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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 Oct 24. 2022

교회를 잠시 쉬겠습니다

나와 교회의 역사

5살 무렵 망원동에 이사 왔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모태신앙은 아니지만 꽤나 어렸을 적부터 교회를 나갔고 초등부 중고등부 때는 교회활동, 찬양단 활동을 하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였다


청년부에 들어가서도 찬양단 활동도 하고 ,

거동이 불편하시던 할머니를 교회에 모시고 가기도 했다. 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 교회 가실 때만 외출을 하셨는데 매주 일요일 청년부 예배가 끝나고 대예배가 시작할 때 휠체어를 끌고 할머니를 모셔가고 예배가 끝날 때쯤 다시 교회로 가 할머니를 모셔오는 게 나의 역할이었다.


2-3년 정도 할머니를 모시고 다녔다


망원동에서 같은 교회를 다녔던 엄마는

그 무렵 큰 이모가 아시는 목사님네 개척교회로 교회를 옮기셨다


엄마가 교회를 옮기고 2년 후쯤

나도 개척교회로 옮기게 되었다


교회는 집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3-4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지금 교회를 다니는 이유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

하나님이 존재하는 가에 대해 이유를 붙이는 건 성립이 안된다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하나님께 무엇을 바라기 때문에 믿는 것은 아니다

천국에 가기 위해서 믿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마음속 오래전부터 하나님은 계시다고 믿어왔다


교회를 다니는 건 엄마에 대한 이유가 크다


엄마의 노력.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헌신하는 마음.

엄마의 행복이 교회에 있다는 걸 알기에 그 행복을 지켜주고 싶어 예배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믿음은 엄마의 마음처럼 쉽게 재촉한다고 따라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깨달음이 필요하고 진심이 우러나와야 그 믿음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설 수 있다


엄마의 행복을 위해 매주 나가는 예배는 내 믿음을 키우기엔 한계가 있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뒤집어보고 비틀어봐야 했다. 나도 내 마음, 내 믿음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그 깊이를 알지 못하는데 누가 다그친다고 하여 끓어오르겠는가


속이 비어있는 씨앗에 양분이 가득한 땅, 볕, 물을 양껏 주고 왜 꽃이 자라지 않냐고 나무라는 것 같았다


그 속에 무엇이 차긴 했는지, 무슨 꽃인지는 관심이 없었다


씨앗이 단단해지길 기다리는 시간이 모자라 꽃이 필 수 없다는 사실을

나무인 그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나무들은 왜 열매를 맺지 못하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씨앗이 나무가 되기까지는 모진 풍파를 견뎌내야 몸통과 가지가 두꺼워 지기 마련인데, 그런 과정 없이 자라난 나무는 작은 바람만 불어도 가지가 꺾어진다


모두 같은 믿음일 수 없다

단단한 씨앗부터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무슨 씨앗을 가졌는지부터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나무가 되기까지 겪어내야 하는 시련과 바람들은 겪어내야 할 과정들이다


더 큰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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