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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바보 Jul 04. 2022

치킨과 이글스의 상관관계

닭.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개체다.



'인류가 멸망한 다음 지구 밖에서 오는 다른 문명이 지구를 분석하게 된다면, 닭이 지배한 행성으로 분석된다'

고 어디선가 들었다. 


닭은 개를 넘어선 인류의 친구다.


닭이 튀겨지면, 그때부턴 운명 공동체다. 

떼려야 뗄 수 없다. 

닭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배경이 치킨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우리의 신성한 치킨이 부정적으로 사용될 때가 있다.

한국 야구에 이글스가 그렇다.

몇몇 야구팬은 이글스를 치킨이라 부른다. 


정확히는 '꼴칰(꼴찌 치킨)'이라고 비하한다.


이글스 성적이 좋지 않아 그렇다. 

같은 조류라, 독수리가 닭이 된 것 같다. 

그런데 긍정의 산물 치킨이 부정적으로 쓰인다. 

내가 아는 한, 치킨을 부정적으로 쓰는 유일한 곳. 

이글스다.


회식이 '삼소(삼겹살+소주)'라면 야구장은 '치맥(치킨+맥주)'이다. 

치킨은 진리인데 야구와 만나면 종교가 된다. 치킨이 부정적으로 쓰이는 걸 지켜볼 수 없다. 

이글스와 치킨의 상관관계를 새롭게 정리하려 한다.


대전야구장. 한국 프로구장 가운데 교체가 가장 시급한 곳이다. 

다행히 2022년 새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떴다. 

한밭야구장으로 시작한 대전야구장은 이제 세대교체를 기다리고 있다.


오래됐기 때문에 다 안 좋은 건 아니다. 구관의 매력이 있다. 

대전 구장은 도로변, 상가들이 길게 늘어선 곳에 있다. 

덕분에 프로 야구가 열리는 9개 구장 가운데 가장 바삭한 치킨을 먹을 수 있다.


대전구장 앞 충무로는 자동차 특성화 거리다. 

그런데 야구가 열리면 자동차 오일 냄새보단, 닭 튀기는 기름 냄새가 풍기는 치킨 특성화 거리가 된다. 

야구장 근처에 있는 마트와 카센터가 솥을 꺼내 눈앞에서 치킨을 튀긴다.


가게에서 튀긴 치킨을 야구장 앞으로 가져와 파는 치킨은 눅진다. 

어쩔 수 없다. 

음식 열기와 포장 용기가 함께 호흡하면 튀김이 손해 볼 수밖에 없다.


눅눅한 튀김은 범죄다. 치킨이 눅눅하면 중범죄다. '바삭한 식감'은 치킨을 종교로 만들었다. 

대전은 범죄와도 같은 '눅눅한 치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무죄의 야구장을 갖고 있다. 


이글스파크에 가면 치킨과 야구 열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수리' ⓒ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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