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칸 M205 데몬스트레이션-블루
대부분의 만년필 제조사들이 그렇듯이 펠리칸 역시 실사용에 적합한 라인업에서부터 소장용 라인업까지 다양하게 출시된다. M205 데몬스트레이션으로 흔히 '데몬'이라 불리는 외부 재질이 투명하게 처리된 펜이다. 아무래도 독특한 디자인이다 보니 소장이 좋을 수도 있겠고, 이런 디자인이기에 오히려 실사용으로 적합할 수도 있겠다.
만년필을 담고 있는 케이스는 단순하다.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경우는 케이스도 독특한 경우가 많은데(몽블랑 작가 시리즈라던가) 그럴 경우는 실사용이기보다는소장용인 경우가 많다. M205의 일반 버전과 같은 케이스라고 보면 된다.
케이스 크기에 비해 아담하다. 애초에 독특한 디자인으로 나온 펜이니 케이스도 개성을 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사실 블루 데본이라고 했을 때 색상이 좀 어색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받아보니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청색 계열이다.
펠리칸의 특징은 역시 캡에 새겨져 있는 새 문양인데 이 문양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왔다. 현대의 펠리칸은 어미새 한 마리와 아기새 한 마리로 이루어져 있다.
투명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 펜 속이 잘 들여다보인다. 가끔은 기존 전통(?)을 깨는 파격이 매력적일 때가 있다. 이 모델도 색을 넣지 않은 그냥 투명한 모델도 있지만 이왕 전통을 깬다면 색을 넣는 편이 더 파격적이 낫지 않을까?
캡 안쪽으로 닙을 볼 수 있다. 투명도가 얼마나 우수한지 확인해 볼 수 있다. 다만 스크래치가 날 경우에는 단점이 될 수 있겠다.
M205의 경우 스텐닙이다. 펠리칸의 스텐닙은 오랜 시간 필기를 해서 펜촉이 적당히 마모되면 어지간한 금촉보다 필감이 좋기로 유명한데 내가 자주 글을 쓰는 M150의 경우 종이에 미끄러지듯 글을 쓸 수 있다.
M150과의 크기 비교다. 펠리칸 라인업은 200부터 본격적인 닙의 호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표준적인 크기는 200부터라고 볼 수 있다. 150은 200에 비해 약간 작다.
내가 가지고 있는 M150은 촉이 도금되기 이전의 모델이라 그냥 스테인리스 자체 색상을 가지고 있다. 닙에 디자인적인 변화를 주지 않은 단순하고 직선적인 모양이다. 반면 200으로 올라가면 서서히 닙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여담이지만 데몬 버전에는 금색보다는 은색이 어울리는 것 같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캡에 새겨진 로고가 변화하는 데 이것으로 펜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참고로 펠리칸의 제품명 표기는 200, 205, 800, 805 등과 같이 변화를 주는 데 끝 자리에 5가 붙으면 은장(CT)을 말한다. 이외에도 중간에 1이나 5가 들어가는 조합 등 다양한 라인업이 나온다.
내가 펠리칸을 좋아하는 이유는 실제 필기에 최적화된만년필이라는 점 때문이다. 무엇보다 펜의 몸통(배럴)자체가 잉크 탱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잉크를 많이 담을 수 있고, 가벼워서 장시간 필기에도 손이 피곤하지 않다.
물론 펠리칸의 경우도 수집용 제품들은 무겁기도 하고실사용으로는 쓰기 어려운 제품도 있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수집용이다. 적어도 순전히 글을 쓸 목적이라면 가장 좋은 선택 중의 하나가 바로 펠리칸이다.