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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이야기 Jul 07. 2022

고객센터는 늘 바람이 분다.


CS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씩 적어보고자 브런치를 열면서 첫 글을 선택했다.

고객센터 직원의 경험과 법인회사를 경영했던 경영자로서경험을 토대로 두 입장에서 바라보는 고객센터 이야기를 적어본다.

첫 번째 글의 주제는 고객센터가 맞닥뜨리게 되는 불편한 현실 중 하나인 인력 감축이다.



■ 고객센터 직원이기 이전에 회사의 직원이다. 하지만 고객센터 직원이다.


기업은 이익 집단이고, 이익을 통해 경영을 한다.

회사가 먹고살만하거나 잘 나갈 경우 고객센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사람을 늘려서라도 더 잘 응대하라고 한다.


하지만 회사가 조금씩 수익이 줄어들고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경영환경이 나빠지면 회사는 첫 번째로 선택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일이다.

물론 멍청한 경영자가 아니라면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을 비용절감으로 타개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회사의 제품이나 사업모델을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새로운 투자를 요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때 회사는 고민을 한다.

복지를 줄일 것인가, 임원 임금을 삭감할 것인가, 인력을 줄일 것인가 ..

그러고 나서 인력을 줄인다고 결정했을 때 가장 먼저 바라보는 곳은 고객센터이다.

그러고 나서 회사가 다시 잘 되면 가장 빠르게 사람을 뽑는 곳도 고객센터이다.


■ 살생부가 만들어진다.

인력을 감축하기로 마음먹은 경영자는 살생부를 만들지 않을 수 없다.

평상시에도 늘 느끼고 알고 있었지만, 이때는 더더욱 더 우리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다시 살펴보게 된다.


개발부서 누구, 디자인팀 누구, 제조공장 누구, 물류창고 누구, 경영지원 누구.. 하나씩 보다 보면 사실 자를 사람이 많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러고 나서 고객센터를 바라보면 딱히 생산적이지 않으면서 직접적으로 큰 도움도 주지 않는 것 같은데 사람이 엄청 많은 고객센터 인원 현황을 보면서 씁쓸하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그 고객센터가 외주사라면 더더욱 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조용히 외주사를 관리하는 직원을 찾게 된다.



■ 고객센터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

전사적인 인력 감축은 어느 부서도 피하기 어렵다.

정말 내보내기 싫어도 다른 부서와의 형평성상 모든 부서에서 최소한 한 명씩이라도 나가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객센터는 더더욱 더 피하기 어렵다. 오히려 다른 부서보다 더 많은 인력감축 비율을 보게 된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대부분 회사를 탓하기만 하고 인사팀이나 경영진을 비난하기 바쁘다.

하지만, 그곳에는 분명 잔류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 고객센터의 남은 자와 떠난 자..

◇ 나는 이곳에 남았다. 매서운 바람이 지나갔다.

  비록 친하고 정들었던 동료들이 떠나가서 너무 속상하지만 그래도 나는 남았다.

  떠난이들 중에는 평소에 마음에  안드는 사람들이 있는 건 다행이다.

  회사가 날 선택하고 마음에 안드는 직원들을 잘 골라서 내보낸 것을 보니 그래도 사람 볼 줄 아는 것 같다.

  하지만 일은 줄지 않고 더 많아졌다. 팀장이 나가고 내가 올라앉아서 나름 기분이 좋기도 하다.

  사람들 내보내고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회사에서 자꾸 나한테 관리를 똑바로 하라고 한다.

  날이 갈수록 올라앉은 자리가 힘들고 싫다. 몰래 채용사이트를 보게 된다.


◇ 나는 떠났다.

  엄밀히 말하면 떠난 게 아니라 쫓겨났다.

  회사에서 한 달치 월급을 챙겨줬다.

  나름 열심히 일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를 쫓아냈다. 속상하다.

  하지만 다행히 사람 뽑는 곳은 제법 있다.



■ 다시 되짚어 보자.

◇ 남은 자

  만약 당신이 남은자라면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내가 왜 남은 것일까?'

