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ran Hwang Jul 06. 2022

내가 이름을 바꾼 이유와 과정

서문:


이름을 바꿨습니다.

새 이름은 도란(Doran)이고, 이전 이름은 석인(Seokin)입니다.

*도란(Doran)이라는 이름을 2015년부터 많은 곳에서 써왔지만, 이제는 진짜 본명이 되었습니다.


개명 절차를 마치며, 이름을 바꾼 이유와 과정을 글로 남깁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두 가지로,      

이름을 바꾼 이유를 묻는 친구들에게 성실히 답변하기 위해서.

개명을 고민하는 많은 사람에게 제 경험을 전하여 돕기 위해서.

입니다.


이 글의 본문은,      

이름을 바꾼 이유

이름을 지을 때 고려해온 것들

개명 과정

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본문:


1) 이름을 바꾼 이유      

이름에 의도치 않은 맥락이 담겨 있어서: 개명 전 이름에는 의도치 않은 맥락이 꽤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석인’의 ‘석(Seok)’은 영어권 국가에서 비속어로 쓰이는 ‘Suck’으로 읽히거나 불릴 수 있었습니다. 2014년, 괌에서 이전 이름(Seokin)으로 작은 소동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름을 묻기에 답한 것뿐인데, 상대가 오해했던 가벼운 해프닝이었죠. (이름에 ‘석’, ‘길’, ‘식’, ‘범’, ‘덕’, ‘일’, ‘신’, ‘건’, ‘강’, ’노’ 등이 포함되신 분들은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전 세계를 무대로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영어 이름을 따로 사용하자는 생각도 한동안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래 두 글의 도움과 많은 시간의 고찰 이후, ‘가능하다면’ 한글 이름을 그대로 영어 이름으로 쓰는 게 더 이롭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기존 이름은 영어권에서 적절하지 않으니 두 언어에 모두 적합한 이름을 쓰기로 했습니다. IT 업계에서 일하면서 외국인과 소통할 일이 많았고, 미국 MBA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글로벌 IT 창업을 꿈꾸면서 그 필요성이 더 명확해졌습니다. 1) 조성문 님의 ‘한국인의 영어 이름 사용에 대한 생각’ 2014/04/07, 2) 이상희 님의 ‘제 이름은 이상희입니다.’ 2020/04/19

많은 고민 끝에 서비스 이름을 정하듯, 내 이름도 내가 정하기 위해서: 저는 더핑크퐁컴퍼니와 데이터뱅크라는 IT 기업에서 일하면서, ‘네이밍’과 관련된 여러 경험을 해왔습니다. 그중 글로벌 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캐주얼 게임 앱, ‘젤리킹(Jellyking)’의 이름을 지은 것과 200개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TOEFL 학습 서비스, ‘TestGlider’의 이름을 고안한 것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서비스 이름을 정할 때는 정말 많은 것들을 고려하는데요, 좋아하는 서비스 이름만큼이나 중요한 본인의 이름을 본인이 직접 정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 이름(회사, 제품, 서비스 등)을 지을 때 고려해온 것들

*저는 언어, 역사, 문화 등의 여러 영역에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여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약 8년간 글로벌 IT 교육, 게임, 콘텐츠 서비스 및 얕은 수준의 현지화 작업을 하며 쌓은, 작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이름을 지을 때는 주로 3가지를 고려했습니다.      

읽고, 말하고, 쓰고, 듣기에 좋은가

의도한 맥락이 많이 담겨 있으면서, 의도하지 않은 맥락은 최대한 적은가

다른 것과 잘 구별되는가


이 3가지를 고려한 이름은 기억하기 쉽고, 많이 불리며, 멀리 전파되고, 점점 힘을 가졌습니다.      


