈물 나다, 울다 라는 단어는 뉘앙스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Listening to the Original Sound Track of the animation, tears ran down on my cheek.
이렇게 여러 상황에서 run은 '달리다, 뛰다' 라는 의미라기보다는 움직임이 어느 방향이든 계속 이어지는 모습을 표현한다.
그렇기에, 어떤 유전적, 성격적인 부분이 가족내력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때에도,
그것이 조상에게서부터 시작되어 나에게까지 계속 내려오는, 이어지는 모습을 떠올리고 run을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넌 어쩜 그렇게 음식에 대해 까다로운거야?"
"Why are you so picky about food?"
"글쎄...이건 집안내력이지 싶어."
"Well, I would say it runs in the fam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