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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 Jul 24. 2022

헤어질 결심을 세 번이나

"너 때문에 고생 꽤나 했지만 사실 너 아니었으면 내 인생 공허했다"

나는 이 영화를 사랑한다고 말 한적은 없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난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생각했다.


친구가 주최하는 독서토론에 이번 작품이 헤어질 결심이라는 이야기에 껴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매일 회사 점심시간에 맥락 없이 서래와 해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난생처음 대본집도 구매했다.


나는 왜 이 영화에 이렇게까지 진심인 건지

왜 이 영화를 세 번이나 봤는지

심지어 왜 한번 더 보고 싶은 건지

보면 볼수록 왜 더 궁금증이 생기는 건지

이 영화에 대해선 아무것도 빠짐없이 알고 싶다.


세 시간 반 동안 독서토론을 하고 나니 왜 내 머릿속엔 물음표가 더 가득해진 건지..


문득 떠오르는 것들도 많고, 다시 확인해보고 싶은 장면도 많아 생각을 정리해본다.



 극 중 서래는 거짓말을 많이 하지만, 거짓말을 말로 하는 장면은 있어도, 거짓된 행동을 장면화 한 장면은 없었다. 그러므로 영화에 나왔던 장면들은 모두 거짓말이 아니라 극 중 실제 있었던 일. 기도수의 살인 장면, 임호신이 죽었을 때 뒤처리 한 모습도 상상이 아닌 것.


서래의 마지막 자살 방법 또한 서래가 그만큼 독한 여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느낌.

당신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다고 하는 서래의 말은 마치 널 너무 사랑해서 헤어졌어.라고 하는 듯한 느낌.


극 중 인물의 사건들만 봤을 때는 서래는 나쁜 사람, 해준은 착한 사람.

이지만 서래를 굉장히 미화하는 느낌. 사람을 여럿이나 죽인 건 서래였고, 그런 서래를 알면서도 다 덮어준 건 해준이지만 결국 사랑한 적 없다고 말하는 해준이 나쁜 놈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은 기분 탓일까.


서래가 해준을 꼬셨을까. 아니면 둘은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게 된 걸까.


어쨌든  해준은 완벽히 붕괴되고 만다.

서래가 원한 건 해준이 붕괴되기 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에 본인이 살인자라는 증거까지 모두 내어준 것인데,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진 서래, 그리고 떠나버린 와이프, 그리고 정황상 범인이 자기가 죽였다고 자백하는 데도 계속 서래를 의심하는 모습. 형사라는 직업으로서, 가정적으로서 본인이 떳떳하고 자부심 있어하는 모습들이 결국은 모두 다 붕괴되어 버렸다.


그리고 극 중에서 중요한 장치인 핸드폰은 어쩌면 서래의 모습이 아닐까.


아무도 없는 곳에 버리라고 해서 영영 사라진 줄 알았지만, 폰은 서래가 가지고 있었고, 의도치 않았지만 다시 돌아왔다.


서래도 아무도 없는 곳으로 사라졌지만, 다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무엇이었을까


어떠한 사랑에 대해서 말하기보다는 사랑의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서로 배우자가 있음에도 사랑할 수 있고, 범인과 형사 간에도 사랑할 수 있고,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고, 알게 된 지 채 한 달이 안되었지만 일 년이 지나도록 매일 생각하고 그 생각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사랑도 있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사랑 일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살인도 할 수 있고, 너무 사랑해서 사라짐을 자처하는 사랑도 있다는 것.


다양한 사랑의 방식.


나는 이 영화가 너무 재밌다.


이렇게까지 영화에 집착한 적이 있었던가.


나까지 변태가 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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