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로서 2만, 매니저로서 2만 시간을 보내며 얻은 인사이트
저는 다섯 살부터 지금까지 최소 2만 시간 동안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오버워치’ 등 팀플레이를 하는 온라인 게임이 많았으며, 게임에서 공대장, 대학교 대표 팀 리더, 최상위 티어 멤버로서 동료들을 돕고 이끄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후 대학교 4학년 2학기부터 지금까지 최소 2만 시간 동안 매니저로 일했습니다. IT 산업의 ‘웹툰’, ‘게임’, ‘교육’ 영역에서 프로젝트 매니저, 프로덕트 팀 리더, 최고운영책임자로서 동료들과 프로덕트(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협업을 해왔습니다.
두 활동의 공통점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협력한다는 점입니다. 게이머, 그리고 매니저로서 총 4만 시간의 협업 경험이 엄청 많은 시간은 아닐 수 있지만, 높은 밀도를 가지고 몰입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그 시간 동안 제가 낮은 레벨부터 높은 레벨로 성장하는 것을 느꼈고, 운 좋게 경험하고 얻은 것들이 있습니다. 제가 얻은 교훈과 경험, 인사이트와 관점을 공유하여, 제가 걸어온 길과 비슷한 길을, 조금 뒤에서 걸으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많은 경기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많은 패배와 귀중한 승리를 경험해왔습니다.
제 WOW 계정의 플레이 타임은 400일이 넘고, LOL 계정도 그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 외 게임들도 많이 했으니 최소 1만 번의 경기를 했고, 최소 수천 번 패배 했다고 셈할 수 있습니다.
IT 기업에서 제가 동료들과 함께 출시하거나 운영한 서비스는 최소 20개 이상이며, 그보다 많은 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그중에서는 앱스토어에서 50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하거나 높은 매출 순위를 기록한 서비스도 많았지만, 처참한 성적을 기록한 서비스와 프로젝트도 많았습니다.
저는 위 과정에서 두세 명 이상이 모인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팀의 정렬’이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본문에서는 1) What: 이 글에서 팀의 정렬은 어떤 의미인지, 2) Why: 왜 팀의 정렬을 이해하고 추구하는 것이 중요했는지, 3) How: 어떻게 팀을 정렬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게임에서 한 팀의 리더가 두 명일 때가 있습니다. 만약 두 리더가 서로 의견이 다르면, 동료들은 둘 중 누구의 의견을 따라 움직여야 할지 혼란을 겪습니다. 한 리더가 왼쪽으로 가자고 할 때, 다른 리더가 오른쪽 가자고 하면, 그 팀은 제자리에 멈추거나 엉뚱한 곳으로 가곤 합니다.
회사의 조직에서 비슷한 역량의 두 리더가 서로 정치적으로 갈등을 시작하면, 조직의 방향은 이리저리 휘둘리고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게이머로서, IT 매니저로서 이런 상황과 사건을 계속 마주쳤습니다. 저는 이걸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가장 상위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싶었으며, 대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팀의 정렬’이라는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제가 얻은 인사이트를 설명하기 위해 화살표를 이용한 그림을 사용하겠습니다. 수학과 물리에서 다루는 벡터(vector)의 개념을 빌렸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같은 비전과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입니다. 그리고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씁니다. ‘팀의 정렬’이란 조직이 향하는 방향과 구성원이 향하는 방향이 1) 같은 방향인 상태, 혹은 2) 같은 방향인 상태로 늘어서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멤버 중 어떤 구성원은 조직의 비전과 목표를 잘 이해하고, 그 방향에 이롭게 행동합니다. 그러나 다른 구성원은 여러 가지 이유(사고와 행동의 불일치, 다른 목표의 추구, 동료와의 갈등 등)로 조직의 방향과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구성원과 조직의 방향과 다르면 어떤 결과가 있는지를 많은 실패에서 배웠습니다. 예를 들어, 팀원 사이에 심한 갈등이 생겨 게임 경기를 지는 경우도 있었고, 작은 사업을 위해 모인 네 명 중 두 명이 서로 연애에 빠져서 사업이 중단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정렬 상태는 모든 팀 구성원이 팀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낭비되는 자원(시간, 에너지 등) 없이 제일 빠르게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리더십이나 우수한 동료의 도움으로 간혹 완전한 정렬 상태를 이루고 엄청난 결과를 만드는 사례가 있지만, 굉장히 드문 일이었습니다.
불완전하고 현실적인 정렬 상태는 모든 팀 구성원이 조금씩 다른 방향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현실에서 정렬된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 정도가 심할 때는 구성원의 목표가 서로 충돌하여 목표의 달성에서 완전히 멀어져 버리는 결과들이 많았습니다.
