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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면서 Jun 12. 2024

13년 커플의 이별을 보며 엉엉 우는 찰스를 본다

콘텐츠 소비문화 <프로그램 리액션 영상>

     “본편 보고 찰스엔터 리액션 영상까지 봐야 다 본 거다.”


     한창 환승연애 3이 방영할 때 유행하던 말이다. 환승연애 본방도 보고, 그 후에 리액션 영상까지 시청해야 비로소 콘텐츠를 잘 씹어 소화했다는 의미다. 연애 리얼리티뿐만 아니라 드라마 리액션 영상도 등장하며, 이제 ‘리액션 콘텐츠’는 단순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 소비문화로 정착한 것 같다.  


     리뷰나 분석 콘텐츠와는 사뭇 다르다. 특정 대상을 면밀히 뜯어보는 게 아니라, '그저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리액션 콘텐츠이다.


     리액션 콘텐츠의 시작은 무엇일까? 2가지 선례를 들어본다. 첫 번째는 아이돌 뮤직비디오 리액션 콘텐츠이다. 특히 외국인, 머글(팬이 아닌 사람)들이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반응하는 영상이 과거부터 존재해 왔다. 나 역시 7-8년 전, 아이돌 그룹을 좋아할 때 그런 영상들을 자주 찾아보았다. 팬들은 자신의 아티스트의 노래와 퍼포먼스에 놀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관찰형 예능 프로그램이다.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전지적 참견 시점> 등, 출연진의 일상을 패널들이 관찰하는 예능 등이 그 예시이다. 패널에 따라 가지각색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Differently Alike    Differently Alike 'aespa 에스파 'Armageddon' MV reaction', Youtube



     그렇다면 리액션 콘텐츠가 다시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는?

단연 티빙 연애 리얼리티 예능 <환승연애 1>과 유튜브 채널 <찰스엔터>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그들이 흥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찰스의 입담’이다. 옛날로 치면 아침드라마를 볼 때, 옆에서 엄마가 시원하게 할 말 해주는 느낌이랄까. 찰스는 프로그램 속 커플을 보며, 울다 웃고 또 화를 내기도 한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그런 찰스의 콘텐츠에서 ‘함께 보는 즐거움’을 느낀 것이 아닐까.


     두 번째 흥행 이유는 ‘토론의 장’이다. 현재 티빙은 유튜브에 <환승연애> 클립을 업로드할 때 ‘댓글 제한’을 걸어두고 있다. 공식 채널 영상에는 아무런 댓글을 달 수 없다. 결국 답답한 시청자들은 리액션 영상에서 모두 모인다. 그리곤 자신들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겪은 감정, 깨달은 생각들을 적어낸다. 그렇게 매주 새로운 회차가 업로드될 때마다, 시청자들은 커뮤니티로 모이게 된다.    



찰스엔터 '[환승연애 3/ 6화] 오늘도 광받는 하루', Youtube


     <환승연애 3>부터는 콘텐츠 제작자 수가 더욱 많아졌다. 환승연애 전시즌 출연진이 직접 나타나, 시즌3 리액션 영상을 찍어 올렸다. 시청자들은 직접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경험자의 입장에서 콘텐츠를 바라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은 리뷰와 리액션을 합친 형태의, 강연형 리액션 콘텐츠를 제작하였다. 언제 어디서든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다는 OTT 플랫폼의 특성이, 리액션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큰 이점이 된 것 같다. 만약 TV프로그램이었다면 거실에서 본방사수하며 영상을 녹화해야 하는데, 사실상 어려운 일이니까. 


     리액션 영상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기존 시청자 간 유대감을 키우고, 신규 시청자를 유입시킨다. 프로그램의 기존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의 특정 구간에서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활발한 댓글 소통을 통해 연대감을 쌓아간다. 또한 신규 시청자들은, OTT 서비스 결제 없이 프로그램을 미리 볼 수 있다. 마치 배스킨라빈스 맛보기 스푼 같은 것이다. 본편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시청자는, OTT 서비스에 가입하고 끝내 본편을 시청하게 된다.  




     ‘리액션 콘텐츠 붐’은 어디까지, 어떻게 확장되어 뻗어나갈까? 오늘날 리액션 콘텐츠는 <환승연애> 시리즈에 이어, 이진주 PD 연출작 <연애남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예능 <여고추리반 3> 등, 장르를 불문하고 퍼져나가고 있다. 또한 남녀 불문, 수십 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부터 신규 유튜버까지. 다양한 제작자가 리액션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숏폼 영상과 요약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현대 사회 속, 타인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습을 10-15분 보는 현상. '리액션 콘텐츠 붐'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선재 업고 튀어>, <연애남매> 리액션 콘텐츠,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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