  아무리 되짚어 봐도 모르겠다면 당신의 상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뜻밖에 굉장히 작은 일이거나 평상시 당신이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당신이 남게 된 이유 일 수 있다.

  힘든 현실을 피하겠다고 채용사이트를 보며 이직하기보다 그 현실을 견뎌낸 당신의 경험과 시간이 더 소중한 가치를 당신에게 줄 것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당신을 남겼다면 당신은 이러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 말없이 조용하고 성실하다.

  - 근태, 근무태도, 다른 직원과의 관계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남을 도와주기도 한다.

  - 고객센터 관리자에게 별 기대 안 했는데 Excel과 PPT 같은 Paper working 능력을 갖추었다.

  - 다른 관리직원에 비해 연봉이 그리 높지 않다. (높더라도 높은 값을 한다.)

  - 상담사들이 잘 따르고 인정하며, 상담원 관리를 잘한다.

  - 당신의 상담실적이 늘 좋다.

  - 무슨 말을 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 회사 발전에 필요한 비판과 투덜거림을 구별할 줄 알고 말을 꺼낸다.


◇ 떠난 자

  만약 당신이 떠난자라면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내가 왜 나가게 된 것일까?'

  안타깝게도 떠난자는 본인이 떠나게 된 이유를 물어볼 곳은 없다.

  물어보더라도 정량/정성평가 등으로 인해 떠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밖에 듣지 못한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당신을 떠나보냈다면 당신은 이러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 작은 일에도 큰 일처럼 호들갑스럽고 일을 키운다.

  - 근태, 근무태도, 다른 직원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종종 있다.

  - 어차피 고객센터 관리자에게 기대하지 않는 Excel과 PPT이지만 해도 해도 너무 못한다.

  - 다른 관리직원에 비해 연봉이 높다. (높은데 높은 값을 못한다.)

  - 당신의 상담실적이 평균에서 바닥을 늘 왔다 갔다 한다.

  - 회사에 적대적이고 회사 안에서 파벌을 자꾸 만든다.

  - 여론을 만들고 직원을 선동한다. 술만 먹으면 남 흉만 본다.

  - 성과도 고만고만한데 오만가지 복지는 다 누리고 해 달라는 것도 많다.



■ 고객센터 상담원/관리자인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고객센터 분야에도 여러 직무를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고객센터를 기획하고 구축 및 계약하는 담당이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분야 쪽이 아닌, 상담사나 상담사를 관리하는 관리자에게 회사가 바라는 것은 사실 많지 않다.


 당신이 상담조직을 관리하는 관리자라면 당신이 생각해야 할 가장 중요한 주제는 상담원과 데이터이다.  당신이 관리하는 직원을 자주 살펴보고 데이터를 통해 명확히 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고객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중간자로서 회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당신의 상사와 저녁에 술 먹으러 나가서 술시중 드는 것이 우선이 되지 말기를 바란다. 당신의 상사와 같이 떠난자 무리에 속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당신이 상담원이라면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고객과 성실함이다. 안타깝게도 고객센터 시스템은 과거 공장관리 시스템을 모티브 삼아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스템에 로그인하는 순간 당신의 모든 것을 기록한다. 고객을 우선으로 응대하고 고객의 소리가 회사에 잘 전달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고객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칭찬받기 위함이 아니라 고객과 공감하는 것이다.

 또한 상담원이라는 이름하에 본인을 가두지 말기 바란다. 교육강사나 슈퍼바이저가 알려주는 것을 토대로 더 나은 상담, 더 정확한 상담을 위해 본인만의 노하우와 정보를 잘 기록하고 관리하길 바란다.

 고실적을 내는 상담원, 인정받는 상담원들은 다른 직원들이 모르는 저마다의 비법이 있다.

 하루에 100~200개의 전화를 받는 상담원분들에게 다소 과한 이야기라고 생각될지 모른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속한 상담 조직에는 분명 넘사벽이라 느껴지는 그런 상담원이 한두 명쯤 있을 것이다. 그들은 어떤지 다시 한번 바라보길 바란다. 그 사람들은 언제나 남은자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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