팀의 정렬 상태에 따라 목표를 달성하거나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래의 예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게임, WOW에서는 25명이 하나의 팀을 이뤄 강력한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과업이 있습니다. 모든 구성원은 각자 공격, 방어, 회복 등 온갖 역할을 각자 수행해야 하는데요. 게임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경우, 한 명도 빠짐없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일부 동료들이 다른 목표에 집중력을 빼앗기거나, 갈등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는 당연히 실패했습니다.
다행히 게임의 경우, 과업을 완수하기 위한 한 번의 시도가 수십 분으로 짧습니다. 따라서 여러 번 시도할 수 있으며, 팀원들의 방향을 보정하거나 팀원을 교체하는 등 팀을 완전한 정렬 상태로 만들기 용이한 편입니다.
그러나 회사에서의 상황은 조금 달랐습니다. 프로덕트를 만드는 일이나 사업은, 한 번의 시도와 그 시도의 결과를 보기까지 수개월 혹은 수년까지 걸립니다. 따라서 일을 수행하는 도중에 수시로 정렬 상태를 확인하지 않으면, 결과가 목표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제품 완성도를 제공할 수 있는지는 팀의 정렬과 크게 연관되어있었습니다.
팀의 정렬 상태에 따라 경쟁에서 이기거나 실패하는 상황은 아래의 예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는 5명이 한 팀을 이뤄 공격과 방어를 하며 상대방의 기지를 파괴하는 게임입니다. 선택한 캐릭터를 조종하며 성장하고, 팀 전략에 맞게 게임을 진행하는데요, 게임 내 다른 유저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게임 내 알고리즘으로 실력이 비슷한 플레이어끼리 대결합니다. (그림 6에서는 플레이어의 실력을 ‘화살표의 길이’로 표현했고, 모두 비슷한 실력을 갖췄다고 가정했습니다.) 이 경우에 승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모든 팀 구성원이 적 팀을 상대로 승리하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졌는지, 그리고 그렇게 행동하는지입니다.
어떤 경우에 게임을 이기거나 패배했을까요? 승리한 게임에는 팀의 승리를 원하고, 팀이 승리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플레이어가 있었고, 패배한 게임에는 1) 팀의 승리보다 본인의 작은 승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플레이어, 2) 팀의 승리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 3) 동료의 패배를 유도하는 플레이어 등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성숙하지 않은 LOL 플레이어였을 때는 시야가 넓지 않고 본질을 잘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팀의 승리보다 제 승리(ex. 바로 앞에 있는 적 플레이어와의 대결에서 이기는 것)에 집중하곤 했고, 그 때문에 아군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해 게임을 지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러곤 패배의 책임을 (저 스스로가 아닌) 아군 플레이어에게 묻는 부끄러운 일도 있었죠.
이런 상황은 게임뿐만 아니라, 축구와 같은 스포츠, 대학교의 조별 과제, 혹은 회사의 프로젝트 등 2인 이상이 모인 다양한 조직에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비슷한 규모의 경쟁사보다 뛰어난 수행 결과를 낼 수 있는지는 팀의 정렬에 크게 연관되어있었습니다.
팀의 정렬을 이해하고 추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팀의 정렬된 상태에 따라 목표를 달성하거나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팀의 정렬을 이해하고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 다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1)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팀의 정렬’이 본질적으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에너지를 팀의 정렬에 충분히 사용했을 때, 평균 승률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상황이 있었습니다.
게임에서 팀 vs 팀 상황: 적의 평균 실력보다 아군의 평균 실력이 더 우수한 상황에서 아군 내 갈등이 일어날 조짐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게임 내 작은 승리나 나의 퍼포먼스에 집중하기보다 아군 내 갈등을 해결하고 협력을 도울 때 쉽게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공동의 목표가 게임의 승리라는 점을 상기시켜서 게임 내 작은 실패에 대해서 서로 이해하고 격려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기업에서 제품을 만드는 상황: 조직의 목표와 방향을 맞추지 않으면, 구성원 각자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게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팀을 정렬하고 나면,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할지 우선순위를 빠르게 정할 수 있었고, 한정된 시간 내에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2) 조직을 위한 여러 활동을 ‘왜 수행하고’, ‘왜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에 쉽게 답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해 쉽게 답할 수 있었습니다.
“왜 팀에 리더가 필요한가요?
“왜 1 on 1 미팅이 필요한가요?”
“왜 타운홀 미팅과 같은 전사 미팅이 필요한가요?”
“능력은 출중하지만, 동료들과 잘 협업하지 못하는 사람은 왜 조직에서 선호하지 않나요?”
“왜 비전과 목표를 동료들에게 계속 알려야 하나요?”
