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옆에 있으면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옆에 없으면 선명해지는 감정이 있다. 파트너라는 존재가 그렇다. 스티븐이 오늘 다낭으로 출장을 떠났다. 너무 오래 함께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서로의 존재를 ‘공기처럼’ 당연하게 느끼게 되는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은 귀찮을 때도 있다.
좋아서도, 싫어서도 아니라 그냥 서로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그 익숙함 사이에서 나는 무감각해지고, 서로의 소중함마저 흐릿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떨어져 있는 지금, 문득 마음 한쪽이 허전하게 비어버린 듯하다.
스티븐이 없는 자리의 빈틈을 자식이 채워주지 못한다. 아이의 밝은 말투, 웃음, 텐션으로 채워지는 종류의 공백이 아니었다. 이 빈틈은 오직 스티븐이 있을 때만 채워지는 자리였다. 그래서 가족 모두가 중요한 것 같다. 아이는 아이대로 파트너는 파트너 대로 말이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를. 그의 숨결, 그가 내는 작은 소리, 함께 앉아만 있어도 편안해지는 공기 그 모든 것이 나에게 어떤 안정이었는지를.
사랑은 늘 곁에 있을 때보다, 이렇게 떨어져 있을 때 더 분명해진다. 내가 스티븐에게 기대고 있었던 마음이, 그가 나에게 주었던 안정감이,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든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깊은 의미였는지를.
그리움이 잔잔하게 번져온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이 나에게 말하는 속삭임을 듣는다.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그 사람이다.”
스티븐이 돌아오는 날, 나는 지금보다 더 따뜻한 마음으로 그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