한국어 발음을 기준으로 2~4글자 사이일 것: 한 글자인 경우, 기억하기 용이하고 전달력이 좋을 수 있으나, ‘검색’했을 때 중복되는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의도한 이름을 식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개체수도 많으며, 이름 자체를 소유하기 어려웠습니다. 5글자가 넘어가면 읽는 것과 기억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텍스트 로고가 복잡해질 수 있었습니다. 다만, 긴 이름은 다른 것과 명확히 식별되며, 약어 등을 사용하여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이름을 들었을 때, 한 가지 방식으로 표기하기 쉬울 것: 바이럴 마케팅, 특히 이름이 구두로 전달되어 알려지는 것을 의도한다면, 음성으로 들었을 때 철자를 물어보지 않고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영어로 표기했을 때 글자 수가 너무 적거나 많지 않을 것: 글자 수가 너무 적으면 다른 것과 식별하기 어렵고, 너무 많으면 이름을 쓰거나 기억할 때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영어로 표기했을 때 4~10글자 정도가 적합하다고 느꼈습니다.

의도하는 맥락을 담고, 의도하지 않은 맥락은 줄일 것: 1) 어떤 문화권에서 부정적인 맥락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피했습니다. 책을 포함한 여러 자료와 현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2) 시각적인 맥락을 전달할지, 전달하지 않을지 정했습니다. 로고, 캐릭터,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특정 색이나 사물을 연상할 수 있도록 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3) 대상과 어울리는 맥락만을 반영하거나 전혀 아무런 맥락을 담지 않는 단어를 골랐습니다. (ex. 캔디, 젤리, 과일, 동물, 자연과 관련된 단어는 대체로 남녀노소, 모두를 대상으로 긍정적인 맥락을 담지만, 긍정적이더라도 대상과 어울리지 않은 맥락은 전달력이 낮았습니다. 차라리 맥락이 최소화된 이름을 선택하고, 후천적으로 맥락을 쌓아가는 전략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이름과 최대한 겹치지 않을 것: 식별성을 높이고, 소유권(저작권, 상표)의 주장 등을 위해 통계 자료 및 관련 데이터베이스(ex. TESS, KIPRIS 등) 등을 사용해 최대한 기존 이름과 중복되지 않는 이름을 찾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전체 영역 안에서 새로운 이름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특정 영역 안에서라도 이름이 겹치지 않게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목적(Search Engine Optimization, App Store Optimization, Localization 등)에 따라 다른 것들을 같이 고려하기도 했습니다.


3) 개명 과정


2022년 04월 07일, 개명허가신청을 완료한 뒤, 2022년 06월 07일, 개명을 완료했습니다.


개명 신청에서 완료까지 두 달이 걸렸고, 금전적인 비용은 2만 원 이하입니다. (사건 송달료로 32,876원을 납부했으나, 반 이상을 환급받습니다.)


*빠르면 5~6주 만에 완료될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      

새 이름 결정(한글 이름, 영문 이름, 한자 사용 여부 결정)

본인의 주소에 따른 개명허가신청서 접수 지역 확인(ex. 서울가정법원)

대한민국법원 전자소송 사이트 가입

위 사이트에서 개명으로 검색 후 개명허가신청서 작성 및 제출(2022.04.07)

접수 확인 및 개명허가심사결과 대기

개명허가심사결과 확인(2022.06.03)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에서 개명 신고(2022.06.03)

개명 신고 처리 완료 확인(2022.06.07) - 개명 완료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재발급을 위한 증명사진 촬영

가까운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임시주민등록증 발급 및 주민등록증 신청

구청을 방문하여 여권 신청

구청에서 주민등록표 초본 발급

통신사 명의 변경 신청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운전면허증 발급

웹사이트, 은행, 증권, 보험사, 부동산, 학적부, 자격증, 카드의 명의 변경

기타


지역, 상황 등에 따라 소요 시간과 절차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위 리스트를 통해 대략적인 비용을 셈해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문:

저는 제가 앞으로 살아갈 방향에 적합하면서, 제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랜 고민을 마치고 제가 직접 정한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포근한 고양감을 줍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좋은 사람들이 제 이름을 좋아해 주고, 많이 불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8년간 나는 To-do List를 어떻게, 왜 써왔는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