3)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나와 내 동료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하지 않아야 하는지 쉽게 판단하고, 좋은 피드백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의사결정의 기준이 없을 때는 일관성 있는 피드백을 할 수 없고, 일관성 없는 피드백은 동료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조직의 목표 달성에 이로운지, 이롭지 않은지’라는 확실한 기준이 있을 때, 동료에게 일관성 있는 피드백을 줄 수 있었습니다.
4)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셈하는 데 중요한 척도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담당한 문제나 일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주변 구성원들의 정렬을 돕는지 혹은 정렬을 방해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5) 어떤 사람을 동료로 영입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상황이 있었습니다.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팀원을 구하는 상황: 기본 실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팀의 승리보다는 개인의 승리와 본인의 즐거움을 우선시하는 플레이어와, 기본 실력이 어느 정도 뛰어나고 팀의 승리와 협동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플레이어 중 한 명을 팀원으로 선택해야 할 때 후자를 영입했습니다.
기업에서 채용을 고려하는 상황: 팀이 담당한 일이 너무 많은 상황에서 필요한 역할에 지원한 후보자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후보자가 우리가 필요한 특정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협업 능력이 나쁜 지원자일 때는 다릅니다. 그 지원자를 채용하더라도 지원자의 능력이 우리의 목표 달성을 더 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팀의 정렬이 중요한 이유를 깨달은 뒤, 제가 속한 조직과 팀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1) 모든 동료에게 우리의 방향을 주기적으로 알리고, 각인시킵니다. 타운홀 미팅, 로드맵 리뷰, 전사 메일, 워크숍, 핸드북 등의 도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아군끼리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이동해야 할지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는 것과 같습니다. (하위 레벨의 팀일수록 이런 활동이 부족했습니다)
사례: 월초에 지난달에 대한 월간 로드맵 리뷰(Monthly Roadmap Review)라는 전사 미팅을 했습니다. 10장 이내의 문서를 기반으로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가 하는 활동(프로덕트 개발, 서비스 개선, 채용 등)들의 진행 현황을 공유했습니다. 문서에 지표(Metrics)와 차트, 그림을 포함하여 더 빠른 이해와 정렬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료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했습니다.
2) 주기적으로 동료가 조직과 같은 방향을 바라고 보고 있는지 확인하고 보정을 돕습니다. 1:1 미팅, 피드백 문화, 반기별 리뷰, 연간 리뷰 등의 도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아군끼리 서로의 역할과 활동을 계속해서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하위 레벨의 팀일수록 본인의 역할을 잊은 채 행동하는 팀원이 많았습니다)
사례: 주니어 레벨의 동료들은 쉽게 주변의 말에 휘둘려 사고와 행동의 방향이 바뀌기 쉬웠습니다. 동료 간, 매니저와 팀원 간 정기적/비정기적 1:1 미팅을 갖는 문화를 구성하여 오해와 편향을 제거하도록 했습니다. *한 번은 팀의 업무가 과중하여 인적 자원이 급히 필요했을 때, 실력은 있지만 근태가 나쁘고 부정적인 성향이 있는 시니어가 채용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시니어가 주니어 레벨의 동료들과 의도적으로 사적 시간을 가지며 사측에 부정적인 여론을 조장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근태 기록과 사측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추적하고 기록한 이후 인사조직의 도움을 받아 이직을 권고하여 대응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동료들의 편향을 지우고 조직과의 정렬을 돕기 위해 애를 쓴 경험이 있습니다.
3) 조직의 비전과 목표에 정렬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에 공감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을 동료로 영입합니다. 그런 동료는 팀 내 작은 그룹에서 리더의 역할을 합니다. 게임에서 팀원을 모을 때, 승리에 대한 열망이 있고 행동이 뛰어난 사람을 먼저 모으는 이유와 같습니다. (하위 레벨의 팀일수록 목적 달성에 대한 의지가 없고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팀원이 많았습니다)
사례: 동료의 영입을 위한 인터뷰 과정에서 지원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조직의 비전과 목표에 공감하는지 살피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저는 본문에서 1) What: 이 글에서 팀의 정렬은 어떤 의미인지, 2) Why: 왜 팀의 정렬을 이해하고 추구하는 것이 중요했는지, 3) How: 어떻게 팀을 정렬했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우리는 ‘팀의 정렬’을 시각화하여 이해할 수 있으며, 그리고 팀의 정렬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쉽게 떠올리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리더라면 구성원들에게 조직의 방향을 잘 알리는 활동을, 팀원이라면 조직의 방향과 정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활동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4만 시간 이상의 팀플레이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해 드렸습니다. 제 인사이트가 독자분들이 속한 조직의 성공과 목표 달성에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